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아스날이 3년 연속 빅네임 영입에 성공했다. 이적시장에서 조용한 여름을 보냈던 아스날의 옛날 모습을 기억한다면 최근 3년 동안의 행보는 매우 특별해 보인다.
아스날은 3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이 기다리던 첼시에서 뛰던 베테랑 골키퍼 페트르 체흐(33)의 합류 소식을 전했다. 첼시에서 11년동안 뛰었고 팀의 리그, 컵대회, 유로파리,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도우면서 실력이 확실히 검증된 체흐의 가세로 아스날은 철통 같은 골문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아스날은 그동안 이적시장때마다 조롱을 받아왔다. 빅네임보다는 나이가 어린 유망주들을 데리고 오는 데 익숙했다. 일명 짠돌이 행보였다. 많은 돈을 풀기보다는 몸값이 적고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을 데리고 와 성장시키면서 효율성 있는 선수단 운영을 시도했다.
구단이 에미레이츠스타디움 신축으로 인해 생긴 부채와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FFP)에 맞추려는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이적시장에 많은 돈을 풀지 않으려고 했던 영향이 컸다. 2014년부터 재정적인 흑자와 소비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부의 분석을 기반으로 아스날은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고 벵거 감독 역시 이에 맞춰 선수들을 꾸려가면서 힘을 보태왔다.
그랬던 아스날은 근 2년 사이에 변했다. 2013년 메수트 외질을 신호탄으로 매년 빅네임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주로 강팀들에서 출전 기회가 줄었거나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이들을 불러모았다. 2013년에는 레알을 떠나기를 원했던 외질을 데리고 왔다. 외질에 대해 아스날은 구단 사상 최다인 4240만 파운드(약 720억 원)의 이적료를 지출하면서 과감하게 지출하는 통 큰 씀씀이를 보여줬다.
2014년에는 알렉시스 산체스를 영입했다. FC바르셀로나에서 도우미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산체스를 데리고 오면서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한편 팀의 공격력도 성장시켰다. 이때에도 아스날은 바르셀로나에 3000만 파운드(약 521억 원)의 이적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2년 연속 빅네임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15년에는 체흐였다. 첼시를 떠나 자신의 축구열정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을 찾던 체흐를 아스날이 데리고 왔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길게 잡은 것으로 알려진 계약기간과 적지 않은 이적료로 체흐를 최고 대우해준 것으로 영국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벵거 감독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더욱 눈길을 끈다. 몇년 사이 이적 과정에서 벵거 감독은 주요 선수들에게 직접 접촉을 시도하면서 선수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다음 시즌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벵거 감독의 아스날은 FA컵 2연패로 9년 걸린 오랜 무관의 시간을 털어냈지만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하고 있다. 2003-2004시즌 무패우승을 이룬 뒤로 10년이 넘게 리그 트로피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최근 몇년 사이 선수들 영입에 투자를 한 덕분에 아스날은 다음 시즌에 우승을 한번 노려볼 수 있는 스쿼드가 만들어졌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었던 필드플레이어들의 구성에 확실히 일당백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수문장 체흐까지 오게 되면서 벵거 감독은 어느 포지션에 대해서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선수단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말미에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제이미 캐러거는 다음 시즌 우승경쟁에 아스날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우승권에) 가까워졌다. 지난해에 그들은 매우 늦게서야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에는 달랐다"면서 "우리가 흔히들 언제든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최고의 두 팀으로 도약했다. 그들은 (다음 시즌 우승에도) 매우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첼시 수비수 존 테리가 "승점 12~15점을 벌어줄 선수"라고 평가한 체흐까지 왔으니 아스날의 승점사냥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과연 다음 시즌 아스날이 리그 왕좌를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페트르 체흐 ⓒ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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