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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에서 은퇴하고 싶다" 이범호가 선택한 가치 [송년 인터뷰 ①]

기사입력 2015.12.29 07:00 / 기사수정 2015.12.29 00:45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FA 원 소속 구단 협상 마감일.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이범호(34,KIA)는 곧바로 김기태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뜸 "감독님, 오래 계셔 주세요"라는 말에 김기태 감독은 연신 "알았다. 알았다"고 답했다. 이범호가 자신의 프로 인생 마지막 팀을 다시 한번 확인받는 순간이었다.

그가 KIA 유니폼을 입은지 벌써 5년이 지났다. 한화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한화의 대표 선수로 성장했던 이범호는 짧은 일본 도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KIA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2015시즌 종료 후 생애 두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수월할 것이라는 외부 예상과 달리, 이범호의 계약 소식은 원 소속 구단 마지막날 오후까지 들리지 않았다. 의외로 진통이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KIA가 이범호와의 두번째 FA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한다. 3+1년 총액 36억원이었다.

"사실상 현역 생활의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범호는 이제 새로운 준비에 들어갔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다시 못하게 될 두 아이의 아빠 노릇도 함께.


-계약을 앞두고 어떤 고민을 했나.


"고민을 안할 수가 없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FA 아닌가. 나는 더이상 돈을 벌 수 있는 시기가 없다(웃음).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나, 아니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이 있느냐 하는 것을 생각해봤다. 그래서 내가 첫째로 생각했던 것들을 굽히지 못했다. 시간이 가고 마지막날이 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도 듣고 김기태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돈 조금 더 받는 것보다 계속 함께했던 팀과 가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KIA에서 계속 뛰고 싶은 생각은 그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기회로 더 간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선택했다."

-계약을 하고 나니 오히려 후련한가. 5년 동안 뛴 팀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몇번의 계약도 해봤고 팀을 옮기기도 했었다. 팀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고민했던 것도 있다. KIA에서도 몇년 동안 굴곡이 많았다. 좋은 시즌을 보내다가 부상으로 2~3년 정도 고생도 했었고.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만약 KIA와의 협상을 뿌리치고 새로운 팀을 찾아 갔다고 해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나 여러가지 압박이 심했을 것이다. 또 KIA에서 은퇴를 하는게 맞지 않나 싶기도 했다."

-벌써 은퇴를?

"최고 인기 구단에서 은퇴하는 것도 멋지지 않나?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만 하는게 맞다."

-연고가 전혀 없는 광주에서의 생활에 불편함은 없었나.

"그런건 전혀 없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불편함이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겠지. 광주에 있으면서 생활에도 무척 만족했고, 가족들을 생각했을 때도 큰 변화를 주는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올 시즌은 마지막엔 웃었지만 초반 마음 고생이 심했다. 부진이 길었고, 특타나 2군행을 자청하기도 했다.

"(한숨) 솔직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다. 그만큼 힘들었다. 원래 내가 항상 시즌 초반에 못하는 스타일이다. 따뜻해져야 잘친다. 그런데 올해는 따뜻해져도 방망이가 안맞더라. 잘 맞으면 야수 정면으로 가고. 미치겠더라. 감독님과 박흥식 타격코치님을 찾아갔다. '정말 안될 것 같습니다. 2군 가서 열흘 정도만 하고 오겠습니다'고 말씀 드렸더니 감독님이 '나는 절대 주장을 2군에 보내지 않는다'고 답하셨다. 그때 책임감을 가지면서 다시 한번 마음이 잡혔다. 그리고 내게 부족함이 있더라도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FA 계약에 지금 코칭스태프와의 호흡도 많은 영향을 미쳤나.

"계약 끝나고 감독님께 전화드려서 '오래 계셔주세요. 오래 계셔주셔야 합니다'하고 말씀드렸다(웃음). 그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지금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의 야구관이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야구관과 비슷하다. 그래서 많이 배우고 있다."

-개인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아쉽다. 시즌 초반에 조금만 더 잘했다면 30홈런도 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나마 없는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던 것 같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시즌이었다."

-팀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클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프고 힘들때도 빠지고 싶지가 않았다. 주장이라는 책임감도 물론 있었지만, 왠지 내가 빠지면 그 경기에서 홈런 하나, 타점 하나를 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았다. 감독님이 쉬라고 해도 쉬지 못했다. 물론 내가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보탬이 되는 건 아니다. 빠지는게 더 좋은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만큼 팀 성적이 중요했다. 1패는 곧 낙오였지 않나. 보탬이 되고 싶었다."

-주장에 대한 책임감이 컸던 것 같은데, 사실 인터뷰 요청도 워낙 많고 고달픈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스트레스는 안받는다. 내가 추구하는 야구선수로서의 삶은 인터뷰가 안들어오면 끝난거다. 요청이 들어올 때가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선수 생활을 한다. 사실 선수 생활을 마흔 넘어서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너무 오래하는 것도 후배들에게 민폐다. 은퇴 할때가 프로 20년차가 된다."

-프로 생활을 20년이나 하는 것은 큰 축복인 것 같다.

"그렇다. 20년이나 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스무살때 '5년만, 딱 10년만 야구하자'는 생각으로 프로에 들어왔는데 훨씬 넘겼다."


※이범호 송년 인터뷰 2편(12/30)으로 이어집니다.

NYR@xportsnews.com/사진=이범호 ⓒ 엑스포츠뉴스DB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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