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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언제나 즐겁게! 이현경 아나운서의 e스포츠 이야기

기사입력 2015.08.11 07:25 / 기사수정 2015.08.11 07:49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e스포츠 리그 방송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경기를 진행하는 선수부터 이를 중계하는 중계진, 방송 작가부터 카메라 감독까지. 방송 중 리그 브리핑과 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역시 e스포츠 리그의 구성원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스포티비 게임즈 이현경 아나운서는 도타2 종목부터 시작해 올해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와 프로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남성의 출연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e스포츠 리그 방송에서 여성이라는 특수성이 아닌 아나운서라는 전문성으로 경기 전 리그 브리핑을 진행하고 경기 후 선수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현경 아나운서는 방송 전공이 아니다. 그러나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과감히 도전했고, 데뷔 1년이 지나가는 지금 이현경 아나운서 없는 스타리그, 그리고 프로리그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방송 시작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일 '새롭다'라고 소감을 밝힌 이현경 아나운서. 그녀는 e스포츠, 그리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직접 만난 이현경 아나운서는 자신의 방송 1년에 대해 밝게, 하지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줬다.

방송 데뷔 후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의 방송 생활을 이야기해 보자면.

매일이 새롭다. 방송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즐거운 부분도, 생각보다 어려운 부분도 있다. 게임 자체가 즐기는 문화이니 언제나 시청자처럼 흥을 느낄 수 있고 나 자신도 방송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반면 매일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점이 어려운 점이다.



도타2 리그로 시작해서 올해 스타크래프트2 리그 방송을 시작했다. 게임이 아닌 방송으로 두 게임은 어떻게 다른가.

도타2는 처음 접한 게임이었다. 그리고 AOS라는 장르도 쉬운 편은 아니었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적응하고 직접 게임을 해보니 재미있더라. 스타크래프트2는 내가 방송하는 두 번째 게임 종목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의 역사도 오래되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기에 처음에는 겁을 먹었다. 그러나 도타2의 경험이 있어서 겁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KDL 라운지의 코너였던 '한나를 부탁해'에서는 말괄량이 소녀 성격을 보여줬다. 원래 성격은 어떤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어렵거나 긴장되는 자리면 평소보다 차분해진다. 그러나 즐거운 사람들과 있거나 긴장이 풀리는 자리에 있다면 나도 놀랄 정도로 활발해진다. KDL 라운지로 오래 같이 호흡을 맞춘 사람들과 방송이라 나도 모르게 활발한 모습으로 보였다. 도타2도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었다. 하지만 (양)한나 언니에게 질 줄은 생각도 못했고, 그래서 방송 중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웃음)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출연 제의는 어떻게 받았나.

도타2 Ti 중계 출장차 미국을 갔는데, 같이 도와주러 오신 PD가 스타리그를 맡게 되셨다. KDL 라운지 시애틀 편을 찍으면서 서로 알게 되었고, 스타리그 시즌1을 시작하시면서 스타크래프트2 방송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스타리그 방송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내가 '저주받은 손가락'이라 게임을 하면서 배우려면 즐거움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를 보면 눈이 높아지는데 내 손가락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니까. 그리고 준비할 시간도 충분한 편은 아니라 처음에는 게임보다 참가 선수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스타크래프트2는 전통과 역사가 있고, 선수 개개인이 가진 캐릭터나 선수 사이의 관계 부분에서 재미있는 점이 많았다. 선수에 대해 먼저 준비하고 그 선수의 게임 스타일이나 자주 쓰는 빌드를 공부했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 준비를 하며 가장 먼저 익힌 선수는 누구인지.

진에어 그린윙스의 조성주와 kt 롤스터의 이승현이다. 시즌1을 준비할 당시 97년생 동년배인 두 선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고, 실제로 경기력도 엄청났다. 성적이 좋은 선수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선수로 활동한 정명훈도 눈에 들어왔다. 자신에게 변화를 주려고 과감한 선택을 한 점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스타리그 시즌1은 조 지명식이 아닌 조 추첨식이었는데, 부담되지는 않았나?

