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천안, 조용운 기자]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극과 극을 보였다. 세터 노재욱(24)의 긴장 여부가 현대캐피탈의 결과로 이어졌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은 오로지 노재욱의 손에 우승과 준우승의 희비가 달려있다.
1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16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세터 전쟁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경기 안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간 현대캐피탈에는 노재욱의 쏠림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
노재욱은 올해 성장폭이 상당했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새롭게 입은 뒤 명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의 지도 아래 스피드배구를 완성했다. 민첩한 토스로 4~5명의 공격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노재욱의 운영은 현대캐피탈을 막판 무적 행진으로 이끌었다.
다만 일장일단이 분명했다. 노재욱의 패기와 신선함은 있지만 큰 무대서 버틸 수 있는 경험은 전무했다. 패배를 모르고 내달리던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이 챔프전의 변수로 잘하던 노재욱을 꼽은 이유다. 최 감독은 "노재욱의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 챔프전에서 즐긴다면 우리는 더욱 강해지겠지만 긴장한다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용한 경고였지만 1차전에서 먼저 흔들린 쪽은 노재욱이었다. 최 감독은 훈련 때부터 노재욱이 부담을 가질까 가능한 주장 문성민을 통해 주문을 했지만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을 상대로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내내 자랑하던 다양한 공격루트를 창조해내지 못했다. 좌우 쌍포 오레올과 문성민은 물론 윙리시버와 센터가 모두 공격에 가담하는 현대캐피탈의 스피드배구는 공격진의 고른 점유율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날 노재욱은 긴장한 듯 토스 방향이 한쪽으로 쏠렸다. 1세트에는 오레올이 62.5%의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단조로웠다. 2세트도 노재욱은 문성민에게 28%를 할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잘 풀리지 않는지 최 감독은 2세트 중반 대체 세터인 한정훈을 투입했지만 토스 실수가 나오면서 해법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노재욱은 자신의 문제점을 이겨낼 그릇으로 성장했다. 3세트부터 노재욱의 토스가 신을 냈다. 한 명에게 절반 가까이 쏠리던 점유율도 3세트부터 확 줄었다. 추격을 알린 3세트부터 균형을 맞춘 노재욱은 완벽하게 세트를 가져온 4세트 오레올(28.57%), 신영석, 박주형, 문성민(이상 19.05%)이 고른 점유율을 가져가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아쉽게도 현대캐피탈은 풀세트까지 승부를 끌고갔지만 마지막 순간 15-17로 패하면서 1차전 기선제압을 상대에 넘겨줬다. 그래도 뒤늦게 노재욱의 몸이 풀린 것은 앞으로 있을 시리즈를 낙관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현대캐피탈 구단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