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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K리그 출신 수색대 병장의 힘찬 부활 날개짓

기사입력 2007.04.26 12:21 / 기사수정 2007.04.26 12:21

김현회 기자


올 시즌 돛을 띄운 K3의 은평 청구성심병원(이하 청구FC)에도 '해외파'가 있다.

비록 박지성, 이영표와 같은 '유럽파'는 아니지만, 꿈만큼은 이들과 다를 바 없는 '동남아파'다. 26살이라는 나이에 K리그와 군대, 외국에서의 선수 생활로 잔뼈가 굵은 청구FC의 주전 공격수 김성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K3 무대를 발판 삼아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그를 연습 경기가 벌어지는 고양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김성윤 선수와 일문일답

- 축구선수로서의 경력이 궁금하다

▲ 파주 연풍초등학교에서 10살 때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파주종고 2학년때 학교를 자퇴하고 부천SK에 입단했다. 프로에서 2년 있다가 일이 잘 안 풀려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왔고, 졸업장을 딴 후에 강원 관광대 축구부에 진학했다.

그 후 방글라데시 1부리그 모하메단 팀에서 1년, 태국 1부리그 팀에서 6개월간 선수 생활을 했는데, 군대 문제때문에 장기 계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현역으로 군대에 가게 됐다.

- K3리그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 고등학교 때는 '김성윤' 이름 석자만 대면 전국에서 알아줄 정도로 공을 찼다고 생각한다. 프로와 외국물도 먹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군대까지 현역으로 다녀온 사람을 선수로 받아 줄 팀은 내가 생각해도 없다. 비록 3부리그지만, 나 자신이 열심히 해 더 큰 무대로의 발판을 마련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고등학교 때 축구부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다시 공 한번 같이 차보지 않겠냐"며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사람이 지금 청구FC의 감독으로 있는 장강원 선배님이다. 내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두말없이 달려왔다.

- 군 생활은 어땠나

▲ 군 생활을 17사단 수색대에서 했는데, 축구를 잘한다고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대회라는 대회는 다 나간 것 같다. 국방부 장관이 주최하는 큰 대회에도 나갔었는데, 그곳에서 프로 선수시절 만났던 선수들을 많이 만나서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구나!' 싶은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FC서울로 복귀한 정광민이 소속된 팀이 당시에 우승을 했고, 내가 속한 우리 부대가 2위를 했었다. 축구로 휴가증도 많이 받았다.

- 프로와 K3 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 정말 많은 부분 차이가 있지만, 가장 깊이 느꼈던 차이점 하나만 이야기하겠다. K3 팀 중에는 방위산업체 팀이 많다.

10개 팀 중에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팀들은 숙식을 함께하기 때문에 조직력도 좋고 훈련량도 많다. 하지만, 이들을 뺀 나머지 팀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차는' 팀들이어서 모든 선수가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밖에 발을 맞출 시간이 없다. 아직 훈련 여건 등이 열악하다.

- 팀 내에 다른 선수들도 소개해달라

▲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대부분인데,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감독님이 직접 선수로도 뛰신다. 다른 팀은 '플레잉 코치'가 있지만, 우리는 '플레잉 감독'이 있다. 감독님의 나이가 아직 29살이어서 가능하다. "청구FC는 직원들이 공차는 직원들의 팀이다"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 훈련은 어떻게 하나

▲ 매일 은평 구립구장에서 훈련한다. 새벽 운동도 하고,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전술 연습, 수요일에는 연습 경기, 주말에는 리그경기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하지만, 어린이 축구 교실등 생업이 있는 선수들은 연습에 많이 빠지게 돼서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 숙소 생활을 하는지

▲ 사실 숙소라고 하기에도 초라하다. 병원에서 당직 업무를 보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마련해 준 공간인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 같은 외지 출신 선수들 5~6명이 같이 생활하고 있다. 이것도 다 단장님의 배려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축구 선수로써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 부천SK에 입단했던 99년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 부천SK의 연고 지명권은 중앙대와 정명고였는데, 이 지명권 외에 선택된 두 명 중 한 명이 나였다. 신문에도 났었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파주에서는 잔치가 벌어질 정도였다. 최성국, 이천수가 대학 갈 때 나는 프로에 있었다. (웃음)

- 친한 축구선수가 있나

▲ 부천SK 시절, 룸메이트였던 (이)을용이형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고등학교 시절 대회때마다 마주치던 (김)정우나 (최)성국이, (김)두현이와도 친하다. 작년 시즌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고양 국민은행의 (최)정민이 형도 빼놓으면 섭섭해 할 것 같다. 그 형은 날 참 많이 괴롭혔다. (웃음)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 현역으로 군대에 입대했을 때다. 그때는 정말 "모든 게 이대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등병, 일병 때는 탈영도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내가 왜 축구를 했나" 싶기도 했는데, 결국 정신력을 무장하는 데에는 좋은 경험이었다. 제대하고, 7개월 동안 모교인 파주종고 후배들과 몸을 만들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이렇게 하루에 4 타임씩 운동을 하면서 무려 18Kg을 뺐다.

- 올 시즌 팀의 성적을 예상한다면

▲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인데, 첫 판을 져서 꼬여버렸다. 홈 경기 패배로 독이 올랐다. 천안과 양주에서 벌어지는 원정 2연전이 고비가 될 것 같다. 올 시즌 성적을 예상하기보다 하나하나 결과를 만들어 가겠다. 서울 유나이티드와 펼치는 더비는 벌써 기대가 된다. 막내 두 명만 긴장하지 않는다면 좋은 경기가 될 것 같다.(웃음)

- 이번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 득점왕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 개막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는데,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올 시즌 17~18골을 넣어서 득점왕에 오르고 싶다.

- 최종적인 축구 선수로서 목표는 무엇인지

▲ K3에서 인정받아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다. 아직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리그지만, 내가 그 첫 사례가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철없던 어린 시절 쉽게 입단한 프로 무대를 지금 이렇게 갈망할 줄은 몰랐다. 다시 한번 K리그 무대에 서보고 싶다.

- 은평구의 축구팬들과 청구FC의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은평구를 대표하는 팀으로 은평구민들과 팬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청구FC가 인정받을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단 모두 파란만장한 축구 인생을 살아왔다. 그 축구 인생의 드라마를 은평 축구팬들과 청구FC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찍어가고 싶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오셔서 박수와 격려로 이 드라마를 완성해 주셨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의 몸은 고양고등학교 인조잔디 구장에 있지만, 마음은 벌써 더 큰 무대로 향해 있는 청구FC의 김성윤. 그의 축구인생 후반전이 이제 막 휘슬이 울렸다. 이종 클럽의 대머리 아저씨 골키퍼가 아닌, 김병지와 이운재의 골문에 슈팅을 날리는 그를 상상해 보며, 환한 조명이 비추는 고양고등학교 운동장을 나섰다.




김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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