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음악을 즐기는 민족답게 한반도에는 흥이 끊이지 않는다. 세태가 각박하더라도 멜로디에 다양한 감정과 진실된 마음을 싣는 음악은 우리네 일상과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잘 짜여진 음악 예능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어루어 만지며 안방극장으로 녹아 들었다. 기본적인 틀은 노래 경연이지만, 잘 나가는 음악 예능은 각기의 콘셉트로 무장,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짙게 선보이는 동시에 색다른 맛을 내며 흥을 돋군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JTBC '히든싱어',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우러 나오는 국물의 맛은 각각 다르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가창력이 뛰어난 이들이 주를 이루는 음악 예능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음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승훈, 임창정, 인순이 등 베테랑 가수들 앞에 군림하는 음치들의 풍경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뻔뻔함으로 무장한 음치들은 립싱크와 연기력으로 가수와 패널을 골탕 먹이며 진실게임을 주도한다. 음치일 것만 같은 실력자들이 베일을 벗고, 폭풍 가창력을 뽐내는 순간은 반전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다. 실력자와 음치의 신선한 공존은 해외 시장 포맷 판매로 이어지는 성과도 냈다. 이선영 PD는 "이전에 생각할 수 없었던 음치의 무대가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박정현 편으로 포문을 연 '히든싱어'는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JTBC의 효자 예능으로 격상됐다. 원조가수를 혼란스럽게 하는 모창 능력자의 싱크로율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미 신승훈, 조성모, 이승환을 누른 모창 능력자들이 등장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였고, 2라운드는 최대의 고비로 꼽히며 '마의 벽'으로 불린다. 이번 시즌에서도 2000년대 숱한 남성들을 울리며 노래방의 종결자로 자리매김했던 SG 워너비의 김진호와 버즈 민경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힘든싱어'의 기세는 계속되고 있다. 조승욱 CP는 높아진 싱크로율에 대해 "제작진의 노하우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쌓였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프로그램이 알려져 능력 있는 모창자들이 나타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일밤' 부활의 전주곡을 울린 '복면가왕'은 여전히 파급력을 과시하고 있다. 콘텐츠 파워를 측정하는 콘텐츠 파워지수에서도 늘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자신을 꾸릴 수 있는 복면으로 정체를 숨기면서 날갯짓을 하는 것에 출연자들이 만족감을 표한다. 생각치 못한 이들이 정체를 드러내면서도, 기존 이미지와 다른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화제가 되는 이유다. 복면이 주는 해방감으로 무대 위에서 자신의 편견을 날리는 쾌감도 느낀다. 민철기 PD는 "'저 사람에게 이런 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측 불가한 사람, 의외의 반전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섭외 기준을 강조하기도 했다.
출연진들을 쥐락펴락하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 '히든싱어', '복면가왕'은 추리의 요소가 더해져 이에 부합하는 반전과 재미도 붙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무대를 접할 수 있고, 이에 더해 퀴즈쇼의 형식까지 더해졌다"며 멀티 포맷의 힘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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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