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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벵기' 배성웅 2 - 협곡과 함께한 동료, 그리고 친구

기사입력 2016.07.06 00:00 / 기사수정 2016.07.05 21:22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팀 게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등장하기 전에도 팀 기반 e스포츠 리그는 많았지만, 팀 게임이 주목받은 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출범 이후다.

리그 오브 레전드 출시 초반에는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이 있었지만, 점차 탑과 정글, 미드, 원거리 딜러, 그리고 서포터로 역할을 나눈 EU 스타일이 자리 잡았다. EU 스타일을 깨기 위한 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결국 EU 스타일이 자리 잡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의 큰 밑바탕이 됐다.

다섯 포지션 중 정글러는 가장 경기 내에서 이동을 많이 하는 포지션이다. 정글 몬스터를 잡으며 탑과 미드, 그리고 바텀 라인에서 갱킹 요청이 있으면 달려가 상대를 잡아내는, 가장 부지런한 포지션이다. 

'벵기' 배성웅은 SK텔레콤에서 데뷔한 이후 줄곧 정글러로 활동했다. 모든 선수가 서로 커뮤니케이션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 리그 오브 레전드이지만, 정글러인 배성웅은 경기 내에서 많은 동료와 경기를 치르며 대화를 나눴다.



배성웅은 SKT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후 '페이커' 이상혁과 가장 오랜 시간 같이 활동했다. 정확히 이상혁이 '고전파' 아이디를 사용하던 시절 온라인 대회에서 같이 경기한 이후 계속 같은 팀으로 활동 중이다. 배성웅에게 다섯 번의 롤챔스 우승과 두 번의 롤드컵 우승을 함께한 이상혁에 대해 물어보자 배성웅은 생각에 잠겼다. 

가장 오래 같이 지낸 동료에 대한 이야기라 배성웅은 고민 끝에 답했다. "상혁이는 선비예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친구거든요. 그래서 윗 사람에게도 깍듯하고 자기주장도 확실한 친구에요. 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 외에 그리 재능있는 걸 못 본 거 같은데, 저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죠(웃음)." 대회를 나누며 경기장에서 언제나 먼저 인사하던 이상혁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렇다면 배성웅은 이상혁의 게임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커뮤니케이션을 굉장히 잘해요. 판단을 내리고 확실하게 콜을 하는 선수라 같이 경기하기 편하죠. 그리고 승부욕이 굉장히 강해요. 상혁이가 지금 위치에 선 것도 승부욕 때문이죠."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오른 선수다운 모습이었다.



2015년 시즌부터 지금까지 같이 호흡을 맞춘 바텀 듀오인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에 관해서 배성웅은 서로 다른 모습의 동생이라고 말했다. "준식이가 그냥 귀여운 동생이라면, 재완이는 시끄러운 동생이에요. 그래서 이런 모습이 경기 중에도 자주 보여요. 재완이는 경기 중에 다른 라이너에게 격려를 많이 하고, 준식이는 한숨을 많이 쉬어요. 다른 선수에게 쉬는 게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에 기대치가 높아 아쉬움이 많은 거죠(웃음).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랄까요."


롤챔스 경기가 끝나고 사진을 찍을 때 유독 배성웅과 같이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올해 SKT에 합류한 탑 라이너 '듀크' 이호성. 시골에서 와서 그런지 순해 보인다며, 그래서 더 대하기 편하다고 말한 배성웅은 그의 경기 플레이에 대해 말했다. "콜을 자주 안해요. 꼭 필요할 때만 부르죠. 다이브나 시야 장악이 꼭 필요할 때만 하거든요. 작년 탑 라이너인 '마린' 장경환은 2분에 한 번은 절 불렀던 거 같아요. 경환이 형이 하도 절 불러서 거의 탑에서 살았는데, 이게 탑 캐리 메타와 잘 어울려서 좋은 효과를 냈죠. 숙소에서 경환이 형은 잔소리도 많고 더러운 걸 못 보는, 정말 시어머니 같은 이미지였어요(웃음)."



2팀 체제에서 1팀 체제로 바뀐 2015년, 배성웅은 두 명의 미드 라이너와 플레이했다. 바로 이상혁과 이지훈. 현재 중국 VG에서 활동하는 이지훈에 대해 배성웅은 '화낼 때 정말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동생들이 형한테 선을 넘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예의를 굉장히 신경쓰는 사람이었죠. 그러면서 굉장히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경기 내에서는 절 별로 찾지 않았어요(웃음). 상혁이와 다른 스타일이었는데, 둘 다 괜찮은 경기 스타일이었죠. 다만 지훈이 형과 하면 동선이 조금 자유로웠던 정도의 차이가 있겠네요."

SKT는 작년 배성웅 외에 정글러로 '톰' 임재현을, 올해는 '블랭크' 강선구를 기용했다. 배성웅과 같은 포지션이기에 둘과 같이 경기 한 적이 없어 게임에서 어떤 상대인지는 잘 모르지만 임재현은 같이 생활하기 재미있는 동생이라고 말했다. 강선구는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나 나서 오히려 대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귀여운 동생을 보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혁과 함께 SKT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바텀 듀오인 '피글렛' 채광진과 '푸만두' 이정현에 대해 묻자 배성웅은 둘이 정말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채광진은 승부욕이 강하고, 이정현은 승부욕이 덜한 편인데도 잘 어울렸고 숙소에서도 편하게 지냈던 동료였다는 게 배성웅의 이야기다. 당시 탑 라이너였던 '임팩트' 정언영에 대해서는 '묵묵히, 팀원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면 자기를 희생하는 선수'라는 배성웅의 설명.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딱 그 나잇대의 모습을 보였다고.

배성웅은 최병훈 감독에 대해 묻자 "처음에는 인자했는데, 지금은 덜 인자하시다"고 말했고, 김정균 코치는 "티비에서 봤을 때는 안 그랬는데, 처음 SKT와 계약하러 갔을 때 실제로 뵈니 퀭하신 표정이었어요. 하지만,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 첫인상은 신기했죠. 코치님이 잡아주셔서 14년도에 위기를 넘겼던 거 같아요." 라고 회상했다.

다른 팀 선수와 교류가 적은 배성웅이지만, '마타' 조세형과는 계속 연락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2014년 삼성 화이트 소속 서포터로 활동했던 조세형은 SKT를 몇 번이나 좌절시킨 선수다. 아무리 친구라도 그 정도면 미워지지 않을까 하는 내 예상과는 달리 배성웅은 그런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같이 대회에 나간 팀원끼리 피시방에서 스카이프로 대화를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친해졌고, 계속 연락하고 지내요. 저한테 좌절을 안겨주긴 했지만 경기는 경기고 친구는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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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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