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당연히 부담스럽죠. 여섯명이 저 하나에 살수도 죽을 수도 있는데."
IBK기업은행은 13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16시즌 V리그 흥국생명과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1(25-27, 25-19, 25-20,25-16)로 승리했다. 이날 주인공은 단연 김희진이었다. 홀로 28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후위공격 서브에이스 블로킹 3점을 모두 채우며 올시즌 여자 1호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주인공 김희진은 팔 다리에 주렁주렁 얼음 주머니를 달고 무거운 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가벼웠다. 지난 5일 현대건설전에서 3득점 공격성공률 12.5%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던 자신을 극복해낸 덕분이었다.
이날 라이트로 선발 출전한 김희진은 첫 세트에서는 4득점 공격성공률 18.75%에 그치며 부진이 이어지는듯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신감도 떨어졌다. 김희진은 "첫 세트때 다 말아먹고 센터로 갈 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움직임이 확신이 없었다"라며 "공격이 잘 안 풀리다 보니 자신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맥마혼만 믿고 있었다. 1,2세트엔 제발 내 쪽으로 공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2세트 중반부터는 다른 사람이었다. 상대 코트의 빈자리 구석구석을 찌르며 5득점 공격성공률 40%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계기는 공 한 개였다. "2세트 중반에 볼 하나를 걸 계기로 바뀌었다. 크로스로 때려서 포인트가 났는데, 내 공격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이 볼 하나로 팀원들이 뭉치더라. '언니가 더 활발하게 해줘야 우리 팀이 산다'고 하는 말에 정신이 들었다. 나를 많이 믿고 있구나 싶어 그 때부터 자신있게 공격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에이스가 짊어져야 하는 몫이었다. 자신의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팀이 승리가 좌우된다.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책임감이 실리기도 하는 자리다. 김희진도 '에이스'란 호칭에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당연히 부담스럽다. 여섯명이 나 하나에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고 잘 해쳐나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라며 설명했다.
김희진은 그 비법을 '무심'에서 찾았다. 그는 "일부러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포인트를 잘 낼 수 있는 코스 빨리 정해서 그냥 때린다"라며 "요샌 생각이 많다보니 뜨면 보이는 것도 많다. 그렇다 보면 공격을 끌게 되니 상대방에게도 여유가 생기고 결국 수비가 되버린다"라며 "(김)사니 언니가 아무 생각 하지 말고 때리라고 하더라. 효과가 있었다"라며 웃어보였다.
그러다보니 트리플크라운은 자연스레 따라 왔다. 매번 후위공격 몇 개가 모자라서 눈 앞에서 놓쳤던 만큼, 욕심이 나기도 했을 터. 하지만 김희진은 손사레를 쳤다. "이번 시즌에는 정말 개인적 욕심보다는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누누히 말해왔다. 올림픽도 앞두고 있다보니 안 다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라며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 숙소에 들어가서 오늘 경기의 움직임을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라이트' 포지션에 적응하는 것이다. 최근 이정철 감독은 센터였던 김희진에게 라이트의 임무까지 맡기며 포지션을 넘나드는 역할을 부여했다. 김희진은 "언제나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한 달전에는 적응해나가는 단계였다면 지금은 포지션에는 확신을 갖는 단계다. 처음엔 30%정도 확신이 있었다면, 지금은 50%정도는 확신이 생겼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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