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천적'을 다시 넘어서는데 까지는 1006일이나 걸렸다. 삼성 라이온즈가 약 3년만에 더스틴 니퍼트의 벽을 넘었다.
삼성은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6-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가장 큰 성과는 '천적' 니퍼트를 무너트렸다는 것이다.
니퍼트는 최근 4년간 삼성전에 19경기 출전 13승 1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사자킬러'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나마 기록하고 있던 1패도 2012년 8월 18일 잠실에서 6이닝 6피안타 7사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지만 타선에서 1점 밖에 나오지 않아서 나온 것이다.
그만큼 삼성에게 니퍼트는 부담 그 자체였다. 이날 역시 1회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2회에도 두 차례나 홈에서 아웃이 되는 불운을 겪으면서 '니퍼트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나 싶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이 '깜짝카드'로 내민 이흥련이 적시타를 때려내 선취득점에 성공했고, 이후 삼성 타자들은 적극적으로 니퍼트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결국 6이닝 4실점으로 니퍼트를 끌어 내리는데 성공했고, 이후 구자욱의 쐐기 투런포가 터지면서 이날 경기를 6-1로 잡아 니퍼트와의 악연을 끊어 낼 수 있었다.
이날 삼성 타자들이 니퍼트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최대한 부담을 줄이자'라는 마인드 컨트롤이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다. 계속된 니퍼트와 악연에 삼성타자들 역시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부담감이 심해지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제대로 타격을 할 수 없어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박석민은 "니퍼트는 정말 좋은 투수다. 우리가 그동안 약했던 것도 있어서 오늘 안타를 못 칠 수도 있고, 1개만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최대한 맞추는 스윙에 집중하고 했다"고 밝혔다.
경기 전 만났던 박한이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한이는 이날 경기 전까지 니퍼트 상대로 타율이 3할8푼6리(44타수 17안타)로 지난 4년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별한 비법에 대해서 물어보니 박석민과 마찬가지로 "너무 잘 치려고 하는 것 보다, 니퍼트가 좋은 투수인 만큼 못 쳐도 본전, 안타를 하나라도 치면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담을 덜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박한이는 이날도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여전히 니퍼트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의 승리로 삼성은 지난 3년간 만나면 작아졌던 니퍼트를 잡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천적'을 또 한 명 넘어서면서 '챔피언' 삼성은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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