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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플레이의 대가, '센스왕' 이용규

기사입력 2015.07.19 17:04 / 기사수정 2015.07.19 17:22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번트는 공을 내야에 떨어지게 하는 기술이다. 배트를 크게 휘두르는 대신, 가만히 공이 오는 방향으로 배트 갖다대 공을 맞춰내는 방식이다. 

얼핏 봐서는 쉬워보이지만, 안타를 때려내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게 또 번트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공이 닿는 순간 배트를 뒤로 당겨 공의 힘을 적당히 줄여야만 한다. 희생번트를 위해서는 주자에 따라서 방향도 조절해야 하고, 스퀴즈번트나 기습번트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재치가 필요하다. 너무 힘이 들어가면 뜬공으로, 혹은 병살성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헌납하게 된다. BQ, 즉 야구센스가 요구되는 플레이다.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2015시즌 번트왕 타이틀을 가져간 게 놀랍지 않은 이유다. '센스 있는' 야구를 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가 성공한 희생번트 8개, 팀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번타순이라는 그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적지 않은 개수다. 상대가 방심한 사이 기습 번트로 절묘한 위치에 공을 갖다놔 1루까지 살아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구안이야 이미 유명하다. 올시즌 40볼넷을 얻어내며 김태균과 최진행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타율 3할4푼2리 득점권타율도 3할4푼2리를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든 만들어 쳐준다는 의미다.

주루 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올시즌 이용규가 성공한 도루만 18개, 팀 도루 총 55개 중 3할은 이용규의 몫이었다. 거기다 도루성공률은 87.5%에 육박한다. 팀 도루 성공률보다는 20%정도 높고, 올시즌 20개 이상 도루를 시도한 선수들 중에는 NC 나성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빠른 발도 발이지만, 정확한 타이밍을 잡아내 베이스를 훔치는 센스까지 겸비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수비 센스도 유명하다. 이용규가 외야수로서 어깨가 그리 강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비 범위가 넓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공의 낙구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뛰어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덕이다. 

지난 14일 청주 롯데전에서 이용규의 이런 수비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최준석이 펜스를 맞추는 큼지막한 안타를 쳐낸 상황이었다. 홈까지도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지만, 손아섭은 오버런으로 3루와 홈 사이에서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김성근 감독은 "공이 펜스 어느 위치에 맞느냐에 따라 떨어지는 게 다르다. 쿠션감 때문이다. 윗부분에 맞을수록 푹신해서 펜스에 붙어떨어지고, 아래로 갈수록 쿠션감이 적어져 많이 튀어나온다"며 "이용규가 제가 알아서 펜스 높이에 따라 반발력을 생각해 공을 일찍 잡아냈다. 그 플레이 하나가 컸다"라며 이런 이용규의 수비를 인정했다. '1년 내내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수비'를 보여줬다며 김 감독도 혀를 내둘렀다. 

방망이는 고저가 있다. 타격사이클 탓에 잘 칠 때도 있지만 못 칠때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규는 꾸준히 잘 해주는 타자다. 단순히 잘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센스 있는 플레이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선수다. 공수주에서 두루 활약하는 이용규의 비결은 바로 '야구 센스'에 있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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