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선우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갖가지 논란 속에서도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우선 '유정선배' 박해진을 빼놓을 수 없다. 박해진은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로 제작되기 이전 웹툰 시절부터 가상캐스팅 1순위였다. 드라마 속 '유정선배'는 기대 이상이었다. 외모부터 분위기, 연기력까지 어느 하나 결여되는 점 없이 완벽하게 '유정선배'로 분했다. 또한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답게 달달함부터 섬뜩함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마지막회에서는 진한 눈물로 숨겨뒀던 감정까지 분출했다.
사실 첫방송 당시 서강준, 남주혁 등 자신보다 10살 여 어린 후배들과의 투샷이 다소 어색했지만, 2회부터는 자연스러운 대학생 느낌으로 스며들었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분량이 줄어들어 10분을 나와도 박해진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충분했다.
'홍설' 김고은의 활약도 빛났다. 김고은이 맡은 홍설 캐릭터는 '치즈인더트랩'의 여자 주인공으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김고은의 캐스팅이 확정되자 웹툰 속 홍설과 다르고, 연기력 또한 부족하다며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김고은은 첫방송에서 모든 논란을 종식시켰다. 홍설의 전매특허인 답없는 곱슬머리마저 그의 사랑스러움으로 승화시켰고, 연기 또한 자연스러웠다. 김고은하면 떠올랐던 '은교'라던 수식어를 말끔히 지워버리고 풋풋한 여대생 '홍설'로 완벽히 변신했다.
한편 서브 남주의 반격은 '응답하라 1988'에만 있던 것이 아니다. 서강준은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완벽히 선보였다. 백인호라는 캐릭터를 원작보다 더 감칠맛나게 구현해내며 '만찢남(만화를 찢은 남자)'의 애칭을 얻었다. 특히 껄렁함 속에 내재된 애절함은 '만찢남'을 넘어 '맘찢남(마음을 찢은 남자)'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치즈인더트랩'의 열연은 비단 주인공들만의 공이 아니다. 주변 인물들의 '케미'가 더해져 시너지를 냈다. 홍설의 베스트 프렌드 보라 역을 연기한 박민지는 극 중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지난 2005년 영화 '제니주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었다. 그에게 '치즈인더트랩'은 새로운 인생작이 된 셈.
박민지와 '연상연하 케미'를 뽐낸 남주혁 역시 훈훈한 연하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여심을 저격했다. 극중에서 남주혁은 '보라 바라기'를 자처하며 한결 같은 순정남의 모습을 이질감 없이 연기했다. 연기자로 발돋움 중인 그는 모델 뿐 아니라 연기까지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 구역의 미친 자' 백인하 역을 소화한 이성경은 극 초반에 어색한 대사 처리와 과한 표정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지만 극 중반으로 갈수록 '치즈인더트랩'에서 배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안하무인에 얄미움의 끝을 달리다가도 언뜻 보이는 엉뚱함은 결코 백인하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치즈인더트랩' 속 '발암 유발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현실 공감 120%를 끌어낸 상철 선배 문지윤과, 오영곤(지윤호 분), 손민수(윤지원 분)가 그 주인공. 이들은 실제로 존재할까 무서울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앞세워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치즈인더트랩'은 tvN 월화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갖가지 논란에 시달리고 열린 결말로 아쉬움을 남겼다. 끝내 '고구마' 드라마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사이다'였다. 결코 배우들의 열연까지 퇴색시킬 수는 없었다.
sunwoo617@xportsnews.com / 사진 = ⓒ 엑스포츠뉴스DB,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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