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야구팀] 목동과 대구는 올 시즌이 프로야구에서의 마지막 해다. 야구팬들에겐 수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지만, 두 구장 모두 현실적으로는 시설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목동은 홈팀 넥센 선수단조차 라커룸이 부족한 실정이다. 9월 확대엔트리에 등록된 5명의 선수들은 공간 부족으로 라커가 없다. 홈 라커룸은 수납 공간이 부족해서 여기저기 늘어놓은 짐 때문에 간신히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정도다. 원정 라커룸은 말할 것도 없다. 옷장 약 10개 정도만 놓고 베테랑 및 주축 선수들만 사용하는 정도다. 나머지 용품은 원정 더그아웃 뒤 복도에 늘어놓는다. 구장 내 식당도 크기가 작아서 간신히 선수들의 식사만 처리한다.
대구는 2006년 시설물 안전진단에서 더그아웃 시설 등이 E등급(‘즉각폐기’ 수준, D등급은 ‘사용정지’)을 받았다. 당시 대구시는 H빔을 덧대는 임시방편으로 재진단을 받아서 B등급(개보수 필요)으로 철거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부실한 시설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2010년 한국시리즈 때 SK 우승 직후 내야 라이트가 꺼져버리기도 했고, 2011년엔 오승환이 200세이브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기념 축포가 외야 전광판에 옮겨져 불이 나는 바람에 소방차가 구장에 등장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대구구장은 설계가 잘못돼 오후 햇빛이 고스란히 1루쪽 더그아웃(원래 홈팀이 사용하는 곳)으로 쏟아지기 때문에 홈팀 삼성이 3루측 더그아웃을 사용한다. 과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삼성이 ‘수맥이 흐른다’며 1루측 더그아웃으로 옮기기도 했지만, 너무 더워서 결국 2001년부터 다시 3루측 더그아웃으로 옮겼다.
‘이사’를 앞둔 넥센과 삼성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넥센은 현재 목동구장을 일일대관 형식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내년 시즌 구로구 고척돔으로 이사할 경우 현재의 두 배 이상 금액을 경기장 대관에 써야 한다. 현재 목동에서 사용하고 있는 광고권 및 매점운영권을 가져오는 것도 현실적 제약이 많다.
게다가 고척돔은 교통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다. 연고지를 옮기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넥센은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무조건 홈구장을 옮겨야 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넥센으로선 목동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여러 모로 심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 삼성은 최신식 시설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이사를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구장에 쌓여 있는 추억은 많지만, 최고의 성적에 걸맞은 최고의 시설로 옮긴다는 기대도 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올 시즌 출사표를 밝힐 때도 “대구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하고 가겠다”고 했다.
baseball@xportsnews.com/ 그래픽 ⓒ 박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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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