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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돋보기] 유럽 축구와 IT기술의 만남

기사입력 2015.09.09 10:12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런던, 유영걸 통신원]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축구는 영국에서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구기 스포츠가 그렇듯 축구 역시 사람의 몸과 공 그리고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별다른 특수 장비나 기계의 도움 없이 즐길 수 있는 형태의 운동이다.
특히 축구의 경우 정식 리그가 출범한 이후 150여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특유의 클래식 한 (첨단 기술 대신 인간의 판단과 힘에 의지하는) 특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에 몇몇 리그에서 도입된 골 라인 판독  (Hawk’s eye) 기술을 제외하고는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경기가 사람의 판단과 행동에 의해 관리되고 진행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선을 그라운드 밖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축구 경기가 펼쳐지는 초록색 그라운드 위에는 그 어떤 첨단 IT기술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전통을 고수하는 축구 경기도, 잔디 위를 벗어나는 순간 수십 대의 카메라와 방송 장비, 마이크, 조명, 그리고 경기장 온도, 빗물 관리 장치 등 최첨단 IT기반 시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Information Technology의 정식 번역 명칭은 정보통신기술이기 때문에 IT기술이라는 표현은 중복표현이지만, 일반적으로 IT기술로 소개되는 용어의 특성을 고려하여 본 기사에서도 IT기술이라고 표현한다.
 
1992년, 축구라는 스포츠에 기술적, 상업적 발전이라는 화려함을 더하여 시작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출범과 함께 영국 축구는 IT기술과 본격적인 결합을 맺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스포츠 도박이 대중화되어 있는 유럽 축구의 경우 다양한 리그, 컵 대회가 발전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축구 도박을 즐기게 되었고, 도박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더욱 자세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도박 회사들은 IT기술에 기반을 둔 통계, 분석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첨단 IT기술 도입의 필요성은 경쟁사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그들을 통해 광고 수입을 창출하고자 하는 방송사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축구 경기가 펼쳐지는 매 순간마다 수 십대의 카메라를 통해 경기의 내용이 중계되고, 분석되며 동시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때로는 그래프로 때로는 수치화되어 TV 화면에 보여지게 되는 축구 중계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이제 대부분의 유럽 축구 중계뿐만 아니라 K리그 축구 중계방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선수 프로필, 볼 점유율 현황, 이동 경로 표시, 활동량 표시, 전반 경기 분석 데이터 등을 보자. 1990년대부터 꾸준히 축구 경기를 시청했던 축구 팬들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생방송 축구 중계 화면에 선수 개개인의 활동량, 패스 성공률과 같은 흥미로운 통계가 자세히 보여지고, 더 나아가 마치 온라인 축구 게임을 펼치듯 양 팀의 전략이 시뮬레이션으로 화면 위에 나타나는 등, 축구 중계와 IT기술이 결합되어 집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느껴왔을 것이다.
즉 경기장 안에서 펼쳐지는 축구는 15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은 철저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운동이지만, 그 전통적인 스포츠가 전파를 타고 세상에 소개되는 과정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최첨단 IT기술의 발전과 지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들은, 이러한 IT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동안, 대부분*의 축구 클럽들은 그 경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대부분 이라고 표현한 것은, 세상에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프로 축구 클럽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활동, 우리는 그러한 활동을 “마케팅” 이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클럽의 마케팅 수단으로 IT기술을 활용하는 구단이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등이 클럽의 마케팅 활동에 IT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9월 3일, 영국 최고의 축구 클럽 중 하나인 Chelsea FC는 WIPRO라는 기업과 파트너쉽을 체결하였는데, WIPRO라는 곳은 Digital & IT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컨설팅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인도의 정보통신 기업이다.
Manchester United FC 역시 최근 HCL이라는 IT서비스 업체와 3년 파트너쉽을 체결하였는데, HCL가 Manchester United FC의 137년 역사상 최초의 IT 서비스 제공 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앞으로 IT기술, 데이터에 기반을 둔 마케팅 활동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펼쳐나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하다.
그 밖에 Manchester City FC (City Football Group)은 세계 최고의 데이터 처리 및 관리,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기업으로 알려진 SAP과 파트너쉽을 체결하였고, 지난 5월, Real Madrid FC역시 Microsoft와 10년 장기 파트너쉽을 발표하는 등 최고 레벨의 축구 클럽들이 본격적으로 IT기술을 통한 구단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첼시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시티, 레알마드리드 등의 축구 클럽들이 IT기술을 바탕으로 과연 어떤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을까?
가장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빅데이터 (Big Data) 관리 및 활용이다. 쉽게 말해, 온라인 상에 흘러 다니는 수천만, 수억 건의 데이터 중 자신의 클럽과 해당되는 정보 또는 클럽과 긍정적, 부정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분포한 축구 팬들에게 보다 가까이, 가장 호의적이면서 매력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특정 축구팀 관련 홍보 내용이 보여지기 시작했다면, 그들은 당신의 온라인 활동을 분석하여 당신이 축구에 관심이 있는, 특정 클럽의 잠재적인 팬 또는 고객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 아주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당신에게 소극적인, 하지만 영향력 있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WIPRO, HCL, SAP 등과 같은 규모의 IT기업들이 당신의 정보를 수집, 가공하고 활용하는 것에 관련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 특정 SNS 채널에 가입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정보제공 활동에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고객의 특성, 정보를 수집하여 펼치는 마케팅 활동 외에도, 특정 팀의 팬이 전 세계 어느 곳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는지, 그들이 주로 온라인 상에서 다루는 축구 관련 키워드가 어떤 것인지, 그 키워드를 특정 축구 클럽과 어떻게 연관, 발전 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이들 IT기업들이 축구클럽에 제공하는 달콤한 데이터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축구가 어떤 방법으로 IT기술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짧은 기사 속에 많은 내용을 다루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핵심은 도박, 중계 등의 축구 관련 사업과 축구 클럽들이 IT기술을 통해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어떤 “정보”를 수집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하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통해 축구에 대한 관심과 재미가 증가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어디선가 우리의 온라인 활동이 수집되고 분석되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가공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축구 중계에서 제공되는 정보와 SNS에서 자연스레 보여지는 축구 관련 게시물을 발견할 때 이전과는 조금 다른 관심으로 이들을 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진 ⓒ AFPBBNews=NEWS1, 첼시 맨유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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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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