나에게 굉장히 부담되는 날이었다. 조 추첨식이나 지명식은 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기도 했고, 내가 조 추첨식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추첨식 날이 다가오는 게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그 날 방송에 들어가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선수들이 그렇게 말을 잘하고 재미있는지 처음 알았다. 중계진들 역시 분위기를 잘 띄워줘서 방송을 재미있게 했다. 시즌2때는 오히려 조 지명식이 기다려지더라.

지금까지 스타리그 두 시즌을 진행하고 세 번째 시즌에 돌입했는데, 그동안 일어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아마 내 존재감을 확실히 알려준 김도우와 관련된 일이 아닐까. 처음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당황했다. 내가 어떤 반응을 해야 할 지 걱정도 됐다. 자연스럽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재미까지 주고 싶어서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김도우가 성적도 잘 내고 매너도 좋아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나까지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리그도 3라운드부터 합류하게 되었다. 프로리그를 맡게 되었을 때 든 느낌은?

목요일에 보던 선수들을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본다는 생각이었다. 개인 리그에 비해 프로리그는 더 많은 선수를 보고 알 수 있게 되어 나한테도 많은 도움이 됐다.

방송 중 많은 분량의 텍스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비결이 있나.

텍스트를 정확히 읽어내려고 하지만 가끔 틀릴 때도 있다. 이 텍스트를 다 외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선수나 리그에 대한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다 보니 막히거나 틀리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


스타리그가 시즌3에 접어들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KDL 라운지 시절부터 봤던 김하늘 PD가 스타리그를 맡게 되었다. 정말 보기 드문 스타일리시한 분이다. 많은 변화 중에도 PD가 원하는 부분을 내가 잘 잡아내 방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전 시즌과 다른 구성이고, 내가 맡은 부분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내가 맡은 부분에서 누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보면 e스포츠 선수와 이야기를 자주 나눌 수 있는데, 선수들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는지.

도타2나 스타크래프트2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떤곳 보다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승패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니 나보다 정신적으로 더 강인한 게 e스포츠 선수다. 특히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이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e스포츠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e스포츠에 종사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아니기에 e스포츠에 관해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그러나 e스포츠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보는 사람도 즐겁고 하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즐거운 일을 한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평소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너무 말라서 다들 걱정하시더라. 한때는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았다. 체중을 늘리고 싶었는데 정말 힘들더라. 외모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많은데, 불완전한 내 얼굴이 좋다. (웃음) 완벽한 얼굴이 아니니 나라도 좋아해 줘야 하지 않을까. 그냥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피부 관리도 다른 거 없이 열심히 씻고 화장 지우고 로션 바르는 정도다. 이거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어떤 아나운서,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5년이나 10년 뒤를 생각하기보다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잘하고,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며 조금씩 나아지려고 한다. 그리고 싫증 나지 않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항상 노력하고 있다.

GSL에서 활동하는 문규리 아나운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같은 여성이 봐도 정말 예쁜 분이다. 방송 일을 하면서 나와 같은 분야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문규리 아나운서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친근하고 내가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방송을 보며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문규리 아나운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

어느 책에서 본 부분인데 사람이 감사함을 표현하거나 받을 때, 자신이 인정받을 때, 그리고 한 사람과 관계가 깊어질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문규리 아나운서처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리그 픽션 김준호 편에 출연했는데, 정말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 실제 연기할 때에는 어땠나.

평소 김준호가 짓궂은 장난을 치는 선수였다면 더 마음 편하게 연기했을 거다. 하지만 착한 성격의 김준호에게 투명 컨셉을 주고 연기하려니 미안하더라. 복도에서 내게 말을 거는 김준호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는 단순한 연기였지만, 웃음을 참느라 정말 고생했다. 김하늘 PD가 재미있는 코너를 만들었고, 나도 요청하는 대로 하다 보니 분위기 연출이 잘된 거 같다.

마지막으로 이현경 아나운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e스포츠 아나운서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제 한 달 방송을 했다는 기분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항상 감사드리고 쑥스럽기도 하다. 많은 시청자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은 없지만, 방송하는 동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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