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연기에 관해서만큼은 더 열정적이고 진중한 강동원의 뚜렷한 주관은 한 시간 남짓의 짧은 대화를 통해서도 금세 드러난다. 작품 이야기를 전할 때면 '예를 들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구체적으로, 또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말하곤 한다.
최근 진행된 CGV 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강동원은 46.3%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지난해 관객들이 선정한 가장 매력적인 배우 1위에 올랐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2위(28.2%), 연기력 좋은 배우 10위(9.1%), SNS 인기 배우 5위(버즈량 113,227) 등 각 부문에 고루 이름을 올리며 대중의 탄탄한 믿음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를 접한 강동원은 "나쁜 게 아니면 1등 하는 게 좋으니까요, 특히 연기 쪽은"이라며 웃음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순위를 곰곰이 되짚으며 "이 순위는 정말 관객이랑 직결되는 것이니, 배우로서는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눈을 빛낸다.
상에 대한 욕심, 혹은 뛰어난 외모 때문에 연기력이 저평가 된다는 세간의 이야기는 그에겐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강동원은 연기력에 대한 평가를 진지하게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의문을 던진다. "정말 신기하네요. 연기력 평가는 10위인데, 믿고 보는 배우 순위가 2위인 건 왜일까요"라며 웃는 그에게서 누구보다 또렷하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2003년 데뷔 이후 어느덧 14년차 배우가 됐다. 이제는 배우의 삶, 그리고 연기라는 것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며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조금씩 더하고 있다.
"태도는 많이 바뀌었어요. 나이도 들었고요(웃음). 할 일이 너무 많으니 그냥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이런 사소한 것을 가지고 화를 내고 있을 시간도 없고, 갈수록 '세상 혼자 사는 게 절대 아니구나'라고 점점 더 느끼고 있죠. 예전엔 20대 초반 때는 지금보다 강압적인 분위기도 있었고, 당연히 제가 현장을 아우를 수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현장에 가면 후배들이 훨씬 많아요. 서로서로 얘기해서 '잘 하자'고 하죠. 여유가 생기니 다른 쪽에도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스태프들도 챙기게 되고요. 오래 보면서 편해지고 친해지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부탁하면 하지 뭐' 이렇게 더 많이 열린 것 같아요."
연기 외적으로 오는 스트레스에 힘들 때는 있었지만, 단 한 순간도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의 하루하루를 그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는 '앞으로의 5년과 10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미래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게 된 것은 물론이다. 강동원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지난 달 18일 YG엔터테인먼트 합류 소식을 알리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 역시 담담하게 받아들인 강동원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정말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한 선택이었거든요. 여러 가지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도저히 이제는 내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를 길게 봤을 때는 지금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있었어요"라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가 그리고 있는 큰 밑그림에는 데뷔 때부터 꾸준히 생각해 온 '해외진출'이라는 바탕이 자리하고 있다.
강동원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데, 언제나 '해외진출은 해야 된다. 이건 해야 될 일이다'라는 게 있었어요. 당연히 하고 싶죠"라고 강조했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이유는 한국 영화의 파이를 키우고, 더 나아가 아시아의 시장을 넓히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강동원은 "중국과 비교를 하면, 한국 현장은 훨씬 지저분해요. 정말 다들 건강을 담보로 맡겨놓고 일을 하거든요. '진짜 인간답게 일해야 하지 않나' 싶죠. 그러려면 돈이 더 있어야 하는데, 거기서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예산을 높이려면 결국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봐야 하잖아요. 한국은 인구가 5천만 밖에 안 되는데 꾸준히 계속 천만 영화가 나와야 투자도 많이 받아서 3~4백 억짜리 작품도 찍을 수 있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할리우드는 자본력으로 엄청난 영화들을 만들어내잖아요. 한국에서 천 억짜리 영화도 찍어보고, 같이 맞서 싸울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중국 영화 예산의 10분의1을 가지고 만드는데, 그걸로 똑같은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니까 결국에는 잠 안 자고 안 먹고 찍을 수밖에 없죠. 언제까지 이렇게 안전과 수명을 담보로 일해야 될까 그런 생각이 있어요. 와이어 촬영으로 예를 들면 두 개를 설치해야 안전한데, 시간과 돈이 두 배로 드니까 하나만 설치를 하고 찍어요. 그걸 하나만 달고 아파트 5층까지 올라가서 촬영하다 줄이 끊어지면 죽는 건데 말이죠. 십 몇 년을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이건 아닌데, 좀 나아져야 되는데' 생각하지만 안 나아지죠. 돈이 없으니까요."
'지금에 최선을 다하되, 시장을 넓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단기적인 계획이다. 강동원은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하겠죠.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고 두들겨보고, 가능성을 좀 더 열어두고 기회가 오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시장을 넓히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요. 기회가 있으면 협업도 해보고,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제 이름을 가지고 많이 투자를 받아서 다 같이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아시아 시장에서 그게 가능해지고, 만약 제 출연작이 아시아에서 동시 개봉하게 된다면 축배를 들고 '해냈구나'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을 맺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품을 수 있는 생각의 변화만큼이나 뜨거운 열정, 그리고 냉정함으로 자기중심을 잡아가는 강동원. '배우'라는 두 글자 이름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고 늘 그랬듯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갈 그의 행보에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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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