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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단기전의 마술사' 김인식 감독에 주목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5.11.22 06:31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47년생의 노감독은 조국을 외면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응답한 국가대표 감독의 자리에서 김인식 감독은 조국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SBC 프리미어 12 미국 대표팀과의 결승전에서 8-0으로 완승을 거뒀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초대 우승팀이 되는 순간이었다. 세계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결과 뿐 아니라 그 내용도 좋았다. 일찌감치 타선이 폭발한데다 투수들이 연이어 호투를 펼치면서 결승전에서 영봉승을 수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열심히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린 셈이다. 하지마 그 과정은 역대 최악의 장애물들이 산재해있었다. 온갖 시간과 장소, 심판을 비로산 전반적 일정을 자국에 유리하게 조정하며 대회 내내 구설에 오르내렸다. 일본 대표팀의 '특급 에이스' 오타니는 한국 저격수로 나섰다. 개막전 삿포로돔에서 한 번 나온 뒤 이어 준결승 도쿄돔에서 한국을 다시 만날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표적 등판을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그 오타니의 이 후를 바라본 한국은 9회말 4점을 한 번에 빼앗기며 역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 반전드라마의 중심에는 노장 김인식 감독이 굳게 자리해 있다.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현장에서 오래 떠나 있었던 김인식 감독이지만, 6년만에 다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일본 고쿠보 감독처럼 국가대표만을 위한 전임감독을 마련해두지 않았던 한국 야구의 현실상, 그 자리는 현재 KBO리그 구단 감독들에게 먼저 제의가 갔다. 하지만 상위 5팀은 아직 포스트 시즌도 끝나지 않았던 상황, 떨어진 5팀의 경우 절치부심하며 내년을 준비하기도 바빴다. 모두가 손사레를 치던 와중, 결국 다시 한 번 김인식 감독이 팔을 걷어붙였다.

어색한 광경이 아니다. 2006년 한화 이글스 감독 당시, WBC 1회 대회에서 대표팀 감독을 맞아 팀을 4강까지 올린 후 "다시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언급했던 김인식 감독이다. 하지만 2009년 WBC 감독 선임을 두고 잡음이 크게 일어나자, 또 한 번 독이든 성배를 들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래고 6년 만에 같은 일은 또 일어났다. 누구도 쉽사리 먼저 나서지 않는 어려운 자리, 김인식 감독은 조국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마다 외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려웠다. 프리미어 12 대표팀 구성 자체 부터가 투수진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삼성 도박 스캔들'이 터지면서 선발-중간-마무리의 핵심 자원이 모두 이탈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144경기로 늘어난 KBO리그의 타이트한 일정 상,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던 선수들이 약 절반을 차지하면서 대표팀끼리 손발을 맞춰볼 시기도 얼마되지 않았다. 

"걱정만 해서는 될 게 아니다" 그럼에도 김인식 감독의 출사표는 분명했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팀워크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 나머지 기한동안 할 수 있는데까지 다 동원해서 잘해보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그대로 밀어부쳤다.

김인식 감독의 선수 활용 능력은 '단기전의 마술사' 다웠다. 우선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야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온 두산과 삼성 선수들을 초 13명을 기용하는 수를 던졌다. 경기하는 몸은 빨리 만들 수 있지만, 경기하는 감각은 빨리 만들 수 없다는 게 그 이유.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경기 초반까지 실전 감각이 올라오지 않아 고전했고, 그 빈틈을 채워낸 것은 한국시리즈 주역들의 활약이었다.

게다가 약체라고 평가받던 마운드는 대반전을 써냈다. 김인식 감독은 정규시즌 성적이 아닌 지금 시점의 선수들의 구위에 주목했다. 코칭스태프와의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현재 선수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게 주효했다. 

특히 역산법을 이용해 운영해야 하는 불펜 마운드의 특성상 '마무리 투수'를 뽑는 건 전력 구성의 핵심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그 중책을 정대현에게 맡겼다. 하지만 전성기의 폼은 이미 떨어져 있었다는 게 정대현에 대한 세간의 평가였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정규시즌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던 탓이다. 하지만 노감독은 "그런 큰 국제무대에서는 경험이 중요하다"며 베테랑에 대한 고집스런 믿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정대현은 마운드의 수호신이 돼 자신을 증명했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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