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쇼 뮤지컬’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이다. 뮤지컬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브로드웨이에서 무명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화려한 군무와 함께 담아냈다.
1980년 뉴욕 윈터 가든 극장에서 초연한 뒤 브로드웨이에서만 5,000회 이상 공연됐고, 국내에서는 1996년 초연 이래 20년 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오리지널 라이선스 뮤지컬 중 처음으로 한국 초연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번 공연은 기존의 뉴 버전(2001년 리바이벌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쇼뮤지컬답게 경쾌한 탭댄스와 재즈풍의 음악, 에너지 넘치는 연기가 어우러진다. 막을 올리자마자 앙상블의 탭댄스가 펼쳐지는데, 수십 명이 일사불란하게 맞추는 발동작은 현란한 조명과 함께 관객을 ‘현혹’시킨다.
피아노 위에서 페기 소여가 탭댄스를 추는 장면, 앙상블의 거울 퍼포먼스, ‘프리티 레이디’ 의 계단 퍼포먼스까지 150여 분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이에 비해 스토리는 단순하다. 페기 소여가 카리스마 연출가 줄리안 마쉬의 지지에 힘입어 시골 출신 코러스 걸에서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 주연을 꿰차게 되는 이야기다.
한때 잘나갔던 뮤지컬 스타인 도로시 브룩과 페기 소여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빌리 로러도 등장하지만 페기의 성공담이 주된 내용이다. 카리스마 있는 연출가 아래에서 보잘것없는 이들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로맨틱한 해피엔딩 극이다. 페기 소여가 ‘스타’가 된 순간 단발머리를 벗고 화려하게 변신했다면 더 극적인 효과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전형적인 미국식 쇼 뮤지컬답게 스토리보다는 볼거리에 중점을 뒀다. 별다른 갈등도 없고, 그 갈등도 싱겁게 풀린다. 결말까지 단순하게 나아간다.
김선경, 에녹의 연기가 좋았다. 김선경은 팜므파탈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도로시 브룩을 잘 살려냈다. 에녹의 활약도 빛난다. 가창력과 연기, 탭댄스까지 종횡무진하며 무대를 채운다. 여주인공 임혜영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페기소여를 보여준다. 다만 댄스 하나로 무대를 보란듯이 휘어잡기엔 존재감이 부족한 면이 있다.
앞서 송일국이 뮤지컬 첫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카리스마 있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에 이종혁과 더블 캐스팅됐다.
베테랑 연기자이지만 뮤지컬 배우들과 견준다면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긴장한 탓인지 후반부 넘버를 소화할 때 불안정해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열정적인 줄리안 마쉬를 표현하는데 무리는 없다. 그럼에도 아직은 뮤지컬 연기에 녹아들지 않은 듯하다. 그가 맡은 줄리안 마쉬는 악명 높을 정도로 엄격하지만, 수백 명의 스태프와 배우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뮤지컬 연출가다. 하지만 페기 소여와의 유머러스한 키스신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특색이 드러나진 않아 아쉽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강약 있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8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150분. 만 7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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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