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오키나와(일본), 나유리 기자] "소리만 듣고 이기고있구나 싶었는데 지고 있더라니까요?" KIA 타이거즈의 한 구단 관계자가 껄껄 웃었다.
KIA는 경기중 더그아웃이 가장 시끄러운(?) 팀이다. 정규 시즌때는 관중들의 함성 소리와 경기장 자체 앰프 사운드가 크기 때문에 더그아웃의 소리가 바깥으로 잘 들리지 않지만, 스프링캠프에서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연습 경기 도중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지켜보는 선수들이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응원을 한다. 타석에 선 타자가 볼을 하나 골라내기만 해도 "좋아", "좋다"라는 소리가 쏟아지고 박수도 우렁차게 친다. 출루라도 하면 홈런 이상을 친 것같은 환성이 나온다. 자팀의 투수가 마운드 위에 있을 때도 비슷하다. 스트라이크를 힘차게 꽂아 넣으면 휘파람을 불거나 환호하고, 제구가 잘 되지 않아 볼이 연속해서 나와도 "잘하고 있다", "믿고 던져라"며 격려한다.
이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KIA 더그아웃의 데시벨이 높다.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젊고, 20대 초중반에 많은 선수들이 몰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활기찬 분위기는 지난해 캠프때부터 정착됐다.
타 팀과의 경기 뿐만 아니라 자체청백전을 할 때도 선수들끼리 재미난 내기를 하거나 열띈 응원전이 펼쳐진다. 스스로 재미있게 야구를 즐기고 마음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선수들의 자발적 노력이다.
KIA의 코칭스태프도 이를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 코치는 "우리가 진 경기였는데 더그아웃 분위기는 상대팀보다 우리팀의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상대팀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처져있었던 반면에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활기차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고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작년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이어져온 연습경기 연패를 끊던 지난 18일 라쿠텐전. 투수들은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타자들도 좋은 활약을 하면서 승리한 후 김기태 감독이 선수단 전체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기고 지는 것은 감독이 신경쓰겠다. 승패는 신경쓰지 말고 야구를 즐기면서 하라"고 당부했다. 선수들의 얼굴에도 기분좋은 미소가 어렸고, 코칭스태프도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또 특별히 라쿠텐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김윤동, 박동민, 이홍구, 오준혁, 박진두, 황대인)과 코칭스태프가 모여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움을 더했다.
희망찬 시즌 개막을 앞둔 가운데 KIA의 겨울은 이렇게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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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