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의 포수 변신, '깜짝 출장'이었지만, 폭스의 포수 마스크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
한화는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14차전에서 11회 연장 혈투 끝에 김태균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선발 안영명이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5실점을 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어 올라온 불펜진이 점수를 역전 가시권으로 지켜냈고, 결국 승부가 뒤집히며 짜릿하게 승리했다.
이날 잡고 잡히는 스코어도 경기에 눈을 뗄 수 없게 했지만, 가장 흥미를 끈 화제는 단연 외야수 폭스의 포수 출장이었다. 1회 안영명이 강판되면서 포수 조인성이 정범모로 교체됐고, 이후 3-8로 뒤져있는 5회말 2사 1,2루 정범모의 타석에서 대타 정현석이 들어서면서 한화는 엔트리의 포수를 모두 소비했다. 포수 박노민은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였다.
결국 2회부터 대타로 들어서 우익수로 있던 폭스가 6회부터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고, 김민우와 배터리를 이뤘다. 외국인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2004년 한화의 엔젤 페냐, 지난해 넥센 비니 로티노 이후 KBO리그 역대 세번째였다. 안방에 자리한 폭스는 시원시원하고 안정감 있게 김민우를 리드했다. 이날 김민우는 5이닝을 폭스와 호흡을 맞춰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아냈다. 김민우는 "조인성 선배 등 다른 포수 선배들과 하는 것처럼 편안했다"고 돌아봤다.
폭스는 국내 무대에서 외야수로 뛰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포수로 입단한 포수 출신이다. 외야수 및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기 전까지 마이너리그에서는 323경기를 포수로 소화한 바 있다. 당시 에스밀 로저스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폭스는 11회 박한이의 도루를 저지하기도 하며 포수로서의 능력을 가감없이 발휘했다. 9회 권혁이 올라오고 연장 11회까지 안방을 책임진 폭스는 팀이 승리하며 결국 '승리 포수'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포수 경험이 있는 폭스의 포수 변신을 미리 준비했다. 폭스는 지난 21일 kt전에 앞서 포수 훈련을 하기도 했다. 훈련 때도 실전 경기 때도 구단에서 지급한 폭스 본인의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서였다. 폭스는 "경기 전 감독님께서 포수 출전이 가능하냐는 의사를 물어봤고, OK 했다"고 밝혔다. 이날 폭스의 포수 출전은 경기 전, 그 이전부터 김성근 감독의 머리 속에서 그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폭스는 포수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를 어렵게 시작한 한화로서는 폭스의 포수 변신이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은 "폭스를 테스트로 기용했는데 상상 외로 잘해줬다"면서 "앞으로 기용 폭이 넓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과연 '폭포수'의 등장이 한화의 5위 싸움에도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eunhwe@xportsnews.com /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