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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심은경, 연기를 향한 진심을 찾아가는 시간

기사입력 2016.03.28 18:30 / 기사수정 2016.03.28 15:52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심은경이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출연작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대체할 수 없는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온 그가 '널 기다리며'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심은경은 자신이 연기한 희주 캐릭터를 떠올리며 "제가 표현한 모습이 최선이었을까요"라고 물음을 던졌다.

"아쉬움이 많이 스쳐가는 것 같아요. 희주 캐릭터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현장에서 제가 표현하면서 어려웠던 게 사실이고요. '이 작품이 어떻게 비춰질까', '내가 연기한 희주를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해줄까' 궁금했어요."

지난 10일 개봉한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날, 비슷한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의 추적을 그린 작품이다. 심은경은 아빠를 죽인 범인을 쫓는 소녀 희주로 등장한다.

심은경에게는 데뷔 후 첫 스릴러 도전이었다. 희주의 심리를 이해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복수를 다짐하는 잔인함과 냉정함, 또 한편으로는 이것과 대비되는 천사 같은 순수함을 가진 복잡한 내면을 사람들한테 공감시켜야 하는 것이 과제였다.

2003년 드라마 '대장금'의 아역으로 연기에 첫 발을 뗀 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자연스럽게 성인 연기자의 길을 밟았고, 내실을 다져 온 심은경이다. 그 중에서도 '널 기다리며'는 촬영 중에도, 또 촬영 후에도 고민과 생각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유난히 그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 준 작품이었다. 심은경의 표현을 빌리면 '감독님과 함께 감정의 끝까지 갔던' 작품이었다.


"희주의 성격 자체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공감이 안됐다기보다는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손을 내밀어도 확 와 닿지 않는 느낌? 제가 내린 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내가 느끼는 이 혼란스러운 감정이 희주의 마음이겠지' 생각하면서 순간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에 많이 충실하려고 했어요."

평소 호러 장르를 좋아해왔었고, 또 첫 스릴러 도전이기에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컸다. 복잡한 심리 표현 이외에도 추격신 같은 거친 장면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것은 힘들지 않았는데, 고소공포증 때문에 옥상에 앉아있는 장면을 찍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갔는데도, 진짜 올라가니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 '죄송합니다, 잠깐만요'를 계속 말씀 드렸어요"라고 이내 다시 소녀 같은 모습을 내비쳤다.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 촬영을 마치고 연기에 대한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되짚었다.

"항상 연기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연기라는 걸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는 연기가 좋은 연기이고, 관객에게 진심을 전달해 줄까'하는 것들이요. 나는 진짜 진심을 보여주고 싶은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었어요. 결국 연기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가 나와 맞는 길일까'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깊었던 고민의 시간이었다. 그만큼 열정이 컸기에 생각에 빠져들수록 상실감도 컸다. 영화 '써니'(2011)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수상한 그녀'(2014) 등 출연하는 작품들마다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최연소 흥행퀸', '충무로의 미래' 등 최고의 수식어를 품에 안아왔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성공'이라는 단어에 물들었고, 이는 고스란히 부담감으로 돌아와 심은경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에 대한 진실성, 본질을 깨닫고 얻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욕심을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웃음) 내가 연기를 왜 하게 된 건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제 스스로가 욕심이 많은 것도,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싶은 것도 맞는데, 여유 있게 나를 돌아볼 시간 없이 너무 나만 생각해 왔던 거죠. 작품을 많이 하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연기를 너무나 하고 싶었던, 그 진심을 다시 찾고 싶어요."

그렇게 심은경은 '초심'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집중하고 있다.

"'내가 처음에 연기를 했을 때 어떤 감정이었지' 그런 것을 생각해보니까 저는 연기를 정말 좋아하고, 한 역할을 맡으면 거기에 감동을 받아서 진짜 열심히 했던 아이더라고요. 이제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한 작품, 또 한 역할을 맡을 때마다 더 진실하게 다가가고 집중하자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연기를 향한 진심을 찾아가는 심은경의 시간은 '널 기다리며' 이후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널 기다리며'에 앞서 로봇 목소리 연기로 화제가 됐던 '로봇, 소리'를 비롯해 올해에만 '조작된 도시', '궁합', '서울역'(목소리 출연) 개봉을 앞두고 있고, '특별시민' 출연까지 결정했다. '걷기왕'으로 데뷔 후 첫 독립영화 출연이라는 의미 있는 행보를 택한 점도 눈에 띈다.

심은경은 "연기를 하는 저의 진심이 대중에게 잘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그것 하나만 정말 너무나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라고 미소 지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또 선택해왔던 그동안의 과정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다시 연기라는 긴 레이스에 출발선에 선 심은경의 발걸음에 기대가 더해진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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