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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를 이긴 빠른 거북이 ‘나광현’

기사입력 2007.10.12 20:31 / 기사수정 2007.10.12 20:31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영선 기자] '빠른 거북이'.

10월 10일 대전월드컵 경기장, 플레이오프를 위한 중요한 길목에서 대전 시티즌의 선취득점을 기록한 나광현의 별명이다. 빠른 거북이라는 별명을 들을 때면, 퍼뜩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 토끼와 거북이. 꾸준한 노력으로 재능은 있었지만, 노력이 없던 토끼와의 경주를 이기는 거북이의 우화에는 노력 없는 재능은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이 담겨 있었다.

꿈을 안고 축구를 시작했던 모든 소년들이 K-리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원축구의 피폐함이 크다고는 하지만, 학원축구가 아니어도 몇 만명 중의 한명만이 오를 수 있는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의 길은 녹록한 길이 못된다.

그렇게 힘든 길을 올라와도,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로써 이름을 떨치는 길에는 또 얼마나 긴 고단함이 함께하고 있는지, 행운이 없다면, 쉬이 가기 힘든 척박함이 잔존한다. 노력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힘든 곳이 프로 축구의 세계다. 노력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살벌한 생존경쟁의 장인 그곳이기에 적은 노력만으로는 눈에 띌 수 없다.

그런 프로의 세계 속에서 '노력'이라는 두 글자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 이가 있다. 대전의 No.13 나광현. 무한경쟁을 선언했던 김호 감독마저도 시즌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를 꾸준히 준용하게 된 데에는 그의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서라는 중평이 있을 정도로 그는 노력가 그 자체이다.

내셔널 리거에서 K-리거로, 인천 한국철도를 거쳐 2006년 대전에 합류한 나광현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서 프로 첫해를 보냈다. 커버 반경이 넓고, 활동량이 좋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중앙으로 치우치는 위치선정과 팀의 실점에 빌미를 제공했던 몇 번의 불행이 겹치며, 팀 내 입지가 좁아졌었다. 

그러나 나광현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눈여겨본 김호 감독이 2007 후반기 부임하면서 다시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고종수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동시 기용된 두 경기를 가능성을 확인한 나광현은 괜찮은 주력과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고종수의 부족한 수비력을 메워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였다. 나광현은 미드필더에서 움직이지만, 공격수들도 미드필더까지 내려오는 대전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 직접 최젼방 공격에 나서기도 한다.

제주전에서는 브라질리아-데닐손-슈바와 함께 유기적인 움직임과 패스연결로 득점에 가까운 기회들을 만들어내었고, 광주 전에서는 기어이 자신의 K리그 데뷔 골을 기록하였다. 

경기 후, "내가 오늘 광현이 골 넣을 거라고 말했었거든!"라며 웃어보이던 왕선재 코치의 말에는 농담과 진담이 반씩 섞여 있었다. 경기 중반, 상대 수비수들의 깊숙한 움직임에 잠시 당황하고 있던 나광현을 향해 대전 벤치의 지시가 내려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왕선재 코치와 임기한 코치, 그리고 경기 중 드물게도 김호 감독의 목소리가 나광현의 이름을 불렀다.

"슈바-데닐손 공격라인에 제가 너무 미리 침투를 하고 있으니 ‘공간 확보를 해놓고 들어가라, 2선에서 침투를 하고 배후로 빠져나가라.  이런 지시를 많이 하셨어요. 일단은 상대수비가 너무 뒤로 쳐져 버려서, 뒷공간을 안 주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까, 제가 중간에 약간 헷갈리는 게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미드필드 지역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가, 2선으로 빠지는 플레이를 하라는 지시가 있으셨습니다."

2년여 간의 부침을 끝으로 하는 데뷔 골이었다. 하지만, 믹스트 존에서 만난 나광현은 전혀 들떠있지 않았다. 침착하고 조리있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조금 전 데뷔 골을 기록한 선수라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냉철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분석했다.

골맛을 본 나광현에게 더 많은 공격 기회가 욕심나진 않은지 물어보았다.

"팀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임무이니까요. (고)종수 형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미드필드를 지키기 위해 안쪽까지 수비를 적극적으로 많이 해주고, 상대 사이드 공격수나 배후의 상대 공격수를 잘 체크하라고 (후기리그)초반에는 감독님께서 주문하셔서,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주문대로 플레이를 했습니다. 사실 제가 공격에 가까운 자리인데, 너무 수비 쪽으로만 치우친다는 지적들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려고 생각하고, 플레이도 하다보니 골도 넣은 것 같습니다.”

"저희 양사이드는 미드필드를 많이 강화하기 위해서 좁혀서 플레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좁힌 상황에서 공간이 나올 때, 슈바나 데닐손이 2선에서 빠져나가면서 종수형이 찔러주면서 공간 활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직은 부족하지만, 공격을 했던 사람이 수비로 못 내려올 때 그 배후에 있던 사람이 미드필드로 내려와서 호흡하게 해주는 유기적인 플레이가 잘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배워가는 단계죠. 좀 더 노력해서 생각하는 축구로 팬들에게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전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호 감독이 부임한 지 지난 두 달 사이, 너무나도 많은 의미와 세간의 관심을 담게 된 마지막 경기 대전-수원전. 결과에 따라 대전의 2007시즌은 연장도 가능하기에 이 경기에 실린 대전팬들의 기대와 바램의 무게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비단, 대전-수원전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해서, 마지막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7년 K-리그는 생존경쟁의 정글이다.

오래된 친구처럼 쉽게 익숙해지는 친숙함을 가진 나광현의 웃는 얼굴을 보면 살벌한 정글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이 치러지는 프로라는 정글 속에서 빠른 거북이는 달려가고 있다.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하는 오늘이 당연하다는 듯, 매일 매일을 묵묵히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길을 향해 달려간다.

바위를 깨는 물방울 마냥, 노력을 쌓아 선명한 결과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빠른 거북이 '나광현'. 고단해도 쉽게 내색하지 않는 그의 단단한 두 어깨 위에 얹어진 대전 시티즌이라는 이름, 그 이름이 그의 땀과 노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지, 오는 일요일, 대전-수원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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