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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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올곧게 마주하는 연기에 대한 자세 (인터뷰)

기사입력 2015.10.03 21:29 / 기사수정 2015.10.03 21:29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설경구가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2년차 연기 경력에도 여전히 매 순간,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극 중 설경구는 농사만 짓다 끌려와 일급 비밀 문서 전달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남한군 쫄병 남복으로 등장했다.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데뷔 이후 영화 '박하사탕'(1999), '광복절 특사'(2002), '역도산'(2004)', '공공의 적' 시리즈 등 수많은 작품에서 선 굵은 연기를 했던 그가 한층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점이 눈에 띈다.

'서부전선' 개봉을 앞두고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완성된 작품을) 재밌게 보지는 못한다"며 마음이 쓰이는 부분을 언급했다. 연기, 그리고 자신이 임한 작품 앞에서는 한없이 진지하고 또 겸손해지는 그다.

그가 '서부전선'에 참여하게 된 과정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처음 '서부전선' 시나리오를 만났던 설경구는 당시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들이 유독 많았고, 다른 촬영 일정과도 겹치게 되며 한 차례 고사를 했었다. 이후 절친하게 지냈던 배우 故 이은주의 기일에 '서부전선'의 프로듀서와 제작사 대표를 만났고, 그가 강력하게 추천한 여진구까지 최종적으로 합류하면서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그는 남복 캐릭터를 '군인보다는 민간인'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서부전선'이 전통 전쟁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군복은 입었지만, 군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설명을 이었다.

또 그는 '서부전선'의 장르에 대해서는 "코미디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휴먼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총과 수류탄도 제대로 쏘지 못하지만, 자기들 나름대로는 굉장히 진지하다. 곱씹으면 슬픈 이야기다"라고 얘기했고, "솔직히 억지스러운 메시지이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전쟁이 이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처절할 정도로 집에 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이 서로가 걸림돌이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웃음이지 않나. 물론 웃기려고 작정한 장면도 있지만, 두 사람은 당연히 진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렇게 설경구는 또 한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더해냈다. 어느덧 데뷔 22년차. 그런 그에게 '연기가 안 된다고 생각할 때가 있냐'는 질문을 던지자 "요즘에도 그렇다"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소모가 큰 직업이지 않나. 배우라는 것이 똑같은 것을 또 쓰기에는 부끄러운 직업이다"라고 말한 그는 "영화 제목만 바꿔서 강철중 역할을 계속 할 수는 없다. 그런 고민인 것 같다. '난 이제 꺼낼 카드가 없는데'란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내 그는 도자기를 굽는 장인들을 언급하며 "도자기 장인들은 눈감고도 막 도자기를 만들지 않나. 화가들은 한 획만 긋더라도 그게 작품이 된다. 그런데 우리(배우)들은 그럴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장인이 될 수 없는 직업, 그렇기 때문에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 애써야 되는 직업인 것이다. 재료는 나 하나인데, 내가 실제 다중인격으로 살 수도 없는 것이니 이렇게 평생 바둥바둥하며 사는 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 노력 중 하나로 그는 전작 '나의 독재자' 얘기를 꺼내며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목소리도 바꿔봤다. 그런데 어색하더라. 다행히 잘 봐주시긴 했지만, 그렇게 결정을 하고 또 그게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굉장한 모험이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작품들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설경구는 "나이가 먹으면 편해질 것 같지만, 연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똑같은 걸 할 수는 없으니 늘 새로운 카드를 찾아다니게 된다. 새로운 작품이 두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해볼만하다고 생각해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한 마디 한 마디 꾹꾹 눌러 담아 말하는 그에게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는 차기작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마로 등장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어려운 연기라는 존재를 끝없이 정면으로 마주하고 서있는 설경구. 그의 새로운 도전에 다시 한 번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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