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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조진웅 "배우는 관객 위해 존재…그 안에 제가 사는 거죠"

기사입력 2016.07.17 07:00 / 기사수정 2016.07.16 02:26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날선 카리스마 속에 묵직한 부드러움이 함께 공존한다. 배우 조진웅이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을 통해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6월 29일 개봉한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이 펼치는 16시간의 추격전을 담은 영화다.

조진웅은 '사냥'을 통해 탐욕에 사로잡힌 쌍둥이 형제 동근과 명근으로 분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건장한 풍채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아우라는 조진웅의 남성미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사냥'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소탈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으며 묵직한 목소리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두근두근한다"는 유쾌한 인사를 건넸다.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에 이어 6월에만 영화 '아가씨', '사냥' 두 편으로 관객을 찾는 시간들이었다. 여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해빙' 촬영 일정까지 이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일정 조율에 애를 먹기도 했다. '대세'라고 불리는 현재의 조진웅의 쉴 틈 없는 행보를 대표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는 워낙 다작을 하니까요. 저는 괜찮은데 제 일정이 지연되면 촬영도 같이 늦어지고, 현장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으니 심적으로 미안한 거죠. 앞으로는 그런 분배를 더 잘해서 작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돼서 다행이죠. '사냥'은 늦여름부터 시작해서 겨울까지 찍었는데, 이렇게 올 여름에 개봉을 하니 정말 두근거리네요."


'사냥'은 '최종병기 활'을 연출했던 김한민 감독과 '끝까지 간다'의 제작진이 참여하며 속도감 넘치는 추격전에 대한 기대를 불러 모은 바 있다.

조진웅은 이 작품들을 언급하며 "비슷한 구조이긴 해요.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있잖아요. 어떤 당위성이 부여되느냐에 따라서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있겠죠. 또 기성이 가지는 개인사의 심리를 쫓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산이라는 공간이 있으니 오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회상했다.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면이 보여 아쉬운 마음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냥'이 지금의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기 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에 심장이 철렁했던 사연도 떠올렸다.

"굳이 딱 짚어서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청불 등급이 나왔을 때 가슴이 철렁했던 것 같아요. 제작진이 고생고생해서 15세 등급을 받았는데, 더 많은 층의 관객들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인거죠."

총을 드는 신이 많았기에, 사전에 철저한 리허설을 거치는 것도 필수였다. 특히 조진웅을 비롯한 엽사들이 사용하는 엽총은 파편이 튀는 범위나 화약이 터질 때 보통 총기보다 강한 면이 있기에 각별히 더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총을 다루다 보니까, 모의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죠. 실탄이 나가지는 않지만 보통 권총보다 훨씬 더 넓거든요. (총을 어떻게 조절할 지) 서로 약속을 잘 안하면 파편이 튈 수도 있고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요. 안전도 지키면서 작품의 감정선도 살려야 하기 때문에 그 작업들은 분명히 거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조진웅은 "산에 가니 산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느낌이 진짜 묘했어요. '사냥' 시나리오를 보던 때에 김한민 감독님이 '사냥'을 '산의 향기'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말이 와 닿았죠"라며 어느 때보다 푹 빠져들었었던 시간들을 되새겼다.


인터뷰 내내 조진웅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특히 과거 대학교 시절을 예로 들며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때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듯 생생한 표현으로 취재진들의 시선을 단숨에 모았다.

조진웅은 최근의 다작 행보에 대해서도 "이 쯤 되면 팔자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웃었다.

"일복이죠. 또 제가 그런 욕심을 많이 가지는 팔자이기도 하고요. 대학교(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다닐 때부터 덩치가 크고 서울말을 쓸 줄 안다는 이유로 워낙 다작을 했었어요. 부산에서는 안 서본 공연장이 없죠. 지금은 없어진 공연장이 있을 정도니까요. 제게는 작업을 하는 게 당연한 거였죠."

우직했던 연기 소신은 이전부터 확고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의 의도대로 대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작품을 준비할 때면 스스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며 작품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움직이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가는 습관이 완성됐다.

수많은 작품을 거쳐 온 조진웅은 "영화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재밌는 소재가 있으면 목소리 연기도 할 거예요. 코미디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죠. 코미디가 진짜 어려운 장르거든요"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해 나갈 작품들에 대해서도 항상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그렇게 재미있고, 또 즐기고 있는 연기지만 정말 어렵다는 것을 매번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촬영 현장에 나갈 때마다 배우가 된 것을 매일 후회해요"라며 머리를 감싸 쥐어 웃음을 안긴 조진웅은 "'내가 배우가 아니었으면 조금 있다 저 신을 안 찍어도 되잖아' 이런 생각을 해요. 그게 제게는 도전이죠. 정말 죽을 것 같은 마음으로 현장에 나가면, 또 힘이 생겨요. 전부 다 저를 도와주려고 하는 제 편, 우리 편이잖아요. 천군만마 같은 거죠"라며 다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진웅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또렷하게 중심을 잡고 바라보고 있었다. '끊임없다'고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에서 앞으로 만나볼 조진웅의 새로운 모습들에 대한 기대가 더해진다.

"배우라는 직업이,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작품을 마쳤다고 해서 상을 받고, 계급이 올라가서 훈장을 받고 명예퇴직을 하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결국엔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 배우니까, 제게는 매 작품이 도전일 수밖에 없어요. 저는 계속 현장에 나가는 사람이니 그게 재미있었으면 좋겠고요. 이게 제 삶이고, 그 안에서 제가 사는 거죠."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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