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1:25
스포츠

현대캐피탈 안남수 사무국장, ’한번 했던 이벤트는 안해’

기사입력 2007.04.11 11:03 / 기사수정 2007.04.11 11:03

황교희 기자


Q) 시즌이 마무리 됐는데도 사무실 분위기는 더욱 분주하다.


- 사무국 직원들에게는 시즌이 끝난 뒤가 오히려 더 바쁘다. 우선 본사(회사)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렸는지에 대한 결과 보고도 해야 하고 계약이 만료 되는 선수들과의 재계약 문제에 대한 부분 등 할 일이 많다. 늦어도 5월 초 까지는 이런 일들을 마무리 짓고, 6월쯤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하기위해 준비에 들어간다.


Q) 현대캐피탈의 V리그 2연패 원동력은 무엇인가?


-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잘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에서는 구단-코칭스텝-선수들 간의 3박자가 잘 들어맞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번 시즌 역시 선수와 코칭스텝간의 불협화음이 없었고 선수들에 대한 동기부여와 훈련 프로그램 및 포상금 등의 지원이 유기적으로 잘 이루어졌던 것이 좋은 성적을 거둔 요인이 된 것 같다. 더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 사무국 직원들 역시 최선을 다했기에 팀이 2연패 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고 고생한 만큼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기도 하다.


Q) 2연패 원동력 가운데 김호철 감독을 빼 놓을 수 없다. 안 사무국장이 바라 보는 김 감독은?


- 김호철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다재다능하고 잡기에도 능해서 골프나 당구도 수준급으로 알고 있다. 평소에 이런 운동들을 즐긴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하면 오로지 배구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연락도 잘 하지 않을 정도로 팀과 선수들, 그리고 리그만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리더쉽이 강한 것이 감독의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의 일에 대한 책임감과 프로의식이 강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 예로, 시즌에 돌입하기 전 이미 삼성과의 결승전을 예상해 미리 다양한 전략들을 준비해뒀고 결국 이런 전략들(결승전 전까지 노출되지 않았던)로 인해 결승전에서 삼성의 허를 찌를 수 있었다.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Q) 천안에 연고지 정착한지 3년이 됐다.


- 천안을 연고지로 선택한 후 첫 1년차 때 천안 시민들의 배구단 인식률이 20%를 넘지 못할 만큼 배구단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첫 번째 시즌 동안 많은 노력들을 한 결과 배구단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인식률이 90%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시즌이 끝나고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다음 시즌에도 또 경기장을 찾아 배구를 관람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50% 정도만이 Yes라고 답했고, 이들 중 대부분은 30-50대의 연령층이 대다수였다.


즉, 젊은 층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결론을 내린 후,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면서는 무엇보다도 10-20대 젊은 층 타겟을 위한 마케팅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즐거운 경기를 보면서 함께 즐길 줄 아는 그런 젊은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3년차 때의 주 목표였다.


Q) 쉽지는 않았을 텐데.


- 물론 쉽지는 않았다. 특히 천안에서 젊은 층의 팬들을 유도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천안이라는 도시 자체가 유동성 인구가 많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회사 출근을 위해 천안에 오는 등 유동인구 밀집 성향이 높은 것이 천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장 내에서 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기장 내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차츰 나아졌다. 천안 특유의 향토의식 혹은 애향심을 자극하는 등의 가족과 연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 중점을 두면서 젊은 팬들이 서서히 배구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올해는 그러한 `흥미`가 한 단계 더 발전하여 팬들 스스로 자발적인 응원을 유도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한번 했던 이벤트는 다시는 안했다. 농구장 야구장에서도 우리 팀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 했을 정도로 다양하게 했다. 우리는 사전에 팬들로 하여금 이벤트 참여 신청을 하도록 하고, 그 팬들에게 “당신이 다음에 하고 싶은 이벤트를 적어 보내 달라”고 했다. 그들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얻는 등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새로운 이벤트가 나올 수 있었다. 


Q) 천안 팬들을 위한 현대의 마케팅은 무엇이 있었나?


-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가 상품 판매에 있었다. T셔츠 판매와 더불어 할인 전략인데 군중심리가 높은 팬들의 특징을 살렸다. 같은 옷을 입고 함께 응원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T셔츠를 입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입장 할인을 해주니 호응도가 상당히 높았다. 결국 3년 동안 현대의 T를 입고 경기장을 찾는 관중수가 500명(1년차)-1000명(2년차)-2000명(3년차 올해)로 증가했다. 그만큼 올해는 천안 팬들의 뭉치는 힘이 무척 커졌다고 할 수 있고 실제로 KOVO 집계 관중 수 중 상당부분이 현대의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는 천안이라는 지역과 연계한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힘을 썼다. 현대카드와 경기장 입장권 간 상호 할인 전략인데, 예를 들면 천안시에 있는 극장과 경기장, 식당과 경기장 등의 상호 제휴를 통해 가격(2천원) 할인 마케팅을 했다.


