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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검은 사제들', 용감한 시도의 결과물…보람 느껴" (인터뷰)

기사입력 2015.11.24 19:54 / 기사수정 2015.11.24 20:01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그의 '믿고 보는 연기'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지난 5일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세를 이어오며 24일까지 450만 명을 동원, 비수기라 불리는 11월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은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검은 사제들'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엑소시즘(Exorcism·퇴마의식)을 그린 작품. 김윤석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이후 악령이 씐 소녀 영신(박소담 분)을 구하기 위해 구마 예식을 진행하는 김신부 역으로 등장한다.

'검은 사제들' 개봉 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김윤석을 만났다. 김윤석은 앞선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를 통해 '검은 사제들'의 시나리오를 읽고 망설임 없이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장소가 서울 한복판의 명동이지 않나. 신부라는 가톨릭의 어떤 틀을 가지고 우리의 얘기를 하려고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 평범한 여고생의 희생을 통해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다루려 한다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검은 사제들' 속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김신부의 모습은 다소 불친절하다. 김신부는 잦은 돌출 행동으로 가톨릭 교단에서는 이미 눈 밖에 난 인물. 함께 구마의식을 하던 스승 정기범 신부(이호재)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고, 여기에 함께 구마의식을 해야 하는 보조사제들은 이미 열 명이 넘게 바뀌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이가 최부제(강동원). 김신부는 최부제의 배짱을 확인하기 위해 고깃집에서의 첫 만남부터 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며 자극한다.

김윤석은 '검은 사제들'의 중요한 포인트로 꼽히는 이 부분을 언급하며 "구마예식을 견뎌내려면 얼마만큼의 단단함이 있나 알아야 하니 그런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넌 특별하지도 않다', '새파랗다' 같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무시하는 것 같고 불친절한가.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지만, 마지막에 김신부의 정체가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김윤석은 김신부를 비밀단체에 소속됐지만 몽상가가 아닌, 악령이라는 존재와 직접적으로 싸워서 이겨야 하는 이성적인 사람으로 해석했다. 그 생각은 외양에서부터 드러났다. 김윤석은 "김신부가 획득해야 할 것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닌, 현실적인 모습으로 보여야 했다. 만약 김신부가 굉장히 자애롭게 행동했다면 비현실적이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어느 작품에서나 남다른 존재감을 내보이는 그이지만, '검은 사제들'에서만큼은 관객이 최부제의 시선을 따라 극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떨어져 있다.


김윤석은 "관객은 최부제의 행동을 따라가야 하고, 최부제의 트라우마를 보면서 관객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를 보고 느껴야 한다. 김신부는 예식을 집행하면서 가톨릭 의식의 아우라를 현실감 있게 깔아주는 역할이다. 김신부의 진짜 인간적인 모습은 영신이가 떠날 때 인간적인 오열을 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웃사이더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라는 것에 대해서도 김윤석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김신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의 목적을 알고 거기에만 충실한다. 악마라는 존재와 싸우는 것이 김신부에게는 현실이다. 신부가 아닌 사람들이야 판타지처럼 느껴지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미래 자신의 모습일수도 있는 정신부의 모습을 보면서도 최부제에게 '평생 악몽에 시달리고 술 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아무도 몰라주고 어떤 보상도 없는데 그래도 이 일을 하겠느냐'고 묻는다"며 결국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극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40여 분간의 구마예식 장면은 광주의 세트장에서 한 달 동안 촬영이 진행됐다. 밀폐되고, 먼지가 유난히 많았던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녹록치 않았다고 얘기한 김윤석은 "정적으로 있으면서 말로 에너지를 유지해야 한다. 김신부는 예식을 집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의 동요 없이 집중해야 했다"면서 온 힘을 쏟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김윤석에게 '검은 사제들'은 신선한 자극이 됐던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장편 연출에 나선 장재현 감독과의 작업도 "감독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는 새로운 미학에 대한 신선함과 경험이 부족한 것에서 나오는 답답함이 둘 다 있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 두 가지가 모두 서로 도와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도전이었다"고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검은 사제들'을 본 관객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종교의 기도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 명상도 좋고, 자신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흥행에 대한 생각도 "용감하게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결과물에 보람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전하며 '검은 사제들'을 통해 새로운 시도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었던 용기가 잘 드러났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얘기했다.

많은 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 잡은 그가 그리고 있는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 김윤석은 "가장 좋은 것은 나이가 들어도 일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일을 하면 사람을 만나게 되고, 외롭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생긴다. 말년이 외로우면 억만금의 돈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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