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강인한 승부욕과 우아한 플레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센터백 리오 퍼디난드가 자서전을 펴냈다. 리오 퍼디난드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맨유로 이적하면서 당시 수비수로서는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다. 그런 그가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며 잉글랜드 축구와 맨유,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리오 퍼디난드는 축구계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60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트위터 스타이자 수많은 명사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자신의 등번호를 딴 잡지 《#5》에 싣는 미디어 제작자이기도 하다. 맨체스터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식점 가운데 하나인 로쏘의 오너이기도 하다. 경기장에서는 철벽의 센터백이지만 사회에서는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오 퍼디난드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생각이 있다.
리오는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축구선수다. 유명 축구 기자인 사이먼 쿠퍼는 리오를 ‘사색하는 센터백’이라고 표현한다. 미리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수비수이면서도 옷에 진흙을 묻히지 않는 우아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것도 경기를 읽는 그의 눈 때문이다. 그런 통찰은 단지 경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생 전반에 걸처 그의 진로를 확정하고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퍼거슨과 설전을 벌인 내용과 역대 잉글랜드 감독들을 대차게 비판하는 내용을 책에 넣을 수 있는 이유도 자신감 덕분이다. 잉글랜드에서 항상 논란이 되었던 제라드와 램퍼드에 관한 평가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자신이 철학과 기준을 통해 세상을 본다.
그렇기에 그의 책이 보여주는 내용은 단호하고 통쾌하다. 언론과 팬을 의식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여타의 스타선수들과는 다른 명쾌함이 있다. 모예스에 관한 그의 비판은 가혹하지만 근거가 있다. 퍼거슨을 존경하지만 그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것에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
자화자찬에만 몰두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노력하기 위한 과정을 솔직히 풀어낸다. 퍼디난드는 스스로를 뛰어난 선수로 여기지만 이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유명인사들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욕구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은 아깝다.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인물의 통찰이 어떤 것인지 보려면 퍼디난드의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리오 퍼디난드와 데이비드 위너가 지은 이 책은 조효석씨가 번역하고 서형욱씨가 감수했다.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사진=리오 퍼디난드 자서전, 풋볼리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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