[엑스포츠뉴스 나유리 기자] "데뷔하고 나서 처음으로 친 우월 홈런었어요."
지난 5일 대구 삼성-KIA전. KIA가 0-4로 뒤진 4회초 1아웃 주자 1루 찬스. 5번 타자 김주형은 호투하던 삼성의 선발 투수 요한 플란데의 초구를 타격했다. 이 타구는 대구 구장의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이 됐다. 자신의 시즌 11호 홈런.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홈런을 하나 더 추가한 김주형은 시즌 홈런 갯수를 12개로 늘렸다.
놀랍게도 11번째 홈런은 김주형(31,KIA)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오른쪽 담장 방면 밀어서 친 홈런이라고 한다. 기억을 더듬던 김주형은 "정말 없었다. 처음 나온 '라이트' 방면 홈런"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올 시즌 김주형은 다르다. 성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94경기에서 222타수 64안타 12홈런 29타점으로 타율 0.288 장타율 0.505.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돋보이는 시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두자릿수 홈런 역시 올해가 처음이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는 그의 각오대로 올해를 보내고 있다. 김주형은 "지독한 훈련도 그냥 버텼다"고 돌아봤다. "후배들이 마무리 캠프에 갔을때 혼자 함평에서 웨이트를 많이 했고, 캠프에서도 힘든 훈련을 할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첫 단계를 버텼더니 다음 단계가 왔고, 그 다음 단계도 버텼다. 올해는 그 어떤 때보다 오히려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슬럼프도 있었다. 시즌 초반 화끈하게 출발했던 그는 수비 실책에서 온 부담감과 떨어진 타격 페이스로 주춤했다. 그리고 그 시기가 길어지자 "또다시 반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당연히 뒤따랐다.
김주형 본인도 "이렇게 길게 1군에서 뛴 시기가 없었다보니 페이스가 떨어졌을때 어떻게 올라가는지 방법을 잘 몰랐다. 내 스스로도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그래도 다시 나쁘지 않게 끌어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형이 지난 4일 광주 한화전에서 대타 역전 스리런 홈런을 쳤을 때,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그만큼 그는 여전히 팀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다.
그런 김주형을 지켜보고 있는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부터 내가 누누히 말했다. '주형아 버텨라', '마음 단단히 먹고 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주형이가 생각이 바뀌니까 마음도 바뀌고 실력도 좋아졌다. 데뷔 후 처음으로 오른쪽 홈런이 나왔는데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고, 궤도가 좋아졌다는 증거"라고 했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김기태 감독은 종종 지나치게 당겨쳐 안타 분포 각도가 좁은 선수들에게 '고른 각도로 넓게 안타를 칠 것'을 강조한다. 당겨치는 홈런만 있었던 김주형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때문에 이 홈런에 대한 의미는 모두에게 남달랐다.
물론 고민도 있다. 코칭스태프 역시 김주형이 많은 출전 기회만 보장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팀 사정상 포지션이 애매한게 사실이다. 김기태 감독 또한 "(아직 시간이 있지만) 내년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페이스만 잃지 않는다면, 정상을 향한 김주형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NYR@xportsnews.com/사진 ⓒ KIA 타이거즈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