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올해 KIA 타이거즈가 '고급 선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던 이유는,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이라는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두사람 중에서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더 많은 헥터는 한화 로저스와 비교되며 연봉 170만 달러 '거액의 사나이'다. 당연히 그 기대치에 걸맞게 그가 책임져줘야 할 몫도 많다.
개막 후 한달이 지났다. 헥터만 놓고 보면, 기대 이상의 경기도 있었고 가끔은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헥터는 처음부터 완성형 무결점 투수라기보다 리그와 환경에 맞게 진화하는 방식으로 KBO리그와 맞춰나가고 있다.
헥터는 3일 광주 롯데전에서 시즌 3승을 거뒀다. 개막 후 2경기에서 연거푸 2승을 챙기다가 다음 2경기는 대량 실점으로 고개를 숙였고, 한화전에서는 무려 8이닝을 던지고도 득점 지원을 못받아 승리하지 못했었다. 롯데전에서 가까스로 3승을 챙긴 헥터는 경기가 끝난 후 밝게 웃었다. 경기 중엔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누구보다 밝고 활기차다.
사실 이날 경기전 김기태 감독은 "헥터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너와 메이저에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자기 자신만의 콘트롤 법을 확실히 갖춘 베테랑인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헥터가 이제는 한국 타자들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공을 던진다.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한국 타자의 유형 차이를 절감한 것이다. "커트 능력이 정말 좋다. 공을 커트해 파울로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로케이션에 신경을 쓴다. 또 포수가 원하는대로 잘 던지려고 한다. 그걸 놓쳤을때 오늘(3일)처럼 홈런이 나오는 것 같다"는게 헥터의 설명이다.
2경기 연속 110구를 넘게 던졌지만 연신 "괜찮다"고 말했다. 헥터는 "처음부터 200이닝을 던지는게 나의 시즌 목표였다.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코칭스태프에게도 내가 공을 얼마나 던질지 미리 이야기를 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축 투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팀 상황을 생각하면 더없이 도움되는 일이다.
일단 KBO리그 첫 단추는 잘 낀 것 같다. 한국에서 보낸 지난 한달.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할까. "행복하다"는게 헥터의 표현. "사람들이 너무 좋고 팀 구성원 모두 좋다"는 그는 "가끔 도미니카에 있는 아이들(헥터는 4명의 아이가 있는 아버지다)과 가족들이 보고싶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에 완전히 만족한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100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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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