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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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지도자로 첫 우승, 슈틸리케의 인간 승리

기사입력 2015.08.09 23:01 / 기사수정 2015.08.09 23:06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6년의 기다림 끝에 생애 처음 지도자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가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의 과정은 한편의 인간 드라마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5 동아시안컵 정상에 올랐다. 1승 2무를 기록한 한국은 1승 1무 1패에 그친 중국과 북한을 제치고 2008년 이후 오랜만에 동아시안컵 챔피언이 됐다.

우승은 한국에게도 특별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남달랐다. 그가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에서 일궈낸 첫번째 우승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로 전환한 후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뛰면서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선수시절과는 분명히 달랐다.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1989년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독일 21세이하 대표팀 등을 맡았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이후에도 유럽 몇몇 클럽들을 전전하다 아시아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카타르였다. 알 아라비SC와 알 사일리야SC 등을 이끌면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그는 그만의 신념을 지킨 축구를 했다. 선수들을 다양하게 실험하면서 도전하는 데 물러섬이 없었던 그는 정작 팀이 원하는 성적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이 아닌 팀의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안목은 카타르의 어느곳에서도 환영해주지 않았다. 성적부진으로 알 알라비SC를 떠나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2012년에 슈틸리케 감독에 지도를 받은 바 있는 김기희는 "감독님은 이기는 축구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지만 팀의 성적 문제로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하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선수시절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을 만났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자신의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기록하면서 앞으로의 좋은 궁합을 예감케 했다.



두번째로 나서는 토너먼트인 동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이 첫 우승의 깃발을 꽂기 위한 절호의 찬스가 됐다. 처음에는 우승보다는 기회와 발전의 장으로 삼겠다는 목표가 더 컸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젊은피로 채우면서 현재의 대회 성적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을 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앞으로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리고 처음 발을 맞춰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렇게 동아시안컵에 나선 슈틸리케호는 이전보다 더욱 단단히 뭉쳤다. 개최국 중국을 상대로 2-0 쾌승을 거두면서 공한증을 다시 불러일으키더니 일본을 상대로도 점유율을 완전히 가져가는 경기 끝에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자력으로도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마지막 북한전을 이기면 그대로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북한의 수문장 리명국의 선방쇼라는 변수 때문에 0-0으로 비기며 자력 우승의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하늘은 그의 노력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이어 벌어진 중국과 일본 간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이 나면서 한국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어린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우승까지 거머쥐며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울리 슈틸리케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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