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배우 전도연이 거친 멜로로 돌아왔다. 청춘스타에서 칸의 여왕,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한 그는 이제 호기심을 유발하는 배우를 꿈꾸고 있다.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무뢰한'은 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다. 전도연은 극중 살인자 박준길(박성웅 분)의 여자이자, 정재곤(김남길)이라는 인물로 인해 흔들리는 처절한 감정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되기도 한 '무뢰한'은 찌든 삶 속에서 희망과 사랑에 대한 아슬아슬한 일상을 절묘하게 담아내며 '역시 전도연이다'는 찬사를 이끌어 낸다. 전도연이 바라본 김혜경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연기를 거듭할수록 김혜경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고 운을 뗐다.
"김혜경이라는 여자를 이해시키고 싶었어요. 김혜경은 선택 당해진 수동적인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랑이라고 믿는 한 곳만 바라보는 여자였던 것 같아요. 김혜경도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을까요? 머리로 이해하기 보다는 마음으로 관객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전도연의 말처럼 관객은 김혜경과 정재곤, 박준길의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해 각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서서히 이해해 나간다. '무뢰한'은 전체적으로 무겁지만, 어딘지 안타깝고 측은한 이야기가 묵직한 멜로 이야기의 관전포인트가 된다.
"한 가지 생각을 결론짓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관객의 의견도 분분하더라고요. 하나의 아주 큰 감정안에 자잘한 복잡함이 있어요. 마지막에 시원해지는 부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전도연은 온 몸으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도 '미모'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에 전도연은 "거친 세계에서 살아남은 김혜경의 무기는 외모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혜경의 자존심이자, 자신을 지키는 미모가 묘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김혜경 의상이 화려하잖아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니 붉은색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손톱이 붉은 색인데, 그 때문에 김혜경의 상징적인 색깔이 된 것 같아요."
전도연은 늘 어려운 캐릭터를 맡았고, 이번에도 '김혜경'이라는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섰다. 전도연은 "그동안 복잡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부정했지만, 이제는 인정한다"면서 "어려웠지만 궁금했던 이야기에 끌렸다"고 자신의 작품 선택 방향을 전했다.
"전 제가 하는 작품은 전부 재미있던데요?(웃음)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한 작품에 끌리는 것 같아요. 뻔한 사랑이야기는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그 여자는 어떻게 된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을 고르다보니 복잡한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복잡한 것을 좋아하나봐요.(웃음)"
이날 전도연은 '무뢰한' 이외에도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서의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이 수년 전부터 들려오고 있지만 전도연은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전도연은 "대단한 흥행은 아니더라도 성공하는 모습이 보이면 티켓파워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여자 중심의 영화들도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라는 말로 영화계를 향한 애정을 그러냈다.
전도연은 '믿고 보는 배우'답게 이번 영화의 오승욱 감독을 포함해 많은 영화계가 그를 주목하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전도연을 향한 모두의 믿음이 이번에도 유효해 보인다.
"재미있고 가벼운 작품이 안 들어와서 그렇지, 마다하는 것은 아니에요. '믿고 보는 배우'보다 '믿음이 가서 보고 싶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도연이 해서 '어련히 잘하겠지'가 아니라 '전도연이 해서 궁금하다. 보고 싶다'고 했으면 좋겠네요."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영화 '무뢰한' 전도연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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