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괴물신인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의 성장은 한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오타니 쇼크' 뒤에는 씁쓸함도 남는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5 WBSC 프리미어 12 개막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일본 마운드의 압승이었다. 특히 최고구속 161km의 직구, 147km의 포크를 뿌리며 6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킨 오타니의 위력은 듣던 그 이상이었다. 한국의 베테랑 타자들도 배트를 제대로 대지 못하고 물러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연봉을 토해내라는 웃지못할 비난도 쏟아졌다. 오타니의 연봉은 10억, 반면 한국 베테랑 타자들의 연봉은 몇 갑절이나 차이가 나는 탓이다.
씁쓸한 한국야구의 현주소다. 선발 마운드에서는 더 이상 새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조상우, 조무근 등 그나마 구원진에서는 사정이 조금 낫다. 하지만 선발급 괴물신인의 명맥은 류현진에서 끊겼다.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전 선발은 김광현이다. 한국야구의 자화상이다.
▲ '새 얼굴' 키우는 데 인색한 한국야구
자원은 점점 줄어든다. 그나마 우수한 선수들은 '해외 진출'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있는 자원들에게는 '혹사'가 뒤따른다. 1라운드에 지명될 법한 우수한 아마추어 투수들은 대부분이 수술을 해야하든, 아니면 이미 받았든 둘 중 하나다. 필요 이상으로 변화구를 연마하며, 연투와 완투도 허다하다. 허구연 MBC SPORTS+ 야구 해설위원은 "현재도 고교야구는 학원야구의 방식이다. 연속성 있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혀를 찼다.
프로팀으로 올라와도 선수가 클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당장 1승이 급한 탓에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선수가 있으면 바로 올려서 우선 써본다. 소위 '당겨쓰기'를 해본 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바로 2군행이다. 민훈기 SPOT TV 야구 해설위원은 "신인선수들이 크기 위해서는 참을성이 필요하다.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며 키워야하지만 그것에 인색하다"며 "한국 야구에는 '1등 지상주의'가 너무 팽배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여건 자체가 여의치 않다"라며 진단했다.
시장 자체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FA 잭팟을 터뜨리며 몇 십억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받는 몇몇 베테랑들의 그늘에 3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연봉으로 생활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려져 있다. 현재 오타니의 연차(3년)에 류현진은 연봉 2억원을 받았다. 다른 신인들은 최저임금을 겨우 맞추는 수준이다.
민훈기 위원은 "젊고 어린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2군 선수들은 열악한 시설물을 이용하며 낮경기를 하고 있다. 이미 한국야구 30년 역사가 지났지만 여전히 프로다운 야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꼬집었다.
▲ 육성시스템 제대로 갖추려면?
천재를 만들어쓰는 데는 인색한 한국 야구다. 젊고 어린 선수이 경제적 환경적으로 제대로 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승부에 밀려 뒷전이 되고 있다. 그 와중에 열악한 환경을 뚫고 튀어나온 수재들만이 FA 대박으로 보상받는다. 천재가 될 수 있던 수재들은 모두 뒤안길로 사라지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선수를 길러내야 할까. 결국 현실은 돈이다. 야구인들은 "야구를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허구연 위원은 "한국 야구는 시장의 크기에 비해 수입원이 너무 적다. 수입의 대부분이 모그룹에서 나오는 방식이다. 그런식의 의존도로는 수요공급을 맞출 수 없다"며 "광고권을 구단이 가지고 직접 경기장을 운영해갈 수 있도록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대안을 밝혔다. 민훈기 위원 역시 "2~3년만에 사장과 단장이 얼굴을 바꾸는데 어떻게 연속성있는 운영이 가능하겠나. 구단들이 장기적인 비즈니스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KBO와 선수들과 공존하며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군의 경우 저녁 경기를 하면서 관중들에게 아주 소액의 입장료를 받는 방식으로 선수답게 뛸 수 있는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는 대안도 덧붙었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인내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허구연 위원은 "일본의 경우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를 T볼이 방식으로 접한다. 약 4000여개의 학교가 모두 야구팀을 가지고 있고, 그 중 야구에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는 엘리트 야구팀을 가지고 있는 100여개의 학교로 진학한다"며 생활 저변에 깔려있는 일본의 야구 문화에 주목했다. 이 넓은 풀에서 걸러진 선수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고교때까지는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며 기본적인 피칭 매커니즘을 만드는 훈련을 충실히 한다. 프로의 문턱을 밟는다고 해도 일정 기간동안 2군에서 차근히 1군 입성을 준비한다. 프리미어 12를 넘어 도쿄올림픽 그 너머를 바라보고 준비한 '젊어진 대표팀'은 야구에 대한 일본의 장기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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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