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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충분히 아름다웠던 ’6월’ 이었다

기사입력 2006.06.24 18:47 / 기사수정 2006.06.24 18:47

편집부 기자


▲ 경기가 끝난 이후 그라운드에서 울고 있는 이천수의 모습.


▲ 아쉬워 하고 있는 우리 태극전사들.

[하노버=손병하 기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도했던 결과는, 결국 우리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끝나고 말았다.

24일 새벽(한국 시각),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스위스와의 G조 마지막 경기에서 전-후반에 각각 한 골씩을 허용한 한국이 0-2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점수 상으로는 0-2의 완패지만, 경기 내내 불리했던 심판 판정을 떠올리며 너무나도 서글픈 한 판이었다.

이로써 1승 1무 1패를 거둔 한국은, 스위스(승점 7점 조 1위)와 프랑스(승점 5점 조 2위)에 밀려 간절히 바라던 16강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충분히 자랑스러웠던 '2006년의 여름'이었다

비록 염원하던 16강의 꿈을 접었지만 최선을 다한 대표팀도, 또 그들을 열심히 응원하던 우리 축구팬들 모두 너무나 수고했고 멋진 ‘2006년의 6월 이야기’를 만들었다. 4년 전과 같이 감동을 길게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지난 열흘 동안 충분히 행복했으며 넘치도록 하나가 되었었다.

0-1로 뒤지다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넣으며 월드컵 역사상 원정 첫 승이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토고와의 경기나,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프랑스에 0-1로 끌려가다 1-1의 동점을 만든 순간들은 충분히 감격스러운 순간들이었다.

지난 2002년을 제외하면 한국 축구는 언제나 안방 호랑이였다. 홈에서 그토록 강하던 한국 축구는 원정에만 서면 항상 작아졌고, 이해할 수 없는 초라한 패배의 기억들로만 가득했었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최약체 볼리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는가 하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에 0-5라는 참패를 당했던 것이 한국 축구였다. 또,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독일 같은 강호를 상대할 때엔 거칠게 몰아붙이면서도 승리로 한 방을 터트리지 못해 늘 아쉬운 패배만을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 축구는 달라졌다. 월드컵이란 축제의 당당한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보여주었고, 포기하지 않는 투혼의 축구로 우리 국민을 다시 한 번 감동시켰다.

월드컵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 방법을 경기력으로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강팀을 만나도 주눅이 들지 않았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로 하여금 ‘이길 수 있다’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석패를 당하면 16강의 꿈은 부서지고 말았지만, 우린 독일 월드컵 16강보다 더 귀한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축구’로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었다.



한국 축구와 축구팬은 강하다

우리가 스위스보다 약해서 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프랑스보다 못해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축구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도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팀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훨씬 더 강한 팀일지도 모른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사실상 원정 경기를 감수해야 하는 유럽의 강호 두 팀과 정말 좋은 경기를 펼쳤다. 프랑스와의 경기도 그랬으며 스위스와의 경기도 불리했던 심판의 판정과 유난히도 따르지 않았던 운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오늘의 패배보다 더욱더 다행스러운 것은 월드컵은 앞으로도 계속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월드컵에서 강하고 아름다운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하노버에 모였던 많은 축구팬도 울지 않았다. 이천수가 쓰러져 통곡하고 다른 대표팀 선수들도 허탈감에 움직이지 못했지만, 팬들은 끊임없이 환호하고 박수쳤다. 속상하고 쓸쓸한 퇴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록 세 경기였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선물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쳐진 어깨로 인천 공황으로 돌아올 그들에게 승리했을 때보다 더 큰 환호와 박수로 격려해주자. 너무 수고하셨다고, 너무 자랑스럽다고 꼭 안아주자. 그리고 지난 열흘 동안 최선을 다해 대표팀을 연호한 우리 서로에게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자.

우리 한국 축구와 축구팬은, 2006년 독일에서 충분히 자랑스러웠고 아름다웠다.


<경기화보>


▲ 경기가 끝난 이후 아쉬움을 달래며 붉은악마들에게 인사를 태극전사들.






▲ 조재진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스위스의 골문을 향해 들어가는 순간.


▲ 하노버 경기장을 가득 메운 우리 붉은악마들의 열띤 응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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