셋째로는 사회봉사 프로그램이다. 천안 지역의 애향심에 기반한 마케팅으로써 지난 2년간 김진주 학생을 “사랑의 스파이크”란 프로그램으로 병원비를 지원해 줬다. 안타깝게도 이 학생이 완쾌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루니를 포함 전 선수들이 분향소를 찾았고 실로 눈시울이 뜨거워진 선수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힘썼다. 경기 끝난 후 (이기든 지든)무조건 30분 정도 팬들에게 사인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선수들의 경우 팬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외국 선수들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Q) 경기 결과에 따라 준비해 뒀던 마케팅에 효과를 보지 못했던 일이 있었나?


- 사실 정규리그 우승을 대비해 많은 축하 이벤트와 마케팅을 준비 했었다. 하지만 막판 한국전력에 발목이 잡히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못했다. 그 때 준비했던 것들을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다. 특히 이번 시즌까지 우승을 했다면 프로출범 이후 정규리그 3연패라는 큰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테고, 이것이 곧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여 높은 광고 효과(언론 노출)를 기대할 수 있었기 대문이다.


Q) 이선규 박철우 등 인기 높은 젊은 선수들. 스타마케팅 활용 계획은 있는가?


- 국내 프로농구나 배구 등의 문제점은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과 더불어 인기 스포츠 스타의 부재다. 10년이 넘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들을 대신할 젊은 선수들의 발굴과 이들을 활용한 스타마케팅은 모든 프로구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생각한다.  스포츠마케팅의 기본은 미디어 + 스타(스타마케팅) 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 선수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루니가 보여줬던 경기 중에 공격이나 블로킹을 성공 시킬 시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세레모니를 강조 할 생각이다. 루니를 한번 알게 된 팬은 평생 루니 팬이 되는 것처럼 팬들을 흥분 시킬 수 있는 부분이 늘려 갈 것이다.


또 하나가 있다면 팬 사인회 대신 일일교사 같은 것들을 시행 할 생각이다. 그동안 시행되어 왔던 팬 사인회는 말 그대로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일일 체육교사로 나서 팬들을 찾아 갈 것이다. 천안 지역 내 여고생들을 찾아갈 생각이다.(웃음)


Q) 지난해 타 지역에서 천안까지 오는 팬들을 위한 준비해둔 마케팅이 부족해 보였다.


- 2005년 천안까지 지하철이 생기면서 많은 팬들이 찾아 주셨다. 그것을 대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팬들이 불편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는 천안역에서 경기장 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팬들은 버스를 타고 본인이 지불하고 싶은 만큼의 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이러한 셔틀버스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팬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더 줄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3년 정도의 시간을 통해 천안이라는 시장의 조사와 파악을 마쳤고, 천안 시민들과 기타 지역의 팬들의 DB구축도 되어 있는 만큼, 이러한 셔틀버스운행 계획은 짐작과 가능성만 놓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Q) 천안시와 협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맞다. 긴밀하게 협조가 진행되고 있다. 구단 역시 이에 보답하기 위해 지난해 천안시에 5천만원을 지원하는 등 구단과 시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경기가 있는 날은 '동네 행사'가 열리는 것과 같은 분위기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만큼 천안시에서의 배구단에 대한 지원과 애정이 각별하다.


경기 도중에 긴 렐리 뒤에 공격이 성공되거나 결정적인 포인트를 따내면 장내 아나운서가 뭐라 그러는지 아나? “천안 파이팅”은 기본이고 천안 시민을 위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얘기한다. 가끔 경기장을 찾은 천안 시장님을 소개하며 자부심을 갖도록 만든다.


Q) 현재 프로배구의 문제점과 구단의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비젼을 말해 달라.


- 프로배구 역시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의 4개의 프로팀은 너무 적다. 이는 어린 선수들이 배구를 그만 두는 원인이 되고 결국 이것이 악순환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국내 배구 스포츠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프로팀이 2개 팀 정도 더 생겨 6개 팀 정도가 v리그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국내 프로구단 관계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무국 직원들 개개인의 마인드를 항상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도록 노력하고 있다.


- 장기적인 비전은, 천안시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선수들과 시민들(팬들)이 함께 의사소통할 수 있는 그런 구단을 만들고자 한다. `스카이워커스`를 활용한 머천다이징 상품의 다양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


Q) 벤치마킹 하고 싶은 구단이 있다면?


- 첼시다. 국내의 자생력 없는 구단 운영의 현실과 비교해 첼시와 같은 성공한 프로스포츠 시장의 구단들은 스포츠마케팅 자체만으로 무궁무진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즉, 독자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모기업의 힘을 받지 않고 자생력으로도 구단의 운영이 가능한, 그러한 현대캐피탈 배구단이 되었으면 한다. 국내 모든 프로스포츠구단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다. 

인터뷰-사진/ 황교희, 반욱 기자




황교희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