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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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또 뱀파이어물? '렛미인'은 다르다

기사입력 2016.02.11 09:51 / 기사수정 2016.02.11 09:51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뱀파이어 소녀와 외톨이 소년의 사랑. 인간이 아닌 괴물과 인간의 러브스토리는 그간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에서 다뤄져 익숙하다. 하지만 ‘또 뱀파이어물이야?’라는 생각은 접어둬도 좋다. 기존 뱀파이어물과 얼마나 다르겠느냐는 생각을 뒤집을만큼 빨려 들어가는 흡인력을 보여준다. 

연극 ‘렛미인’이 아시아와 비 영어권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초연 중이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제작해 2013년 초연,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공연을 거친 작품으로,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스웨덴과 미국에서 영화로 선보이기도 했다. 신비로운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자신과 친구가 돼 준 일라이를 사랑하게 되는 왕따 소년 오스카가 주인공이다.

어머니와 둘이 사는 오스카는 동급생에게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한다. 칼로 나무를 찌르는 시늉을 하다 옆집에 이사 온 소녀 일라이와 처음 만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진다. 하지만 일라이가 이사 온 뒤부터 마을에는 의문 모를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일련의 사건들로 오스카는 일라이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극은 영화처럼 열린 결말을 택했다. 과연 일라이와 오스카는 완전한 사랑을 이룬 걸까. 아니면 평생 일라이의 곁을 지킨 하칸처럼 오스카도 같은 삶을 살게 될까.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그렇다고 찜찜하고 모호한 느낌은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오히려 먹먹함을 수반하며 긴 여운을 준다. 

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Replica Production)을 국내 연극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연극의 특성상 장면의 생략이 많고 영화보다 섬세한 감성을 표현해내긴 어렵지만, 곳곳에서 이뤄진 무브먼트와 수영장 신 같은 생동감을 주는 무대 장치로 이동이 제한된 연극의 한계를 극복한다. 

눈으로 뒤덮인 바닥, 나뭇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무들이 놓은 무대는 쓸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일라이와 오스카의 순수한 사랑을 나타내는 하얀 눈과 여기에 흩뿌려지는 붉은 피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소파와 침대 위, 사탕가게, 정글짐, 학교 등 모든 대화는 눈이 내린 숲 속을 배경으로 이뤄진다. 고독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작품을 지배한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올라퍼 아르날즈의 감미로운 음악은 이 작품 특유의 감성을 극대화한다. 몽환적인 ‘Old skin’, ‘Words of Amber’ 신비로우면서 음침한 느낌의 ‘Sudden Throw’, ‘Carry me Anew’, 긴장감을 부여하는 격동적인 'Brim'까지 극에 잘 녹아든다. 

영화 ‘베테랑', '사도', ‘검은사제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단숨에 충무로의 떠오르는 대세가 된 박소담은 일라이의 천진하면서도 강한 면모를 부각한다. 더블캐스팅된 신예 이은지는 성숙한 일라이를 표현한다. 

일라이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오스카 역의 오승훈과 안승균 역신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를 펼친다. 혼자인 오스카가 일라이를 만나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남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하칸을 연기한 주진모는 절제된 연기로 연륜을 보여준다.

28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140분. 만 13세 이상. 공연문의: 02-577-1877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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