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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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간신' 흥청은 어떻게 망청이 되었나

기사입력 2015.05.20 20:58 / 기사수정 2015.05.20 20:58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1만 여명의 여성들이 옷을 벗어 던졌지만 야하다기 보다는 아프다. '간신'은 묻혀있던 아픈 치부를 드러내는 영화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내 아내의 모든 것'등을 통해 여성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던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간신'은 조선 초 연산군 11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실록에 짧게 언급돼있는 '채홍'에 대한 이야기다. 전국 각지에서 뽑아올린 1만 여명의 수많은 운평 중 최고를 뽑아 '흥청'을 선발하기까지가 담겼다. 바로 '흥청망청'이란 단어의 기원이다.

연산군의 폭정이 이어지던 시기, 간신 임사홍(천호진)-임숭재(주지훈) 부자는 연산군과의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하기 위해서 폐비 윤씨의 피가 젖은 적삼을 건네고, 그를 위해 1만 여명의 미녀를 채홍한다. 이들을 경계하는 장녹수 또한 운평을 따로 천거하게 된다. 광기서린 왕과 성적 노리개로 궁으로 끌려온 여인들, 그리고 간사한 부자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흘러간다.

영화는 시종일관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간신 부자의 무지막지한 채홍 이후 명기로 거듭나기 위한 갖가지 수련은 어떠한 베드신보다도 직설적이다. 중심이 되는 단희(임지연)와 설중매(이유영)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최고의 운평인 '흥청'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련하고 끝내 최종 경합에 까지 오른다.



강렬하게 색(色)에 집중한 이 영화는 색 그 자체보다도 아픔을 보이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운평으로 끌려온 여성들을 명기로 만들기 위해 수련을 시키지만, 이내 스스로 연산군의 광기로 인해 잔혹한 순간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숱하게 벗은 여성의 몸을 따라가지만 이를 탐닉하는 시선보다는 뜨끔하게 만든다. 물론 그렇기에 여성관객에게 분명 불편할 수도 있는 지점도 존재한다.영화 후반부 펼쳐지는 임지연과 이유영의 동성간의 애정신은 기대치 않은 관객들에게 당혹감을 안길 소지가 있다.

영화가 '연산'이 아닌 '간신'임을 보듯 영화 속 임숭재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주지훈은 누구보다 임금을 생각하는 충신이었기에 간신이 된 임숭재를 연기했다. 이미 반쯤 미쳐버린 왕이 편하게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채홍에 나서는 지극히 계산적인 인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냈다. 

김강우에게 붙은 '국민형부'라는 별칭은 잠시 넣어둬도 좋을 듯 하다. 그가 이전부터 맡아보고 싶었다는 연산군을 만나 가장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그는 타고난 콤플렉스 덩어리이자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에 지친 왕을 묵직하게 그렸다. 민규동 감독이 연산군의 광기를 예술로 표현해낸 것에 발맞춰 그 역시도 함께 쌓아뒀던 내공을 발산했다.



전작에 이어 노출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임지연과 이유영은 영화 속 꽃 그 자체다. 촬영을 하며 여배우들간에 의지를 많이 했다는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는 비록 경쟁 구도를 띄고 있지만 각자 다른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조선의 여인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냈다. 두 사람의 캐릭터 표현을 위해 감행한 노출은 단순히 야한 것이 아닌 '아픈 것'이었다.


차지연의 차진 도입부도 흥미로웠다. 영화의 속도감 있는 초반 오프닝을 완벽하게 장식했다. 연산군을 단번에 쥐락펴락 할 수 있었던 여인으로의 변신도 탁월했다.

'간신'은 남녀간의 노출이 이어지지만 결코 '에로틱'이 아닌 지점을 표방하고 있다. '흥청'이 되는 것은 결코 영광이 아니다. 결국 망청일 뿐이다. 그래서 더 아프고 불편하며 씁쓸하다.

추천 별점 ★★★(5점 만점)
추천 대상 김강우와 주지훈의 열연이 궁금한 관객, 민규동 감독의 전작을 흥미롭게 본 팬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간신ⓒ롯데엔터테인먼트]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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