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고맙고 미안하죠." 유희관(30, 두산)이 어렵게 첫 승을 붙잡은 소감을 이야기했다.
유희관은 지난 15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6-0으로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마운드를 내려온 그는 7-2로 경기가 끝나면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3경기 만에 첫 승. 그의 첫 마디는 "1승 거두기 힘들다"였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녹아든 한 마디였다.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피칭 내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그를 힘들게 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두 번의 등판에서 각각 5⅓이닝 5실점(2일 삼성전), 3⅓이닝 7실점(9일 넥센전)으로 부진했다. 팀 타선이 터지면서 두 차례 모두 패전을 면했다. 유희관은 "초반에 좋지 않았을 때 야수들이 동점 점수를 내줘서 패전 투수 될 뻔한 것을 면하게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세 번째 등판에서야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희관은 부담을 털어낼 수 있었다. 김태형 감독도 "스스로에게 중요했던 경기에서 잘 던져줬다"고 유희관의 호투를 반겼다.
비록 두 경기였지만, 초반 부진은 그에게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유희관은 "초반이기는 했지만, 내가 안 좋은 동안 다른 선발투수들이 좋다 보니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며 토로했다. 이어 "빨리 첫 승을 하고 싶었다. 첫 승을 하면 앞으로 잘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나름 잘 던지고 팀의 2선발로 나왔는데, 1,3선발이 잘 던져준 상황에서 내가 좋지 않으면 팀이 분위기를 타는 데 방해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주위에서 우리 팀이 좋은 선발진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중간에 껴서 흐름을 깨고, 누가 된 것 같아서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것 역시 새로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한 편으로도 부담이 됐다. "3년 연속 10승도 거뒀고, 지난해 커리어하이를 하면서 나를 향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런 기대를 만족시켜야한다는 부담감 아닌 부담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부담은 새 시즌을 앞둔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는 앞선 두 경기에서 부진했던 원인을 묻자 "첫 경기는 첫 경기인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첫 경기를 잘 못하게 되니 두 번째 경기에서는 만회해야겠다는 부담을 가지고 던졌다"며 "내 스타일이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고, 빠른 카운트에 아웃이 되든, 플라이나 땅볼이 되든, 빨리 승부를 봐야한다. 그런데 잘하려고 안 맞으려고 승부를 피했던 경향이 강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시즌 초반의 부진은 그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유희관은 "세 번째에는 앞선 두 번과 다르게 편하게 던진 것 같다. '언제부터 내가 잘 던졌나'는 마음으로 편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칠테면 쳐봐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앞으로 던져야 하는 방향인 것 같고, 모범 답안인 것 같다. 되새기면 잘 던져야겠다"고 밝혔다.
어렵게 잡은 1승. 그러나 여전히 그는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첫 승에 대한 부담을 지울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1승을 거뒀다고 자만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준비 잘해야겠다. 아직 3경기밖에 안했다. 이러다가 또 못 할 수도 있고, 잘할 수도 있다. 더 집중해서 계속 연승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목표 역시 '최고'를 바라는 것이 아닌 팀의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유희관은 "팀이 2년 연속 우승하는 것만이 목표다. 굳이 하나를 뽑으면 선발 로테이션을 다 지키는 것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다 지켰다는 것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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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