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OCN드라마 '실종느와르M'부터 영화 '간신'까지 김강우는 쉴 새없는 봄을 보냈다. 그의 역할이 인상적이지 않았던 적은 없었지만, 영화 '간신'에서는 더욱 더 강렬하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강우는 연산군의 이미지가 떠오르면 민규동 감독에게 24시간 문자를 하면서 이미지를 구축할 정도로 연산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을 품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강우는 자신이 맡고 싶었던 연산군이지만, 그런 연산군의 삶이 김강우 또한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한 트라우마 보다는 태어나면서부터의 성격적 결함이 있으리란 추측을 꺼냈다. 김강우의 제안으로 영화 속에 그려진 이마의 붉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김강우는 연산군을 태생적인 콤플렉스를 가진 남자로 표현하고 싶었다.
"연산군이 하는 행위들이 과잉된 허구라고 생각할까 걱정스러웠어요. 대부분 있는 사실에다가 상상을 한 것도 있고, 기록보다 덜한 것도 있었어요. 그 당시 궁안에서 말 교미하는 것을 봤다고 해요. 우리는 그걸 보고 연산군이 그림을 그리는 정도로만 덧붙였죠. 사냥개를 풀어놔서 영의정과 좌의정 사이에 뛰게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냥을 한번 나가면 성 주변에 있는 민가는 사람 다 비우게 하고 나중에 다 헐어버리고 다 사냥터로 만든 사람이 연산군 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산군은 제대로 된 초상화도 없는 왕이다. 오로지 기록에만 의존해 연산군을 복원해야했다. 태조 이성계때부터 내려오던 장대한 무인의 기골이 없는 연산군은 하얀 얼굴에 키가 크고 병약해보였다고 설명했다. 늘 충혈된 눈에, 얼굴에 종기가 떠나지 않았다고. 외적인 이미지를 그림이 아닌 기록만을 더듬어 완성하기란 쉽지 않았다.
"연산군은 삶의 패턴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람이죠. 저도 그처럼 한번 저를 가둬봤어요. 레지던스를 하나 빌려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어요. 책, 자료 이런 것을 종류별로 가져갔죠. 막걸리, 청주, 맥주, 와인을 마시며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봤어요. 시계도 햇빛도 없이 지내니 미칠 것 같았습니다."
레지던스에서 생활을 통해 김강우는 연산군을 표현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연산군이라는 인물이 외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완벽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악랄하고 못된 놈의 영상을 찾아봤어요. 심지어 히틀러 동영상도 봤죠. 미국의 연쇄 살인마 심문 과정 같은 것들은 이질감이 들었어요. 악랄한 이미지를 찾아봐도 없었어요. 이빨을 드러낸 표범이나 늑대, 사슴의 목을 누르는 사자, 독사 이런 것들을 봤어요. 연산군이 가진 아주 밝은 모습은 해맑은 아이를 참고했죠. 제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도 떠올렸어요. 레지던스에서 5일째 되던날, 그 시대에 살아본 사람은 지금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도 모르기에 제가 밀고나가면 되겠다 싶었죠. 결론이 나자 일사천리로 톤도 정하고 조율을 했습니다."
김강우의 영화 첫 촬영은 말의 교미를 지켜보는 장면이었다. 최절정의 순간이기에 완전한 하이톤으로 톤을 만들었고 후시 조차 힘들만큼 완벽하고 놀라운 장면으로 완성시켰다. 그러면서도 임숭재(주지훈)와 있을 때는 중저음으로 톤을 낮추는 과정을 가지며 험난한 여정을 가졌다.
연산군은 김강우에게 부담이었지만 동시에 욕심이었다. 그는 자신의 연기로 그 인물이 미화가 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연산군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절충하는 과정을 거쳤다. 연산군에게 조금이나마 연민을 느낄 수 있게끔 시도했다.
"저는 연산군이 하고 싶었어요. 사극을 하고, 왕을 해야한다면 근엄하고 인자한 왕보다는 연산군을 하고 싶었죠. '골든크로스'를 찍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이름도 융이라니 멋있다고 생각했죠. 조선의 왕들은 후대의 사람들이 성종, 세조 이런 이름들을 짓는데 연산군이 성종이라고 지을 때도 신하들이 반대를 많이 했던 모양이에요. 그는 거기에 환멸을 느낀거죠. 내가 왕인데 내 아버지에게 돌아가신 아버지 호를 하나 짓는 것도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나 싶죠. 처음 10년정도는 잘 참아 냈지만, 10년 뒤 힘이 생기자 뒤집어 엎어버렸고 그게 도가 지나쳤던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신하들이 왕의 독단을 예방할 수도 있지만 연산군 옆에는 간신 임사홍과 임숭재가 욕망을 부추기기만 했습니다."
김강우는 인터뷰 내내 연산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술술 꺼냈다. 마치 역사 선생님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이 소설이나 만화보다도 더 흥미롭다며 강력 추천했다. 연산군이 어린시절 사슴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이나 어린시절 스승을 찾아 능지처참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놨다. 그가 얼마나 연산군을 깊이 준비하고 고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민규동 감독님이 남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그 시대에 있었던 여성에 대한 만행 아닌 만행들을 묻혀있던 여성의 입장에서 대변해보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 하셨어요. 저는 거기에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딘가 하는 것을 보이고 싶었죠. 현 시대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분간은 김강우가 아닌 연산군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한국 영화의 불황 속에서도 '간신'은 조용히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강우는 '실종느와르M'을 마치고 휴식과 함께 차기작을 검토한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김강우ⓒ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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