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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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정근우가 보여준 '주장의 품격'

기사입력 2015.11.22 06:30 / 기사수정 2015.11.22 05:37

이종서 기자


[엑스포츠뉴스=도쿄(일본), 이종서 기자] 우승의 순간, 샴페인도 터지지 않았고, 마운드에 태극기도 없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2015 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8-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1회부터 거침없이 점수를 뽑아내기 시작했고, 4회 홈런포 포함 5점을 몰아치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굳혀갔다. 그리고 9회 조상우가 마지막 타자 마틴을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번대회의 초대 우승자는 한국으로 정해졌다.

영광의 우승의 순간. 한국 대표팀은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조용하게 서로를 축하했다. 

지난 2009년 WBC에서 한국은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해 4강을 확정지은 모습과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만큼 대표팀 선수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서러움이 컸다. 그만큼 우승 순간만큼은 화려하게 장식하고픈 욕심도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장' 정근우의 만류가 있었다. 사실 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는 우승 후 마운드에 꽂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근우는 "홈 구장도 아니고 도쿄돔에서 일본 팬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고 만류 이유를 설명했다. 우승의 기쁨도 중요하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한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지난 19일 한일전에서 승리한 뒤 정근우는 선수들을 모아 "'차분하게 남은 경기를 치르자. 이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0-3을 지고 있던 경기를 9회 4점을 내면서 대 역전승을 거뒀고, 상대가 '라이벌' 일본이었던 만큼 선수들이 들뜰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결승전이 남은 만큼 분위기를 주장으로서 다 잡은 것이다. 정근우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한 배경에 대해 "2008년 김경문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선배들이 조언으로 해줬던 이야기였다. 후배들에게 꼭 한 번들려주고 싶었다"라며 "예전에는 나 혼자 잘하면 됐는데, 지금은 내가 못해도 후배들이 잘해 팀이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밝혔다

그러나 이런 말을 했지만 정근우는 결승전에서 3안타를 때려내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실력과 리더십. 모든 면에서 빛난 정근우의 활약으로 한국은 우승의 기쁨과 함께 '체면'까지 잡을 수 있었다.

bellstop@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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