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박한이(36,삼성)가 류중일 감독의 톱타자 고민을 완전히 지워낼 수 있을까. 일단 21일 경기만 본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삼성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시즌 7차전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시즌 전적 39승28패를 만들며 1위 NC의 뒤를 바짝 쫓았다.
올시즌 톱타자 자리의 주인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삼성은 배영섭의 군입대로 작년에도 같은 고민을 했었다. 그 때 등장한 선수가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였다. 나바로는 지난해 1번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삼성의 통합 4연패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1번의 '적임자'였던 나바로는 올시즌 초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류중일 감독은 "작년에는 나바로의 1번 카드가 '적중'했었다. 그러나 올해 홈런은 많아졌지만 출루율이나 타율은 떨어졌다. 스윙 폼도 커진 것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런 나바로에게 계속해서 1번 자리를 맡기긴 어려웠다.
삼성은 그런 나바로를 중심타선 쪽으로 이동시키면서 빈 1번 자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올시즌 박해민, 김상수, 구자욱 등 여러 선수들이 1번 자리를 거쳤다. 하지만 누구든 1번에만 들어가면 영 힘을 쓰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도 "1번에 들어가는 선수마다 다 못 한다"면서 "1번으로 나왔던 선수가 한 둘이 아닌데, 1번에만 갖다놓으면 그 높은 타율들을 다 깎아먹는다"고 답답해했다.
박한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한이는 21일 경기 전까지 1번에서 22타수 3안타로 좋지 못했다. 타율은 1할3푼6리. 특히 최근 17일부터 1번으로 나선 세 경기에서는 13타수 1안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전 "박한이 마저 좋지 못하다"며 한숨을 쉬었던 류중일 감독이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의 한숨이 있자마자, 박한이가 날개를 펼쳤다. 이날 박한이는 결승포를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1회부터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박해민의 3루타에 홈을 밟으며 팀의 첫 득점을 만든 박한이는 5회 좌전안타 후 7회 2-2 동점상황에서 천금같은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박한이는 "1번 타순에서 치겠다고 자원을 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슬럼프가 왔고,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박한이의 맹타는 팀의 고민과 함께 그간 본인의 마음고생까지 날려버리는 활약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박한이는 데뷔 직후부터 삼성 부동의 톱타자였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건재하다. 예전 그 때처럼, 박한이가 이날 기세를 이어가며 류중일 감독의 '1번 고민'을 깨끗하게 지워낼 수 있을까.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사진=박한이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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