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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결산④] '명불허전' 여전한 노장들의 돌풍

기사입력 2016.07.12 05:49 / 기사수정 2016.07.11 11:09

신태성 기자


[엑스포츠뉴스=신태성 기자] 축구팬들의 한 달을 책임졌던 유로2016이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에서 열린 결승전을 통해 마침표를 찍었다.

유로2016에는 총 24개국 552명의 선수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신예나 깜짝스타보다 노장들의 분전이 더 돋보였다. 팀의 대들보이자 버팀목 역할을 하는 노장들은 대회 기간 동안 눈에 띄는 활약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선수들은 모두 70년대생으로 다년간 축구를 본 팬들이라면 '이 선수가 아직도 뛴다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선수들이 아직까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니 철저한 자기관리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 지안루이지 부폰(38)
 
도무지 기량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995년 프로 데뷔한 부폰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대회서도 이탈리아가 일찌감치 조 1위를 확정지은 상태에서 치른 조별리그 3차전에만 결장했다. 부폰의 유로2016 기록은 4경기 1실점. 독일과 승부차기에서는 메수트 외질을 제외한 8명의 슈팅 방향을 읽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벌써 10번째 메이저 대회를 이탈리아와 함께한 부폰은 심지어 다음 월드컵까지 국가대표 생활을 이어간다고 한다. 나이가 무색하다는 말은 부폰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포르투갈 – 히카르두 카르발류(38)
 
카르발류는 전성기에 비해 신체 능력도, 집중력도 어느 정도 하락했다. 원체 정상급 수비수인지라 아직도 국가대표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카르발류는 조별리그 3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경기에서 간혹 아쉬운 모습을 보여줄 때는 있으나 실점으로 이어진 장면은 없었으니 활약도 준수한 편이다. 유로2004에서 포르투갈을 결승으로 이끌었던 카르발류는 이번에도 팀의 결승행에 일조했다. 카르발류는 12년 전에 선발 선수로 유로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이번에는 벤치에서 팀의 우승을 지켜봤다.
 
아이슬란드 – 아이두르 구드욘센(37)
 
16강에서 잉글랜드를 잡으며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던 아이슬란드에는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아이슬란드가 낳은 최고의 스타 구드욘센이다. 프랑스에 패하며 대회를 마감하던 8강전 83분 구드욘센이 경기장에 들어서며 주장완장을 이어받자 아이슬란드 팬들은 박수로 그들의 영웅을 기렸다. 신기하게도 구드욘센이 들어온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아이슬란드는 한 골을 만회하며 경기 마지막 골을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갔다. 비록 본선에서는 교체로 2경기에 나서며 단 13분 동안 얼굴을 비췄지만 아이슬란드가 토너먼트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에는 구드욘센이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전수해준 덕분이다.
 
헝가리 – 가보르 키랄리(40), 졸탄 게라(37)

 
헝가리 주전 골키퍼 키랄리는 이번 대회에 가장 큰 어르신이다. 정확히는 유로 대회 역사상 최고령 선수다. 키랄리는 지난달 27일 벨기에전에 출전하며 40세 87일로 로타 마테우스(39세 91일)의 기존 기록을 깼다. 특유의 '트레이닝 바지 패션'으로 주목 받은 키랄리는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디딤발 패스로 축구팬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했다.
 
몇 년 전까지 헝가리 최고의 현역 스타는 게라였다. 그리고 지금도 게라는 국가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전처럼 2선으로 경기를 시작하지는 않지만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은 계속 담당한다. 헝가리의 경기를 보면 게라의 발끝에서 공격이 시작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라는 포르투갈전에 선제골을 넣으며 37세62일의 나이로 이비차 바스티치(38세257일)에 이어 유로 대회 사상 최고령 득점 선수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북아일랜드 – 가레스 맥컬리(36), 아론 휴즈(36)
 
아이슬란드에 밀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북아일랜드의 약진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중심에는 맥컬리와 휴즈가 있었다. 맥컬리는 이번 대회서 북아일랜드에 역사적인 유로 본선 첫 골을 안겨줬다. 또한 위기 때마다 헌신적인 수비로 팀을 구했다. 안타깝게도 맥컬리는 웨일스와 16강전에서 자책골을 범하며 팀을 탈락하게 만들었다. 허나 북아일랜드 팬들이라면 맥컬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맥컬리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풀럼 등에서 뛰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휴즈도 빛났다. 오른쪽 풀백으로 대회 3경기에 출전한 휴즈는 공·수 양면으로 활보하며 나이를 초월한 체력을 선보였다. 두 명의 베테랑 수비수들은 북아일랜드가 첫 본선 무대에서 16강까지 오를 수 있게 만든 주역이었다.
 
이 외에도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6), 우크라이나의 아나톨리 티모슈크(37)와 비아체슬라프 셰브추크(37)가 본선 무대를 누볐으나 팀의 조별리그 탈락을 막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티모슈크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폴란드를 만나 1-0으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교체로 단 1분 간 경기장을 밟았다. 사실상 레전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경기에 나선 티모슈크의 유로 대회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팀의 두 번째 내지는 세 번째 골키퍼로 대회 명단에는 포함됐으나 1초도 나오지 못한 노장들도 있다. 아일랜드의 셰이 기븐(40), 북아일랜드의 로이 캐롤(38), 알바니아의 오르게스 셰히(38), 벨기에의 장 프랑수와 질레(37)가 여기에 해당된다.
 
토너먼트로 펼쳐지는 큰 대회에서 경험은 엄청난 재산이다. 베테랑들은 선수단에 그라운드 안팎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팀 입장에서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 특히 직접 뛰면서 유로 2016을 빛낸 노장들은 세월을 거스른 마냥 녹슬지 않은 활약으로 생존신고를 하고 있다. 이번 대회서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노익장들에게는 잉글랜드의 전설 빌 샹클리가 했던 명언이 가장 어울리는 듯하다.
 
"폼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

vgb0306@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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