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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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P7GAB, Zest, 그리고 주성욱의 5년

기사입력 2016.03.29 08:05 / 기사수정 2016.03.29 08:14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기며 비교적 어린 나이에 선수들이 데뷔해 자신의 꿈을 펼친다. 빠르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러나 몇몇 이유로 늦은 나이에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kt 롤스터의 프로토스 'Zest' 주성욱이 바로 그런 선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로게이머에 도전한 주성욱은 같은 팀 출신 동갑인 이영호나 김대엽에 비해 늦게 프로게이머 무대에 도전했다. 다른 선수보다 늦었지만, 주성욱은 2014년 GSL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노력과 열정만은 누구보다 뜨겁다는 걸 증명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성적을 낸 주성욱은 2015년 프로리그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개인 리그와 팀 리그 모두 자신의 족적을 남겼고, 올해인 2016년 역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며 데뷔 5주년을 맞았다.


주성욱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시기는 다른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당시 살던 동네에서 얼마 없던 PC방에서 우연히 스타크래프트와 만났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재미를 붙였다. 지금은 프로토스 선수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는 테란을 선택했다고. "어린 나이에 인간 종족인 테란에 끌렸죠. 사람도 나오고 로봇도 나왔거든요". 그러나 주성욱은 테란으로 프로토스를 이기기 힘들어 결국 지금 종족인 프로토스를 주 종족으로 선택했다.

보통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부터 프로게이머 준비를 시작하지만, 주성욱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서야 프로게이머 무대에 도전할 수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프로게이머를 하려 했지만,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2008년에야 커리지 매치를 통과해 2009년 프로게이머로 추천받아 위메이드 폭스에서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주성욱의 첫 상대는 나중에 kt에서 팀 동료가 된 김성대. 주성욱은 데뷔전에서 김성대에게 무참히 패배했다. 자신의 데뷔전이니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주성욱은 결국 김성대와 같은 팀이 되어 복수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이후 김성대가 은퇴하며 결국 자신이 패배한 채로 끝났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주성욱의 첫 아이디는 'P7GAB', 글자 그대로 피칠갑이다. 흔한 아이디를 좋아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강렬한 이미지의 아이디를 찾다 보니 강렬한 이미지의 단어를 자신의 아이디로 사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미지가 강렬한데, 어떻게 보면 잔인해서 결국은 지금 아이디인 'Zest'로 바꿨죠"

프로리그 10-11시즌이 끝나고 위메이드가 해체됐다. 주성욱의 앞길이 묘연해졌지만, 당시 팀 동료인 박성균과 함께 주성욱은 kt 롤스터로 이적했다. 늦게 데뷔한 만큼 마음이 급하고 불안했지만, kt 롤스터라는  e스포츠 팀 중 최고로 꼽히는 팀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 거라고 당시 마음을 전한 주성욱은 이영호와의 첫 만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당시 이영호는 팔 수술 이후 재활을 위해 팀을 떠나있었던 상황이었고, 주성욱이 kt에 합류하고 2주가 지난 후에야 팀 내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영호는 "무서운 친구가 있어서 놀랐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정작 주성욱은 티비에서나 보던 선수를 볼 수 있어서 신기한 마음이었다고. kt 롤스터 이적 후 만난 박정석과 강민 역시 주성욱에게는 마치 TV에서 보던 연예인 같았다. "(이)영호 하고는 해외 대회를 다니며 이야기 하다 보니 맞는 부분이 많아서 친해졌죠".

2014년 로열로더가 되기 이전까지 주성욱은 개인 리그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프로리그에서는 성적을 냈지만 개인 리그와는 인연이 없었다. 주성욱의 마음은 급했지만 팀 내에서나 래더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냈기에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언젠가는 우승하겠다는 생각에 연습하는 날 외에도 휴가 복귀 당일이나 연습하지 않는 날에도 새벽까지 연습하며 주성욱은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았다.



이영호의 말대로 주성욱을 처음 보면 날카롭고 무섭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그러나 주성욱은 집안에서 1남 2녀 중 막내다.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런 거 같다는 게 주성욱의 이야기다. 사실은 수줍음도 많이 타고 낯도 많이 가린다고. 주성욱이 많은 영향을 받은 그의 아버지는 주성욱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한 그의 아버지었고, 프로게이머가 되어 뭔가 보여드리지 못한 상황이라 주성욱은 더욱 안타까웠다.

kt 롤스터 소속이었던 우정호 역시 주성욱이 같이 활동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한 선수다. 주성욱은 프로 데뷔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우정호에게 게임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주성욱이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강조한 단어가 있다. 바로 '노력'과 '연습'이다. 그리고 그 둘은 주성욱을 배반하지 않았다. 2014년 GSL 첫 시즌 예선을 통과한 주성욱은 우승자 출신인 이신형을 Code A에서 꺾고, Code S 32강에서 조성호와 이동녕을 격파하며 16강까지 오른 것. 그러나 16강에서 만난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조성주와 백동준, 김민철을 만난 것. 그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였다. 주성욱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자신감과 확신이 없었다. 심지어 16강 첫 경기에서 조성주에게 패배하며 패자전으로 떨어졌지만, 김민철과 백동준을 차례로 격파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주성욱이 만난 상대는 바로 얼마 전 글로벌 파이널 우승자였던 김유진, 그러나 3대 0으로 승리를 거둔 주성욱은 4강에서 또다른 우승 상대인 정윤종을 만나 4대 2로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킹 슬레이어'. 그 별명을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한 주성욱과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어윤수. 주성욱은 이전 시즌 GSL 준우승을 차지한 어윤수와 스튜디오 결승을 치뤘다. 우승을 위한 주성욱의 집념은 엄청났다.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눠지 않은, 연락처조차 없는 선수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습을 부탁했을 정도다.

