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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 종영] 불륜극 치부하기엔 아까운 수작

기사입력 2016.03.23 01:23 / 기사수정 2016.03.23 07:39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4부작 단막극 KBS 2TV '베이비시터'가 숨 쉴 틈 없는 반전을 선보이며 막을 내렸다. '불륜'이라는 주제와 주연 배우의 연기력으로 논란이 됐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베이비시터'는 천은주(조여정 분)·유상원(김민준) 부부의 집에 베이비시터로 들어온 장석류(신윤주)와 이들과 얽힌 표영균(이승준)의 본능적인 사랑과 묘한 신경전을 다뤘다.

첫 회부터 화목한 가정을 뒤흔드는 장석류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19세 미만 관람불가로 제작된 '베이비시터'가 지상파 방송 소재로 적합하냐는 비판도 잇따랐다.

'베이비시터'는 단순히 '불륜극'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췄다. 장석류 표영균을 향한 질투에 눈이 먼 유상원이 이들을 죽이고, 마지막에는 천은주가 교통사고를 가장해 유상원을 죽음으로 내모는 반전이 이어졌다.

'남녀의 치정'이라는 뻔한 주제 속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교차하고 반복되는 화면들 속에서 1회부터 4회까지 단단하게 이야기가 구성됐다.

'KBS 드라마 스페셜' 등을 통해 신인 작가의 등용문을 마련했던 KBS는 '베이비시터'를 통해 단막극의 힘을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단막극의 존재 가치를 전한 것이다.


연출도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천은주 유상원 장석류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세 사람이 식탁 아래에서 발이 뒤엉키고, 벽 하나를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상황으로 표현했다.

'베이비시터'는 '불륜'이라는 키워드를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닌 그 속에서의 고민과 숨결을 섬세하게 그렸다. 장면마다 호흡이 길었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배경음악은 각 장면에 세련미를 더했다.

이 작품은 '조여정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조여정은 남편을 위해 헌신한 아내와 광기 어린 복수심에 불타는 여성의 상반된 모습을 잘 그려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베이비시터'는 첫 회 3.1%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종영했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지만, 전작 '무림학교'의 흥행 참패의 바통을 이어받은 영향이 컸다.

주연 배우인 신윤주와 김민주의 연기력도 작품을 빛내지 못한 문제로 지적됐다. 신윤주의 어색한 대사 처리는 작품 몰입을 방해했고, 김민준의 평면적인 연기도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베이비시터'는 흥행의 기준 외에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불륜극'이라고 선을 긋기에는 참신한 시도와 작품성이 박수 받을 만 했다.

in999@xportsnews.com / 사진 = '베이비시터' ⓒ KBS 2TV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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