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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러스트보이' 함장식, 그날 이후 처음으로 밝힌 그의 마음

기사입력 2015.09.22 09:16 / 기사수정 2015.09.22 09:46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올해 4월, 한 선수가 글을 올렸다.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의 팬 문화에 관한 트윗을 올린 것. 한국의 공격적인 팬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이었고 이 내용은 일파만파로 퍼지며 그 선수에 대한 비판도, 혹은 한국의 팬 문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어 한 커뮤니티에 그가 올린 심경글 역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 선수는 자신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가 있어 그것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고, 이 글 역시 큰 반응을 일으키며 공격적인 팬 문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

그 후로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그 선수는 그 때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 일을 지켜보고 있던 나 역시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고, 마침내 한국에 전지 훈련차 들어온 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바로 TSM 소속 서포터 '러스트보이' 함장식이다.

오랜만이다. 북미 팀인 TSM에 입단한 계기는 어떻게 되는지.

한국 팀에서 활동하던 중 초청을 받아 북미나 유럽 대회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직접 가보니 대회 시스템이나 팬들의 환호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영어를 배울 기회도 얻을 거 같았다. 그래서 내 실력에는 자신이 있으니 기회가 되면 해외 팀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예전 팀을 나와 쉬던 중 TSM에서 입단 제의가 왔다. 처음 겪는 외국 생활이라 걱정되는 것도 많았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 다른 해외 팀이라면 조금 더 고민했을 거다. TSM은 당시 성적도 좋았고, 예전부터 익히 이름을 들어온 팀이라 입단에 긍정적으로 응했다. 망설임도 없었다.

해외 팀 생활을 해보니 어떤가.

한국이나 미국이나 결국 사람 사는 곳 아닌가.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고,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 생활을 하고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워낙에 아무 곳에나 떨어져도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이다(웃음).

다만, TSM 입단 초기 영어가 잘되지 않을 때 조금 고생했다. 대회 중 핑크 와드를 깔아달라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 열 번이나 다시 물어봤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니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영어를 빨리 익히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동료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매우 만족스럽다.


예전에 한국의 팬 문화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었다.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내가 한국의 팬 문화에 대해 트윗을 남겼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비꼬는 일이 많았고, 비판적인 이야기만 했다. 이런 모습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더 노력해서 발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부정적인 모습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으니 상처받는 일도 많았다.

특히나 MiG-아주부-CJ로 이어지는 블레이즈 시절 과한 비판을 받았다. 내가 맡은 바텀 라인이 못해서 진 경기도 분명히 있다. 반면 바텀 라인이 희생하여 경기를 승리로 이끈 적도 있다. 이러한 경기조차 '숨만 쉬면 이기는 게임을 너희 때문에 졌다'라거나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를 너희 때문에 겨우 이겼다.' 같은 비난은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었다.

그때까지 한국의 팬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e스포츠든 그냥 스포츠든 팬들끼리 싸울 수도 있고 선수에게 쓴 충고를 던질 수도 있다. 이것을 지켜보는 선수도 어느 정도까지는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대를 위해서가 아닌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 말을 심하게 하는 게 많이 보였다. 그런 부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고, 결국은 SNS에 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다. 어떻게든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는 문화를 바꿔보고 싶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심사숙고하고 다듬어서 이야기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언급한 내용에도 상처받은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그 내용 자체에는 후회가 없다. 분명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판이 인신공격으로 바뀌고 발전을 위한 비판이 아닌 공격을 위한 비난으로 바뀌는 정도가 정말 심했다. 그래서 결국 트윗을 남겼고, 그걸 바탕으로 나에 관한 억측이 퍼져나가길래 커뮤니티에 심경글을 남기기도 했다.

선수로서 하기 힘든 이야기를 남겼고, 그 후 많은 사람이 팬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그 트윗과 심경글의 파장이 이렇게나 클 줄 생각하지 못했다. 나 역시 마음고생을 했다. 나도 한국인인데 커뮤니티에서 '저 선수는 한국인도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글을 남긴 게 잘한 건가 하는 고민도 했다.

그래도 그 일 이후로 한국의 과한 팬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던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고, 내가 글을 남긴 후 많은 사람이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일 이후로 많은 팬 문화가 바뀌었고, 비판이 아닌 비난의 목소리가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고 있는 걸 느낀다.

분명 시간은 걸리지만, 한국에도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아 갈 거라고 믿는다. 내가 남긴 심경글에도 나를 비난하는 댓글보다 걱정해주는 분들의 댓글이 더 많았다. 만약 내가 남긴 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면 나도 내가 한 행동에 후회했을 거다.

하지만 그 일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해서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낸 많은 분의 목소리가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낸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


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TSM을 정말 강하게 만들어서 세계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게 첫 목표다. TSM이 강해지고, 북미 리그 수준이 올라가서 다른 팀들이 북미로 전지훈련을 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핑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기에 쉽지 않은 목표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은퇴할 즈음 경제력으로 여유가 되고,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팀 게임이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면 내가 감독이 되어 팀을 운영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러기 위해 TSM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은퇴도 TSM에서 하고 싶다. 이런 나를 위해 후원을 아껴주지 않는 TSM과 메인 스폰서 로지텍에 항상 고맙다.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내가 예전에 했던 트윗과 글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도 당시 감정에 치우쳐 심한 이야기를 했다. 이점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한국, 그리고 한국의 팬을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한국의 팬 문화도 점점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선수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팬 문화도 다른 지역에 자랑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거라 믿는다. 많은 일에도 계속 나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나고 싶다.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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