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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세계 유일 2년 연속 블리즈컨 진출, 백학준이 말하는 '게임'

기사입력 2015.10.13 07:00 / 기사수정 2015.10.13 10:03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블리자드의 카드 게임인 하스스톤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e스포츠 종목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다. 카드 게임은 다른 장르에 비해 매니악하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스스톤은 이러한 선입견을 깨고 e스포츠 종목으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 8월 열린 하스스톤 마스터즈 결승에는 5천 명이 넘는 관중이 해운대 현장을 찾으며 한국에서의 열기를 보였다.

한국 선수들의 하스스톤 실력도 급성장했다. 특히 '크라니쉬' 백학준은 블리즈컨 현장에서 열리는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에 2년 연속 출전한 유일한 선수일 정도.

한국 과학 기술원(카이스트)에 다니던 그가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2년 연속 국가대표로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까지 출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를 한 백학준에게 하스스톤, 그리고 사회의 게임에 대한 인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을 두 번 연속으로 처음 진출한 최초의 선수인데, 비결이 있다면?

작년 블리즈컨 현장에 가서 팬들의 반응을 보고 하스스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소속팀인 디그니타스에서도 굉장히 좋아했다. 유럽 최상위권 팀들도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에 단 한 명도 보내지 못한 팀들이 많다.


작년 블리즈컨에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싶어서 내가 먼저 디그니타스에 입단했다. 디그니타스는 e스포츠 전체적으로 명성이 있는 팀이라 예전부터 들어가고 싶었다. 영어가 부담됐지만, 학교에서 원어 수업을 많이 하는지라 생존 영어는 할 정도였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프로게이머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에 흥미를 느껴서 열심히 했는데, 대학에 와서는 공부에 재미를 못 느꼈다. 하기 싫고 지루했달까. 마침 하스스톤이 나와서 열심히 했고, 블리즈컨까지 나가면서 게임에 흥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하스스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원래 블리자드 게임을 좋아했다. 스타크래프트2와 워크래프트3을 특히 좋아했는데 이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받쳐줘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피지컬이라는 부분이 거의 필요 없는 게임이다. 순전히 머리싸움으로 결정되는 게임이다.

하스스톤을 처음 접하고는 게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게임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이나 기계를 접하면 그냥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분해한 후 재조립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스스톤도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에 인기를 끄는 덱을 그냥 카피해서 쓰는 게 아니라 내 마음대로 변형해보고 다양하게 조합을 바꿔가며 테스트해 봤다.

당장의 승리가 아니라 최대한 게임을 승리하기 위해 많이 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이 결국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운도 좋은 거 같다. 어떤 e스포츠 종목이든 운이 없으면 성적을 낼 수 없다. 나도 운이 좋은 시기가 있고 안 좋은 시기가 있는데, 중요한 대회를 할 때 운이 좋았다.

하스스톤 아시아-태평양 대표 선발전을 우승하기 전과 후의 차이가 있다면.

하스스톤 마스터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니 팬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번 대회 우승 이후 다들 알아보시더라. 대회 후 방송에서도 많이들 찾아와주셔서 잘했다고 해주시더라. 시청자도 굉장히 많이 늘었다.


한국에서 하스스톤의 인기가 어디까지 올라갈 거라 예상하나.

아마 리그 오브 레전드 다음 순위까지는 올라갈 거 같다. 하스스톤은 독특한 게임이다. 모바일로 가능한 e스포츠 종목이라는 장점까지 있다. 최고가 아니라도 롱런할 수 있는 종목이다.

하스스톤만큼 구경하기 좋은 종목이 없다. 실력 외에도 기상천외한 일이 정말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운에 따라 경기 결과가 갈리는 일이 많은데, 방송하기에 정말 좋다. 다들 내가 잘하다가 망하는 거 보고 재미있어 하더라. 지는 건 아쉽지만 다들 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게 좋다.

하스스톤을 접하고 처음 해보고 싶은 게이머들에게 팁을 주자면.

일단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게임을 즐기라고 하고 싶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30레벨을 찍고 랭크 게임을 하는 거처럼 하스스톤도 지는 걸 두려워 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늘더라.

물론 현금으로 카드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일퀘나 투기장을 통해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카드를 늘리다 보면 좋은 덱을 짤 수 있다. 처음부터 고승률이나 전설을 노리면 빨리 지친다. 천천히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하스스톤은 게임을 보고 같이 고민하는 것으로도 실력이 는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걸 보면서 배우는 것도 추천한다.

하스스톤이 너무 운을 타는 게임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스스톤이 운으로 결정된다는 사람 중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 실제 선수들이 운이 나빴다고 불평은 많이 하지만 그조차도 자신의 실력이라고 받아들인다.

보통 하스스톤은 5판 3선승제로 대회가 진행된다. 60% 승률만 찍으면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거다. 아무리 운이 게임 내에 심하게 작용해도 실력이 없으면 60% 승률을 찍을 수 없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실력이 없으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 하스스톤이다.

본인에 대해 운도 좋고, 게임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이른바 '엄친아' 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맞는 거 같다(웃음). 어려서부터 뭐든 열심히 했던 거 같다. 운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비록 대학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아 게이머를 시작했지만, 열심히 해서 결과가 나온 거 같다.


그 정도 실력이면 공부를 해도 성공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성적이나 대학 입시의 가장 큰 적이 게임으로 지목되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 시절에 공부도 나보다 잘하면서 게임도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사람들은 천차만별이다. 게임이 공부나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게임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은 다른 취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보통 자녀들의 학습에 가장 큰 적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그리고 왜 게임에 몰두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당장 표면에 드러나는 현상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는 거다. '게임은 나쁘다'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모든 걸 판단하려 하니까 셧다운제 같은 법안이 나올 수 있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포항공대에서 실시하다 결국 포기한 교내 셧다운제다. 이미 카이스트에서 예전에 시도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그 정도 학교에 올 사람들이면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통제한다고 바뀌는 게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거 자체가 자기 학생을 못 믿는 거다.

게임을 하지 않고 소설책이나 티비를 본다면 게임을 할 때 만큼이나 나쁘게 생각할까? 그리고 왜 자녀들이 게임에 빠질까, 이러한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락 음악, 그리고 만화가 대표적인 예다. 모두 나쁘다고 무조건 억압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식이 정말 달라졌다.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인식이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게임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이번에 일본 대표로 하스스톤 아시아-태평양 파이널에 출전한 선수도 동경대 출신이다. 반면 학업과는 아무 인연이 없지만 하스스톤 전설을 식은 죽 먹듯이 찍는 사람들도 많다. 자녀들이 게임을 과하게 즐긴다고 생각되면 게임 외에 다른 부분에서 원인을 찾는 게 해결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의 목표가 있다면.

일단 올해 있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눈앞의 목표다. 블리즈컨 현장에서 열리는 글로벌 파이널에 진출하는 거도 올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고 싶다. 그리고 독특한 이력의 프로게이머로 기억되고 싶다.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살고 싶었고, 그래서 프로게이머를 선택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다음팟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데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이번에 블리즈컨 대표가 되면서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룰 게 많다고 생각하고,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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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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