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올해 서른네살이다. 서른네살의 프로 선수는 자신의 야구가 있다. 채태인은 그 야구를 이곳에서 하면 된다."
올해 첫 트레이드에 야구계가 들썩였다. 주인공이 채태인(34)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 겨울부터 꾸준히 '트레이드설'의 주연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그가 정말로 팀을 옮겼다.
23일 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본 채태인은 익숙한 푸른색 유니폼 대신 자줏빛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본인도 다소 어색한듯 쑥스러운 동작을 취했지만, 그는 경기전과 경기후 타격 훈련을 자처하며 한시 빠른 적응을 위해 노력했다. 부상 회복 탓에 아직 실전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채태인은 24일 잠실 LG전에서 올해 처음으로 시범경기에 뛸 예정이다. 물론 넥센 소속 선수로.
넥센의 '채태인 활용법'은 어떻게 될까. 채태인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끝낸 후 지난 2007년부터 9시즌 동안 삼성에서 뛰었다. 통산 타율은 3할1리고, 통산 홈런은 81개다. 평균 장타율이 4할5푼 정도에 시즌 최다 홈런이 17개, 지난해에는 8홈런에 그쳤다. 파워형 타자보다 교타자에 더 가깝지만 단타 대비 2루타 비율이 7:1 정도로 장타 생산 능력이 있는 타자다. 1루 수비도 정상급이다. 그간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비롯해 잔부상이 많은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채태인을 3번, 5~7번 사이에 놓겠다"고 선언했다. 대니돈을 중심으로 채태인과 윤석민, 김민성, 이택근이 상황에 따라 클린업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확실치 않은 포지션 정리가 고민이 될 법도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전혀 고민 안된다"고 잘라 답했다. "지난해까지는 유한준, 박병호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주축 타자들이 빠져도 좋은 백업이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윤석민이 바로 그 좋은 백업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윤석민이나 김민성에게 과부화가 걸리면 대책이 없다. 치명타다. 백업층이 얕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해 서건창이 시즌 초반 큰 부상을 입는 것을 누구도 예상못했던 것처럼, 최악의 사태 대비를 위해 타선 보강을 꾀한 셈이다.
투수진도 함께 약해진 상황에서 젊은 유망주 김대우를 떠나보낸 것도 또다른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일장일단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베테랑 채태인의 가치에 더 큰 도박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채태인에게 어느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염경엽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야구를 그대로 하면 된다. 34살이라는 나이의 선수는 자기의 것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자신의 야구를 하면 된다. 다만 잔부상 없이, 피로누적 없이 풀시즌을 뛸 수 있도록 관리를 해주겠다"고 답했다. 이제 채태인이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트레이드가 타당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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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