"무조건 우승이라는 생각으로 제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먼저 부탁할 정도였죠. 경기 환경이 연습실과 비슷해 게임이 잘 풀렸고, 첫 개인 리그에 우승을 차지하며 로열로더가 되어 기뻤습니다. 제 목표 세 가지 중 하나를 멋지게 달성했으니까요".



주성욱의 개인적인 목표는 개인 리그 우승, 프로리그 우승, 그리고 프로리그 다승왕이었다. 2014년 개인 리그 우승이라는 첫 목표를 달성한 주성욱은 그해 케스파 컵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하고, 프로리그 결승에서도 통신사 라이벌인 SKT를 잡고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목표 중 두 가지를 2014년 한 해에 달성한 것. 자신은 프로리그 결승에서 졌지만, 통신사 라이벌을 꺾고 우승했기에 주성욱에게 잊을 수 없는 무대였다.

프로리그가 끝난 직후 주성욱은 해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IEM 시즌9 토론토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 결승 상대는 이영호였다. 주성욱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저나 영호나 프로리그 우승 직후라 경기력이 최고조였죠. 저는 먼저 결승에 올라갔고, 다른 준결승이 영호와 윤영서 선수였습니다. 윤영서 선수에게 진 적이 많아 복수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영호가 결승에 올라오더라고요. 다른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연습실 실력이 나오지 않아 고생했던 영호였지만, 결승에서 절 만나자 자기 실력을 그대로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죠. 같은 팀이라 그런 거 같습니다".

자신에게 최고의 한 해인 2014년에 이어 주성욱은 2015년 초 IEM 시즌9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낸 것. 대회 당시 경기력이 좋지 않아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고, 8강 이후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경기력이 돌아왔다는 주성욱은 결승에서 같은 종족인 조성호를 만나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자신있는 동족전이었기에 생긴 자신감으로 해외 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IEM 시즌9 우승 직후 주성욱은 잠시 흔들렸다. 개인 리그 예선에서 모두 탈락하고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에서도 패배가 잦아진 것. 주성욱은 프로리그 사상 최초로 다승왕과 다패왕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경기력 자체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시즌 막바지에는 10연승이 넘는 고공 행진을 보였지만, 최종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진에어 그린윙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영호가 3승을 먼저 따냈지만, 이후 김유진에게 내리 4패를 당한 것. 그리고 이 경기가 결국 이영호의 은퇴전이 됐다.



"영호의 은퇴는 발표 전에 알고 있었죠. 다들 영호가 나가면 kt 롤스터 스타크래프트2 팀이 문 닫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했었고요". 은퇴 이후에도 주성욱은 여전히 이영호와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가 은퇴 이후 서울로 집을 옮기고 처음 집들이를 간 게 자신과 김대엽, 전태양, 그리고 정윤종이었을 정도.

이영호의 은퇴만큼이나 2015년 연말과 2016년 초는 변화가 많은 시기였다. 게임 역시 군단의 심장에서 공허의 유산으로 바뀌었다. 주성욱은 자신이 적응이 느린 편이라 게임이 바뀌고 실력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주성욱은 2014년 우승 당시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영을 좋아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게임에 잘 맞아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허의 유산 초기 가장 뜨거운 이슈는 프로토스 사도였다. 새로 추가된 사도는 너무 강력해 결국 너프를 당했을 정도. 다행히 주성욱은 사도보다 돌진 광전사를 선호해 그나마 타격이 적은 편이였다. 돌진 광전사의 첫 공격 피해가 늘어난 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게 주성욱의 설명이다. 그래도 사도 너프 이후 패배가 늘어나며 자신이 못하는 건지 프로토스가 나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고. 걱정도 많았지만 결국 적응해 주성욱은 현재 개인리그 성적도 내고 있다. "적응의 문제였죠. 속으로는 여전히 프로토스가 조금 좋지 않지만,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팀 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그간 맡고 있었던 주장 자리 역시 김대엽이 맡게 된 것. 자신이 개인 리그와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에 나가는 일이 많아 제대로 팀원을 챙기지 못해 미안했다는 주성욱은 자신보다 더 친화력 있는 김대엽이 주장을 맡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대엽이가 처음 오는 사람들과 정말 잘 친해져요. 올 시즌을 앞두고 새 팀원들이 많이 왔는데 다 잘 챙겨주죠. 빨리 친해지기도 하고요. 대엽이가 개그를 하는데, 수준이 낮은 개그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잘 통하는 거 같아요(웃음)"

3년간의 노력 끝에 개인 리그 우승, 프로리그 우승, 프로리그 다승왕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2년 만에 이룬 주성욱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알렸다. 바로 블리즈컨 우승. 애너하임에는 두 번이나 갔지만, 블리즈컨 무대에서 경기한 적은 없었다. 2년 연속 LA 소재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16강에서 모두 탈락한 것. 개인 리그 예선만 뚫으면 우승할 수 있다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16강만 뚫으면 블리즈컨 무대에서 우승할 자신이 있다는 주성욱은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우승한 이후 시간이 꽤 흘러 다시 팬들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공허의 유산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 리그도, 프로리그도 모두 열심히 준비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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