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눕방의 창시자' 이경규가 해냈다.
26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MLT-23에서 이경규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1위를 기록했다.
후반전은 부엌에서 시작했다. 제작진의 실수로 음향이 나오지 않아 본격 팬터마임 방송을 시작했다. 당황하지 않은 것은 물론, 칠판에 "MBC의 실수", "나와 관계없다"고 쓰는 위트를 발휘했다.
그 사이 오디오가 복구됐고 이경규는 개들과 함께 짖으며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곧 반려견에게 먹이를 주다 손을 물렸다. 이경규는 "개답게 음식을 탐하지 말라"고 설교해 웃음을 안겼다.
방송을 하는 동안 강아지 입양 신청이 쇄도했다. 이경규는 "공짜로 주면 공짜로 버린다. 많은 생각을 하고 개를 사야 한다. 2세대 이상 가정을 우대하고 한 마리 이상의 반려견이 있는 집을 환영한다. 학벌은 필요 없다. 사람만 좋으면 된다"며 까다로운 조건을 밝혔다.
이어 '마리텔' 사상 처음으로 개 분양쇼(?)를 진행했다. 영상 통화로 입양 희망자 5명을 면접했다. 적합한 주인을 찾기 위해 "개들이 벽 뜯는 건 기본"이라며 각종 증거물을 보여주는 등 압박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그러다가도 세상 누구보다 편안한 표정과 자세로 눕방(누워서 진행하는 방송)을 시작했다. 심지어 수면실에 온 듯 불끄고 잠을 자기도 했다.
최종 순위 결과 시청률 35%로 김동현·추성훈, 김구라, 유민주, 박승건 디자이너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1위 호명 순간에도 앉아서 환호해 주위를 웃겼다.
이경규이기에 가능한 1위였다. 데뷔 35년 차 예능인답게 예능 단두대라 불리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며 최종 1위까지 달성했다.
앞서 그는 MBC '무한도전' 예능 총회에서 나이 얘기가 나오자 "누워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어려울 거 없다 그냥 누워서 계속 할 수 있다"라고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기어코 '마리텔'을 통해 눕방의 꿈을 실현했다. "10분 남았는데 6분만 쉬도록 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며 누워 있는 모습은 역시 이경규 다웠다. 불을 끄고 누워있는 모습까지 개그로 승화했다.
'예능대부' 수식어에 걸맞은 노련한 입담도 큰 몫을 했다. 다른 출연진처럼 많은 것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지루할 틈없었다. 그는 "4주 안에 김구라를 아웃시키겠다. 서유리는 예림이로 바꾸겠다. 모든 사람이 누워서 하는 방송을 꿈꾸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57세의 나이에도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쏟아지는 댓글을 틈틈히 읽고 소통했다. 개인기 요청이 이어지자 트레이드마크인 눈알 돌리기까지 선보여 웃음을 줬다. "개는 개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방송은 누워서, 서유리는 이예림으로"라고 외치며 채팅방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누리꾼의 의견을 모아 입양 희망자도 정했다.
무엇보다 반려견에 대한 진심이 통했다. '애견인' 이경규는 직접 키우는 반려견을 총출동시켰다. 갓 태어나 꼬물거리는 강아지는 귀여움을 자극했고, 표정과 행동만으로도 웃긴 성견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안겼다.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을 걱정하는가 하면, "처음에는 젖을 못 먹는 줄 알았다. 밑에 깔린 애들도 있어서 밤새 잠 못자고 보고 있었다"며 진정한 애견인의 모습을 보였다. 퉁명스러운 이미지와 180도 다른 강아지 사랑이 색다른 볼거리를 줬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