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인천공항, 나유리 기자] "제 명예 회복 보다는…할 수 있는 것들을 집중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돌부처' 오승환(36,세인트루이스)이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유난히 혹독하고 추운 겨울이 살짝 누그러진 11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가족의 배웅을 뒤로 한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기회의 땅' 미국으로 떠난다.
오승환에게 이번 겨울은 일생일대의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계절이었다. 도박, 거짓말 파문에 휘말리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명성이 추락했다. 그간 바른 생활, 프로 선수로서의 자기 관리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오승환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공교롭게도 위기와 기회가 함께 찾아왔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한신 타이거즈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그가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더디게 흘러가는 메이저리그의 FA 시장 상황과 맞물려 도통 소식이 들리지 않았던 그는 새해를 넘겨 지난달 중순 드디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계약을 알려왔다. KBO리그-NPB를 거친 아시아 불펜 투수의 의미있는 행보였다. 더욱이 막강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는 강팀과 계약을 맺어 그간 활약과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가치도 함께였다.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진출이지만 기뻐할 수 없었다. 오승환은 계약을 마치고 입국한 직후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호감을 사는 것보다, 떨어진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는 길이 더 멀고도 험한 법.
하지만 야구선수로서의 오승환의 시계는 계속 흘러갔다. 취업 비자 발급을 기다리면서 국내에서 착실히 개인 훈련을 한 그는 드디어 오는 17일 플로리다의 팀 캠프 합류를 앞두고 6일 먼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국을 앞둔 오승환의 표정은 전보다 더 진지하고 동시에 편안해보였다. 다시 출발선에 선 만큼 오로지 야구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러났다. "준비를 많이 했다.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오승환은 "개인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며 출국 전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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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