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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경, 다시 '배우'라는 출발선에 서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5.09.17 22:07 / 기사수정 2015.09.17 22:0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짧은 시간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지만, 또 이는 그만큼 오랫동안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1999년 'TTL 소녀'로 데뷔한 지 어느덧 16년. 수많은 시간들을 거치며 단단해진 임은경이 다시 '배우'라는 출발선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임은경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치외법권'(감독 신동엽)에서 사건 해결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장은정으로 등장했다. 공식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꼬박 10년 만이었다.

'치외법권'은 분노조절이 안 되는 프로파일러 임창정과 여자를 좋아하는 강력계 형사 최다니엘 콤비가 범죄조직 보스를 잡기 위해 팀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극 중 임은경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10년의 공백에도 변함없는 동안 외모를 뽐내는 것은 물론,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점에서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임은경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촬영장에서도 조용히 있는 편이지만, 이번 작품은 2004년 영화 '시실리 2km'를 함께 했던 임창정이 자리하고 있어 좀 더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열여섯 중학교 3학년 시절 데뷔한 후 16년의 시간이 흘렀다. 앳된 외모는 변함없지만 어느덧 서른두 살로 훌쩍 커 버린 그다.

임은경은 "지난 10년은 인생 공부를 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노출은 안 됐지만 중국에서 제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혼자만의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배우 활동이나 앞으로를 계획하는 데 있어 힘든 시간도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는 상태로 3년여를 지낸 것 같다"고 담담하게 회상했다.

중국 활동은 한국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더욱 그리워하게 하는 이유가 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 배우들이 지금처럼 활약할 수 있는 바탕이 덜 만들어진 때였기에 임은경이 느꼈던 어려움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끈기와 인내를 배웠지만 문화, 언어에서 오는 차이점 등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임은경은 이 역시 "노력이 부족했었다"며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렇게 또 힘들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마음을 새롭게 다지게 된 시간은 2010년에 다시 찾아왔다. "나를 지켜봐주시는 분들에게 연기자로서 보여드린 게 없는 것 같았다"는 것이 굳은 마음을 먹게 한 이유였다. 그는 "곁에서 나를 도와주는 분들이 항상 계시는데,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신비소녀'가 아닌, 배우 임은경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대중에게 차근차근 다가가되 억지로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임은경은 "처음에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고, 옷도 여성스럽게 입어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부작용이 나더라"고 웃으며 "내가 억지로 안 맞는 옷을 입어서 보여주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점은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이전의 자신을 "너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물밀 듯이 밀려들어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행복하기보다는 감당하기 벅찼던 순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프고 쓰라렸지만, 이때의 경험은 조급함 없이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됐다. 임은경이 "어떤 작품, 어떤 배역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기보다 내게 주어진 역할들을 차근차근, 천천히 해내면서 나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는 홈베이킹을 하거나, 집 청소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그에게 '너무 생각이 많다'고 걱정을 보내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자하는 표현을 확실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했던 것 같다'고 예전을 반성하며 스스로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내면을 다져온 그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임은경의 모습은 대화 내내 솔직하게 드러났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싶다"고 말하는 그는 "이전까지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게 컸던 것 같다. 예전에는 현장이 불편하고 어려웠는데 지금은 현장에 나가고 싶고, 어딜 가도 사람들을 보는 게 정말 반갑고 즐겁다. 이걸 너무 늦게 안 것 아닌가 싶다"라며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또 임은경은 "내 실제 성격은 정말 쾌활하고 밝고 긍정적이다. 그런데 워낙 어릴 때 일을 시작해 주눅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 친근함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함께 덧붙였다.

남은 올해도 임은경의 시계는 바쁘게 흘러간다. 12월까지는 '유명산 진달래'라는 웹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다. 임은경은 예지 능력을 지닌 산골소녀 진달래 역을 맡아 친근하고 귀여운 매력을 뽐낸다.

힘들었던 시간들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다져 온 임은경. 신발 끈을 조여매고 '연기'라는 출발선에서 숨을 고른 그는 "아직 다양한 역할을 해보지 못해서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싶다"며 연기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결 같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꾹꾹 진심을 눌러 담아 말하는 임은경의 새로운 발걸음에 기대가 더해진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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