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유로2016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사상 처음으로 24개국 체제로 치러진 이번 대회 조별리그는 그동안 유로가 쌓아온 화끈한 공격 명성에 금이갈 정도로 지지 않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 빛을 잃었다.
24개국 중 조별리그가 끝나고 짐을 싸는 팀은 고작 8개국이다. 조 3위까지 16강에 오를 수 있는 기회에 여러 국가가 무승부 전략을 꺼내들었다. 가능한 상대를 뚫겠다는 생각이 아닌 묶어보겠다는 생각이 유로2016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득점 통계가 잘 말해준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36경기서 나온 득점은 69골(경기당 1.92골)이다. 경기당 2골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 1980년 처음 유로 대회가 시작된 후 조별리그 역대 세번째 최저득점이다. 24년 만에 평균 2골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졌다.
화끈한 유럽 축구의 이미지를 안겨준 유로2000(경기당 2.71골)의 조별리그 득점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같은 기간 아메리카 통합 챔피언을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의 조별리그 24경기 69골(경기당 2.87골)의 기록만 봐도 현재 유로2016이 얼마나 골 흉년인지 알 수 있다.
철저한 실리축구에 발목이 잡힌 것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빅리그 득점왕들이다. 유로2016을 가장 기대케 한 이유 중 하나는 2015~2016시즌 각 리그 득점왕에 오른 쟁쟁한 최고 골잡이들이 명예를 걸고 뛴다는 것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해리 케인, 독일 분데스리가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프랑스 무대가 늘 좁았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이 득점왕 타이틀과 함께 유로2016에 나섰다. 더불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빛났다.
하지만 조별리그서 이들이 보여준 활약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잉글랜드의 빈공을 해결해 줄 것으로 보였던 케인은 초반 두 경기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무득점에 그쳤다. 처음에는 세트피스까지 도맡아 차며 골욕심을 냈으나 어느새 제이미 바디에게 최전방 자리를 내준 신세가 됐다.
16강에 진출하고도 뒷맛이 게운치 않은 폴란드의 걱정은 놀랍게도 레반도프스키다. 지난 시즌 30골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르고 이번 대회 예선서 13골로 최다득점을 기록했던 레반도프스키가 정작 본선서 이름값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3경기 동안 유효슈팅 0개는 분명 문제있는 수치다.
이브라히모비치의 마지막 유로 대회는 씁쓸했다. 조별리그 내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이브라히모비치는 무득점에 그쳤고 스웨덴마저 탈락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메이저대회를 허무하게 마무리했다. 굿바이 무대로 어울리지 않는 무득점이었다.
그나마 득점왕의 힘을 보여준 이는 호날두다. 호날두도 조별리그 1,2차전만 해도 탐욕으로 점철됐으나 최종전서 멀티골을 뽑아내면서 부진을 탈출했다. 본인 스스로 골은 한번만 나오면 줄줄 세어나오는 케첩과 같다고 한 만큼 헝가리전에서 마수걸이에 성공한 점은 미약한 유로에 한줄기 빛이 될 전망이다.
대회를 지배한 실리축구에 간판 골잡이마저 발이 묶여선지 이번 조별리그를 3연승으로 통과한 국가는 없다. 이것도 1996년 대회 이후 20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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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