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마운드는 갈 수록 안정적이다. 중위권으로 도약한 KIA 타이거즈의 뒤엔 '수비 야구'가 있다.
KIA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맞대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에이스' 양현종이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한 후 물러났고, 두번째 투수 김병현이 박용택에게 3점 홈런을 얻어 맞아 한차례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최근 KIA의 마운드 높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 시즌 KIA의 투수진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일단 불펜이 달라졌다는데 의의가 있다. 홍건희, 한승혁, 심동섭 등 '젊은 피'와 최영필, 김병현, 김태영 등 '베테랑'의 조화가 좋다. 어린 선수들은 어린 선수대로, 베테랑들은 베테랑대로 기복이 있다. 그러나 마무리 윤석민을 중심으로 필승조와 추격조가 잘 꾸려졌고, 지난 시즌 정착하지 못했던 '이 상황에는 A 혹은 B 선수가 올라오겠다'는 승리 공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양현종 외 확실한 카드가 없었던 선발진이 생각보다 잘 운용되는 중이다. '퐁당퐁당' 피칭을 했던 외국인 투수 조쉬 스틴슨이 구위가 살아나면서 '원투 펀치'로 성장했고, 사실상 무주공산이던 나머지 3자리를 꾸역꾸역 막아낸다. 임기준, 문경찬을 시작으로 여러명의 투수들이 선발진을 거쳐간 가운데 김진우가 건강히 1군에 복귀했고, 필승조 임준섭을 내주고 얻은 유창식도 조금씩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체력 관리를 받으면서 등판 중인 서재응을 비롯해 중간과 선발을 오가는 임준혁과 김병현까지. 뚜렷한 주인은 없어도 다채로운 얼굴들이 구멍을 잘 메워주고 있다. '퇴출론'까지 나왔던 험버가 자신감을 찾았다는 것도 호재다.
16일까지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4.43.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 삼성(4.09), 2위 SK(4.18)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61경기 중 투수가 10실점 이상을 내준 경기는 5경기에 불과하다.
야수들의 수비도 지난해보다 성장했다. 33실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소 실책 1위라는 명예로운 기록을 쥐고 있는 KIA는 병살타 유도 1위(66개), 0.986에 달하는 수비율도 1위다. 무엇보다 안치홍, 김선빈의 동반 입대와 이대형 이적으로 '붕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센터 라인'이 적어도 수비만큼은 빈틈 없이 메꿔주고 있다. 최용규와 김민우가 번갈아지키는 2루 그리고 첫 풀타임을 소화 중인 유격수 강한울이 버티고, 눈에 띄는 신예 김호령의 '중견 철벽 방어'가 왼쪽, 오른쪽 날개까지 커버한다. 특히 내내 약점으로 지적됐던 중계 플레이 등 세밀한 수비에 집중한 결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다만 좌익수 김주찬이 허벅지 부근이 썩 좋지 않아 최근 지명 타자로 출전 중이다. 김기태 감독은 나지완을 좌익수로 내보내고 있다. 김주찬이 팀 타선에서 맡는 역할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16일 LG전에서 보여준 타구 판단 미스처럼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또다른 관건은 타격이다. 수비력은 상위권일지 몰라도, 팀 타격은 최하위권(팀 타율 9위)을 헤매고 있다. 하지만 수비가 안정된 팀은 반드시 치고 올라갈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마운드가 안정감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타격 사이클이 상승 공선을 타는 때, 그 때가 진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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