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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믿고 간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5.11.15 07:40 / 기사수정 2015.11.15 06:29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강동원이 대중에게 주는 기대와 믿음의 힘은 꽤 크다. 매 작품 맡은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해내는 그가 이번에는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을 통해 신부로 변신했다. 온전히 자신의 연기로 관객들을 설득하고 끌어가야 한다.

'검은 사제들'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강동원을 만났다. 작품 이야기에는 유난히 눈을 빛냈고, 또 진지했다. 낮게 깔리는 저음에서 나오는 수더분한 목소리로 던지는 농담에서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져온 여유로움도 살짝 엿보였다.

"늘 최선을 다하지만 100% 만족은 없다"고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내보이던, 지금 이 순간도 조금씩 새로워지고 있는 강동원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 "'검은 사제들', 결국은 인간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씌인 소녀 영신(박소담 분)을 구하기 위해 나선 두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은 김신부(김윤석)를 돕는 동시에, 감시해야 하는 신학생 최준호 부제 역을 맡았다.

영화는 기존 한국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엑소시즘(exorcism)을 다루며 신선한 전개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일 개봉 후 14일 3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강동원도 '검은 사제들'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만족을 표했다. 기술시사회를 통해 완성본을 처음 접했다는 그는 "재밌게 봤다"고 미소 지으며 "이 정도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최대한 새로운 소재로 상업성 있게 만들자'가 목표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정도면 많이 좋아해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은 낯선 장르임에도 관객들에게 무리 없이 다가간다. 이는 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주가 아닌, 최부제의 시선을 따라 작품에 몰입하고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객이 쉽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강동원이 작품 자체를 마주하며 준비했던 마음과 태도의 무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보는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쉽게 하고 싶었다"는 강동원은 실제로는 종교가 없음에도 가톨릭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또 영화 속 기도문에 등장하는 라틴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에도 집중했고, 실제 신부님을 찾아가 5일 동안 함께 지내며 성직자의 삶을 관찰하기도 했다.

극 속 최부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신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트라우마를 마주한 공포, 놀라거나 무서운 감정이 기능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이었다면, 관객들에게 가장 와 닿아야 하는 부분은 최부제가 트라우마를 마주했을 때, 또 계속 (김신부와 주위의 상황들을) 의심하는 그런 감정들이다. 최부제가 믿고 가면 관객도 믿고 갈 수 밖에 없고, 최부제가 의심하면 관객도 의심하게 된다"며 표현에 중점을 뒀던 부분을 설명했다.

극 후반부 등장하는 40여 분간의 구마 의식은 '검은 사제들'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강동원은 실제 밀폐된 세트장에서 한 달 동안 집중해 촬영을 이어갔던 이 장면을 떠올리며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안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리고는 "엄청난 감정노동, 육체노동이지 않나. 촬영 끝나고 (김)윤석 선배님과 (박)소담이, 스태프들하고 같이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참 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의 필모그래피에서 얼마나 힘들었냐'는 물음에는 "그동안 액션 영화를 많이 찍었어서,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며 환한 표정을 짓는다. 자연스럽게 눙치는 모습에서 조금씩 쌓여가는 단단한 내공이 스쳐간다.

강동원은 무겁고 어두워 보이지만, 실제 '검은 사제들'이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작품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는 "희생에 대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강렬한 캐릭터 두 명이 재미나게 풀어가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해 달라. 너무 공포영화처럼 가면 관객들이 놀라지 않을까 싶어 은근히 분위기를 만드는, 한편의 괜찮은 스릴러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부분을 잘 받아주신다면 좋을 것 같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 '책임감'…배우 강동원을 지탱하는 힘

강동원은 거의 매년,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이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검은 사제들' 이후 돌아올 다음 해에 만날 수 있는 작품들도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두 편이나 된다. 자신을 향한 믿음은 물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 작품에 대한 신뢰들은 그렇게 15편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몸으로 부딪히고 배워가며 조금씩 확고하게 자리잡혔다.

"몇 십 억을 들여 찍는 영화에 주연 배우로 나섰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는 그간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중 소위 말하는 실패작이 거의 없다는 것에서도 그의 뚝심 있는 행보의 결과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의 후속편에 대한 생각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관객들이 좋아할 본격적인 판타지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것은 이번 작품을 찍으며 느낀 또 다른 생각이었다.

그는 "관객들이 안 볼 것을 아는데 어떻게 영화를 만들겠나. 속편이라는 것은 볼 줄 알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싸워야 하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신나고 재미있고 새로운 비주얼이 필요하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야 하니 제작비도 지금보다 3~40%는 더 들어가야 할 것이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더라도 최소 4~500만 관객은 들어야 속편을 제작할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강동원은 "너무 진지했나 싶다"고 멋쩍게 미소 지은 후 "제가 판타지 액션 장르에 목말라 있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 모습을 저도 보고 싶다. 속편에 대한 제안은 실제 제작진에게도 이렇게 말했었던 것인데, 사실 판타지 액션이 만들기도 어렵고 장르 자체도 잘 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 않나. 1편에서 잘 다져놓으면 2편에서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 자체는 물론 종교, 언어, 다른 삶의 모습들까지 매 순간 새롭게 느끼고, 배우는 지점들이 많았던 '검은 사제들'을 통해 강동원은 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하루하루, 배우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쉼 없는 도전. 이를 지켜보는 대중도, 강동원 자신도 그렇게 다시 한 번 믿고 가는 힘을 얻는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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