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한나한이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자신을 언급했다고 하자 오지환(25,LG)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한나한한테 약속 지키라는 말 꼭 써주시면 안될까요?"
LG 트윈스가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과 이별했다. 허리 통증이 심해져 더이상 한국에서 시즌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한나한은 지난 15일 구단 공식 발표에 따라 웨이버 공시가 됐다. 하지만 작별은 아름다웠다. 18일 잠실 구장을 방문한 그는 기자 회견을 자청해 자신이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뭉클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한나한은 LG에 정을 듬뿍 줬다. 특히 "늘 두 팔 벌려 날 환영해주고 친근하게 대해준 동료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눈에 밟히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10살 어린 오지환이다.
사실 오지환은 한나한 뿐만 아니라 여러 외국인 선수들에게 '예쁨'을 받는 선수다. 지난해 한솥밥을 먹었던 스나이더도 넥센으로 이적한 이후 가장 먼저 "오지환은 잘 있나. 보고싶다고 전해달라"고 안부를 물었다. 영어가 능숙하지는 않아도 외국인 선수들에게 먼저 살갑게 말을 걸고, 많은 질문을 하기 때문에 스나이더도, 한나한도 그런 오지환을 아꼈다.
'작별 기자회견'에서도 한나한은 가장 인상깊었던 선수로 오지환을 꼽았다. 한나한은 "질문도 많이 했고, 함께 있는 동안 많이 성장한 선수다. 오지환이 매일 경기에 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제는 함께 뛰지 못해도 앞으로 오지환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라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오지환도 감동했다. 오지환은 "어제(17일) 한나한이 선수들에게 작별 인사 하기 위해 야구장에 왔었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스나이더도 그렇고 한나한도 그렇고 정이 들었는데 떠나니까 늘 섭섭하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고마운 마음은 오지환도 마찬가지. "내가 통역을 통해서 질문을 정말 많이하는 편이다. 귀찮을텐데도 참 잘 대답해주는 선수였다"는 그는 "사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선수들에게 꿈이 아닌가. 한나한은 메이저 경험이 많은 선수고, 한국에 오기 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선수이기 때문에 더 많이 물어봤다"고 돌아봤다.
오지환은 "한나한의 경험담이 곧바로 내게 흡수돼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다른 리그에서 나와 다른 경험을 했던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며 미소지었다.
당부도 잊지 않았다.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빨리 나아서 한국에 돌아와 다시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는 오지환은 "한나한이 언젠가 나를 메이저리그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했었다. 그것을 지켜야하는거 아닌가. 한나한에게 나와 한 약속 꼭 지키려면 KBO리그에 돌아와야 한다고 전해달라"며 연신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오지환 ⓒ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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